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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정책 리뷰

배당으로 다시 풀리는 SK이노베이션 자사주

김양섭 재무부문장, 2년 연속 현물배당 활용…목표 배당성향에는 미달

김형락 기자  2023-02-07 16:51:18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부사장)이 목표 배당성향(30%)에 못 미치는 배당안을 내놨다. 자사주까지 동원해 지난해 기말 배당안을 짰지만 역부족이었다. 자회사 SK온에 대규모 투자 지출이 예고돼있는 상황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유보금을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투자와 주주 환원 사이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재무 전략을 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년 연속 기말 배당으로 현물배당을 결정했다. 2021사업연도에 이어 2022사업연도 배당도 자사주를 활용해 지급한다. 지난 6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279만9970주(4816억원 규모)를 다음 달과 오는 4월 주주들에게 기말 배당 몫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김 부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자사주를 놀려둘 수만은 없었다. 전방 수요에 맞춰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SK온에 자금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에 배당에 쓸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았다. 중장기 배당정책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풀어서라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해야 했다.

무배당도 선택지에 올려뒀지만 관철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1월 이사회에서 무배당 안건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주주 신뢰 제고, 주주 환원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의 필요성 등을 들어 배당 지급을 요구했다. 이때 김 부사장이 찾은 해결책이 자사주를 활용한 현물배당이다.


SK이노베이션은 대부분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취득했다. 2018년 5~8월 약 1조원을 들여 498만972주를 사들인 게 출발이었다. 그해 현금배당으로 7083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1조6514억원)의 45% 수준이었다.

자사주 매입은 비정기적으로 이뤄졌다. 2020년 2~5월 다시 1조4980억원을 써서 자사주 462만8000주를 취득했다. 대외여건은 2018년과 180도 달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관련 소송 공방이 벌어지며 1년 사이 SK이노베이션 주가가 40% 떨어졌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 의지를 피력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소각을 전제로 한 매입이 아니라고 못 박기도 했다.

2020년 말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자사주 물량은 11%(1013만137주)에 이르렀다. 2012년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2008년 2월 SK에너지와 SK인천정유 간 합병)로 취득해 둔 자사주(52만1118주)까지 합한 지분이다.


자사주가 풀린 건 김 부사장이 재무부문장에 오른 뒤부터다. 김 부사장은 2020년 연말 임원 인사에서 재무2실장에서 재무본부장으로 승진했다. SK그룹이 스톡 그랜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SK이노베이션도 2021년 6월 자사주 570주(약 2억원)를 사외이사 보상으로 지급했다. 기업가치 제고와 보상을 연계해 이사회 중심으로 책임 경영 체계를 강화하는 광의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었다. 지난해 4월에도 자사주 1626주(4억원) 사외이사 스톡 그랜트로 부여했다.

김 부사장은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수단으로도 썼다. 2021년에는 46만2230주(1119억원 규모), 지난해에는 56만7353주(2648억원 규모)를 SK이노베이션과 각 자회사 임직원에게 상여로 지급했다.

남아있는 자사주는 지난해부터 배당으로 나갔다. 2020년에는 적자를 기록해 미배당이 용납됐지만, 흑자를 낸 2021년은 달랐다. SK온 물적분할 뒤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필요했다. 조 단위로 현금이 넘쳐나던 시절 매입해둔 자사주를 시장가치로 계산해 배당으로 지급했다.

김 부사장이 수립한 중장기 배당정책도 지켜야 했다. 2021~2023사업연도 연간 배당성향 30% 이상을 목표로 설정했다. 투자 지출이 예정된 재무구조를 고려해 배당 방법 특정하지 않았다. 현물배당을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2022사업연도 기말 배당은 중장기 배당정책으로 제시했던 배당성향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물·현금배당을 합산한 배당총액은 4816억원 규모로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1조9901억원)의 24% 수준이다.

김 부사장은 보통주·우선주 1주당 자사주 0.03395376주를 지급하고, 우선주에만 추가로 주당 50원을 현금배당하는 배당안을 발표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과 올해 대규모 투자 지출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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