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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LS 발목 잡는 LS글로벌 사법 리스크

구자열·구자은 회장, 명노현 대표 선임 줄줄이 반대…연기금 "주주권익 침해"

고진영 기자  2023-04-03 14:37:19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구자열 회장을 비롯한 ㈜LS의 사내이사 선임건이 3년 연속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고 있다. 자회사 LS글로벌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한 소송 이슈 때문이다. 안건은 통과됐으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관련 행정소송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데다 형사재판도 남아 있는 만큼 사법 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3년째 반대표 이유는…일감 몰아주기 의혹

LS그룹 지주사인 ㈜LS는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자열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구 회장은 2002년부터 ㈜LS 등기임원으로 재직, 작년부터는 이사회 의장을 담담해왔다. 대표이사인 명노현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이 분리된 형태다. 구 회장은 LS그룹 총수 자리를 사촌동생 구자은 회장에게 넘긴 뒤에도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의결은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LS 지분 13.54%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구자열 회장의 재선임을 두고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며 반대표를 냈다.

㈜LS가 이사 선임과 관련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은 이번이 3년째다. 2021년 3월 주총에서는 구자은 회장이 사내이사 임기를 연장하면서, 2022년 3월 주총에서는 명노현 부회장이 신규선임되면서 구자열 회장과 동일한 이유로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상세한 사정을 공개하지 않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다만 구 회장 등을 상대로 줄줄이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LS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촉발된 LS글로벌 이슈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LS가 기업집단 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오너일가와 일부 경영진 등 6명을 2018년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LS, LS전선, LS니꼬동제련, LS글로벌 등 4개 사에 총 259억원 규모의 과징금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LS글로벌은 2006년부터 약 14년간 LS그룹으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특혜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93억원 상당의 사익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LS글로벌 자체가 오너일가와 지주사 이익을 위해 세워졌다는 게 공정위 측의 주장이다. LG글로벌은 2005년 12월 설립됐고 당시 지분 51%는 ㈜LS(분할 전 LS전선), 나머지 49%는 구자은 회장과 구자엽 현 LS전선 회장 등 오너일가 12명이 보유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오너일가가 LS글로벌을 계열사 거래 과정에 끼워 넣고 중간 이윤을 부풀려 통행세를 거뒀다고 봤다. LS니꼬동제련 등이 LS글로벌에 전기동을 판매할 때는 단가를 인하해주고 LS전선이 LS글로벌로부터 전기동을 구매할 때는 마진을 더해준 방식이다. 또 LS글로벌이 성장한 뒤에는 오너일가가 2011년 11월 주식 전략을 매각, 93억원의 차익을 얻어 경영권 유지와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썼다고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구자은 회장, 구자엽 회장, 도석구 현 LS MnM 부회장, 명노현 부회장 등 총수일가와 경영진 6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LS, 니꼬동제련, LS전선 등 3개 법인도 같이 재판에 넘겼다.

문제된 기간 동안 명노현 부회장은 LS글로벌 감사, LS전선의 임원 및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LS글로벌과의 거래에 관여했다. 구자열 회장의 경우 기소된 당사자가 아니지만 LS전선 등기임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재선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LS "경영활동 정당했다" 반박…연내 행정소송 마무리될까

LS그룹은 LS글로벌 설립이 정당한 경영활동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이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싸게 줄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LS글로벌을 세운 것은 통합구매법인을 통해 가격 협상력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였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과징금이 위법하게 산정됐다는 이유로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검찰 기소와는 별개다. 과징금 납부를 명령한 공정위 전원회의가 1심 역할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은 2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바로 담당했다.

서울고법 행정3부는 LS그룹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과정금 산정 과정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LS니꼬동제련이 부과받은 과징금을 전액 취소했고 ㈜LS와 LS글로벌 과징금은 일부만 인정했다. 반면 LS전선의 과징금은 전액이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총 과징금 259억6000만원 중 법원이 적정하다고 본 액수는 54억2000만원이다.

판결에 불복한 LS그룹과 공정위는 각각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행정소송이 마무리되면 해당 판결에 기반해 형사재판 1심이 진행될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LS는 법무팀 등 관련 조직이 재판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거취도 재판에 좌우될 수 있는 만큼 법무 리스크가 해결돼야 경영에 완전히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LS 측에서는 대법원의 연내 판결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재판부 변경 등 지연 이슈가 있어서 장담하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구자열 회장의 선임은 무리없이 진행됐다.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안건이기 때문에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와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LS는 구자열 회장(1.87%)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2.33%라 충분한 정족수를 확보하고 있다.

안건 승인과 별개로 ㈜LS 측은 아쉬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LS 관계자는 "구자열 회장은 LS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직접 기소되지 않았는데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낸 것은 다소 기계적인 의결권 행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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