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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개발사업은 지금

DL이앤씨, 효제동 오피스텔 미착공 우려? 재무부담 '미미'

관계사 9개사 투자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 '800억' 불과

정지원 기자  2023-05-25 14:21:19

편집자주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디벨로퍼 사업은 시공사들의 주요 전략 키워드였다. 대형 시공사들이 직접 우량 부지를 매입하거나 시행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형태로 개발사업 소식을 알렸다. 문제는 그 사이 부동산 업황이 곤두박질쳤다는 점이다. 업황 침체로 대부분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사업에 서둘러 진출한 시공사들의 관련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벨이 주요 건설사 개발사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DL이앤씨는 부지를 매입하고 PFV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디벨로퍼 사업을 확장했다. 대부분 미착공 상태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지를 선점한 경우에 해당해 당장 사업 일정이 밀린 사례는 많지 않다.

다만 효제동 오피스텔 개발사업은 착공이 2년 가까이 늦어진 가운데 향후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분양으로 인해 당장 분양 계획 등을 세우기가 어려운 탓이다. 얼마 전 건축허가는 받은 상태다.

그나마 재무 리스크는 크지 않은 사업이다. 개발사업 관련 PF 우발채무 규모가 전체 1000억원 미만이다. 부지 매입을 위해 빌린 돈에 대한 이자비용은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DL이앤씨가 1조4000억원대 현금을 들고 있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10개 이상 개발법인 지분투자…미착공 사업지 다수

DL이앤씨는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디벨로퍼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쳐온 곳으로 꼽힌다. 통상 시공사들은 개발이익을 간접적으로 얻기 위해 개발사업 특수목적법인(SPC)에 각종 신용보강을 제공해 왔다. DL이앤씨는 여기서 더 나아가 토지를 매입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하거나 개발법인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시행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DL이앤씨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별도기준 부동산개발업을 영위하는 종속사 1개와 관계사 9개, 공동기업 2개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종속사 1개사는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다. DL이앤씨가 지분 48%를 갖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일대 개발을 위해 2010년 설립된 SPC다. 하지만 기존 개발 계획이 모두 무산되면서 15년 가까이 사업이 표류 중이다. 현재 건설경기 침체와는 별개로 사업이 사실상 중단돼 있는 셈이다.

9개 관계사는 각각 △고덕강일10PFV △효제PFV △울산의정부프로젝트PFV △과천지산원PFV △대전문화PFV △인천인하PFV △전주완산PFV △투게더대전문화PFV △송파복정역레이어드시티PFV다. 이 중 고덕강일10PFV와 과천지산원PFV는 분양 및 입주가 진행돼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나머지 7개 사업은 미착공 상태다. 이 중 4개 PFV는 2021년 홈플러스 다섯 곳을 사들인 뒤 향후 개발을 위해 만들었다. 대전문화·인천인하·전주완산PFV가 각각 홈플러스 대전문화점·인천인하점·전주완산점을 갖고 있다. 울산의정부프로젝트PFV는 홈플러스 의정부점과 울산남구점을 담고 있다.

모두 장기 임대차 계약이 맺어진 상태에서 인수했다. 입지가 우수한 마트 부지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5개 홈플러스 부지를 약 7000억원을 들여 매입한 결과 현재 관련 금융비용은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매년 임대료 수익을 얻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재무 리스크는 크지 않다.

비슷한 방식으로 투게더대전문화PFV는 세이백화점 본점을 보유하고 있다. 당분간 책임임차방식으로 백화점을 운영한 뒤 개발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효제동 오피스텔 개발 일정 불투명, 재무리스크는 미미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인 PFV는 나머지 두 곳 △효제PFV △송파복정역레이어드시티PFV로 추릴 수 있다. 이 중 효제PFV 사업이 업황 침체를 맞으면서 착공이 2년 가까이 지연됐다. 향후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효제PFV는 서울 종로구 효제동 일대 800실 규모 오피스텔을 개발하고 있다. 2020년 말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은 동륭실업으로부터 부지를 2073억원에 매입하고 하나자산신탁과 함께 PFV를 설립했다. 애초 2021년 중 착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착공 및 분양 일정은 미정인 상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업황이 개선되면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이달 서울시 종로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는 등 인허가 리스크는 낮은 편이다.

착공이 늦어지는 만큼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효제PFV에 470억원 규모의 PF 자금보충을 제공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효제PFV에 집행한 대여금 규모가 370억원이다. 지난해 중 대여금이 100억원가량 늘었다.

효제PFV는 지난해 5억원가량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는 2762억원으로 이 중 2760억원이 단기차입금에 해당한다. DL이앤씨에는 연 4.6%에 370억원을 빌렸다. 본 PF가 성사되면 상환되는 구조다.

이 외 송파복정역레이어드시티PFV는 서울 송파구 복정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 컨소시엄이 2021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당초 올해 상반기 착공한다는 목표였지만 이 역시 밀리고 있다.

다수 개발사업이 미착공 상태지만 DL이앤씨의 재무리스크는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전체 PF 우발채무 규모가 현저하게 적다. 직접 신용보강인 자금보충액이 정비사업을 제외하면 총 820억원 정도다. 각각 효제PFV(470억원), 투게더대전문화PFV(350억원)이다. PF 우발채무가 위험한 이유는 타 사업장까지 일시 상환 요구가 번질 가능성 때문인데 다 합쳐도 1000억원이 안된다는 의미다.

물론 지분투자한 PFV마다 토지 매입 비용 차환 등에 따른 이자는 늘고 있다. 다만 DL이앤씨의 유동성 여력을 봤을 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말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1조4578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총 차입금 7799억원을 제외해도 6779억원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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