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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효성티앤씨 '스판덱스 대박'에 유입된 실탄은 어디에

'공격 투자'에 현금 소요, 조현준 회장 시장선점 전략 또 통할까

김위수 기자  2023-05-02 15:55:1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기업경영에 있어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 그리고 적기 투자 추가를 통한 격차 확대로 전세계 시장점유율 1등 제품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다.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용 보강재인 타이어코드 등이 조 회장이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업 분야다.

두 제품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수요가 치솟자 효성그룹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 특히 재무적 기여도가 돋보였던 것은 스판덱스 사업이었다. 스판덱스 사업의 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 화학·섬유 계열사 효성티앤씨의 연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조6219억원에 달했다.

◇최대 실적에도 현금 안 쌓았다

효성티앤씨가 기록적인 실적을 기록했던 2021년 회사는 이익을 현금으로 대거 축적하지는 않았다. 직전해였던 2020년 말 1360억원 수준이었던 효성티앤씨의 현금성자산이 1년 후에는 1537억원이 됐다. 1조원이 넘는 EBITDA에도 현금성자산의 증감은 177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금의 변동이 적었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운전자본과 자본적 지출(CAPEX)이다. 당시 효성티앤씨의 운전자본투자가 EBITDA의 절반에 달하는 7858억원으로 잡히며 수익의 현금화가 즉시 나타나지 않았다. 영업활동으로 실제 쌓인 현금을 뜻하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6433억원이 됐다.

이중 4020억원을 자본적 지출에 배정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사업에서 시장 우위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브라질·인도·중국 등지에 위치한 생산시설 확충에 나섰다. 또 기존 섬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베트남에 나일론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인 삼불화질소(NF3) 생산시설 설립에도 나섰다.

모처럼 확대 유입된 현금을 유동성으로 묶어두기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금 투입을 늘린 셈이다. 투자에 적극적인 조 회장의 성향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보릿고개' 지난 효성티앤씨 재무현황은

효성티앤씨의 사업여건은 지난해부터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EBITDA가 전년 대비 77.8% 하락한 3607억원으로 나타났다. 효성티앤씨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며 사실상 봉쇄된 영향이 컸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털어내는 등의 노력으로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1220억원에 불과했음에도 2934억원의 NCF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자본적지출로 4159억원을 집행했고, 2021년 실적에 대한 '화끈한' 배당정책으로 추가적으로 2702억원이 소요됐다. 결론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537억원에서 1031억원으로 깎였고 총차입금은 2021년 1조2484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6241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156.7%에서 185%로, 차입금의존도가 27.6%에서 37.6%로 늘어나는 등 일부 재무지표 악화가 일어났다.


올들어 경영현황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중국에서의 스판덱스 수요가 회복세를 보인 덕분에 올 1분기 효성티앤씨의 EBITDA는 1271억원 수준을 기록할 수 있었다. 효성티앤씨에 따르면 운전자본 증감 등의 수치를 제하고 영업활동으로 1분기 중 창출한 현금은 592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분기 역시 자본적지출로 들어온 돈보다 많은 999억원을 썼다.

최종적으로 효성티앤씨의 1분기 말 현금성자산은 151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늘어났는데 차입을 통해 1050억원여를 늘린 탓이다. 부채비율이 190%로 소폭 늘었고 차입금의존도는 37.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조현준의 공격 투자, 적중할까

일련의 과정을 보낸 효성티앤씨의 유동성은 다소 타이트하다. 올초 기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장기 부채가 1조1877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70%가 넘었다. 이후 1분기 영업에 따른 현금이 유입됐겠지만 차입 구조에 크게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1분기 말 효성티앤씨가 보유 중인 현금은 1511억원이다.

지난해 중 굵직한 증설 계획이 끝나기는 했지만 올해 중 1540억원의 투자가 남아있다. 인도와 중국 스판덱스 설비에 대한 증설 투자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베트남 나일론 공장에 대한 자금 투입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경상적인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감안하면 유동성 상황이 다소 빠듯하다. 1분기 시작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인 효성화학이 부채비율 2631%를 기록하는 등 재무상황이 매우 악화된 상황이라 효성티앤씨의 부담이 가중된다면 효성그룹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다행인 점은 시장에서 스판덱스 사업의 회복세를 점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점이었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스판덱스 시장이 회복되는 조짐이며 스프레드도 개선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스판덱스 시장이 '업사이클' 구간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지난해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보한 효성티앤씨에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 스판덱스 시장이 흔들리자 중국 내 소규모 생산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있었고 증설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스판덱스 시장이 다시 살아난다면 효성그룹의 공격 투자 전략이 적중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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