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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불황 극복의 한수

도약하는 시프트업, 성장동력은 '게임성'

⑩R&D 꾸준히 확대, 매출 성장세 '주목'…IPO까지 일사천리

황선중 기자  2023-04-20 07:31:18

편집자주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기존 성장공식을 뒤엎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반짝 실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확실한 성장동력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은 규제의 올가미에 얽히고 있다. 게임사마다 불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채롭다. 튼튼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버티기'에 돌입하는 곳부터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정면돌파'하는 곳도 있다. 불황을 예견하지 못한 게임사엔 구조조정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호황기를 기다리는 국내 주요 게임사의 불황 극복 전략을 살펴본다.
시프트업은 불황기 속에서 대도약을 노리는 게임사다. 게임성 하나로 신생 게임사에서 중견 게임사로 거듭나고 있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던 시기에도 고집스럽게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게임성에 대한 집념은 올해를 기점으로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신작 '승리의여신:니케'가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나아가 기업공개(IPO) 추진 동력 역할까지 하고 있다.

◇1년 만에 매출 280% 성장, 꾸준한 R&D '성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액 653억원, 영업이익 221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280.2% 증가했다. 2013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로 추정된다. 수익성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18년 이후 3년간 이어졌던 적자 고리를 끊어내며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표면적인 실적 성장의 배경은 지난해 11월 선보인 모바일게임 '승리의여신:니케'다. 시프트업이 개발했고, 중국 텐센트 자회사인 레벨인피니트가 퍼블리싱하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1000억원대 매출이 발생했을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텐센트는 이미 시프트업 성장성에 주목해 지분투자까지 단행한 상태다. 현재 2대주주 지위인 것으로 전해진다.

승리의여신:니케 개발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6년 선보인 모바일게임 '데스티니차일드' 외에 서비스하는 게임이 없던 탓에 매출 구조가 불안정했다. 여기에 승리의여신:니케 개발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2021년에는 매출(171억원)보다 영업손실(191억원) 규모가 더 컸다. 영업손실률이 무려 111.3%였다.


그런데도 시프트업은 연구개발(R&D)을 포기하지 않았다.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R&D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시프트업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계속해서 늘어났다. 2018년에는 4.7%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90.7%에 달했다. 매출의 90% 이상을 오로지 '게임성'을 위해 투입했다는 의미다.

◇IPO까지 추진, 한 단계 더 '도약' 가능성

시장에서는 시프트업의 성장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승리의여신:니케가 연말에 출시된 탓에 지난해 실적에는 흥행 성과의 일부만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흥행 성과가 온전히 실적에 반영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만큼 시프트업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 기록을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시프트업은 승리의여신:니케 흥행을 동력 삼아 IPO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증시 입성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이제 시장으로부터 우리 가치를 평가받을 시기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시프트업이 IPO를 추진하는 배경도 게임성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IPO 공모자금을 기반으로 게임 개발 역량을 글로벌 게임사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시각이다. R&D에 투자하거나, 전도유망한 외부 게임사에 투자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아울러 상장사 지위를 갖게 되면 우수 개발인력도 비교적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시프트업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보유고는 전년 대비 24.3% 감소한 124억원이다. 자산총계의 16.7% 수준이다. 차입금은 전무한 상태지만, 현금창출력은 다소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순유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은 매출채권 급증 영향 때문이다. 시프트업 매출채권은 2021년 12억원에서 2022년 516억원으로 1년 사이 43배 가까이 늘었다. 승리의여신:니케에서 발생한 매출이 현금으로 회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매출채권 현금화가 이뤄지면 시프트업 유동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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