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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 거버넌스 개선 탄력받을까

지배구조 개선 선언적 의미, 등급상향 필요조건은 '실질적 노력'

김위수 기자  2023-06-08 15:47:19

편집자주

생존(survival)은 인간과 같은 생물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기업도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변화하고 혁신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한순간 도태돼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친환경(E)·사회적책임(S)·지배구조(G)를 합친 단어인 'ESG'가 최근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가 됐다. ESG 경영을 천명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소비자와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외면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존의 시대', 기업들의 ESG 철학과 경영전략을 살펴본다.
㈜LG를 시작으로 LG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에 나서고 있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은 기업의 지배구조 원칙과 실천 사항을 명문화해 구성한 조문이다. LG그룹의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은 지배구조 투명화 및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LG그룹의 ESG 경영이 탄력받을지 주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이사회에 설치된 ESG위원회는 지난 4월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 안건을 승인했다. 제정된 헌장에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이해관계자 권리 보호 △시장에 의한 경영감시 등의 사안에 대한 지배구조 원칙이 담겨있다.

LG엔솔은 "건전한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활동을 촉진해 사회적 신뢰와 기업가치 증대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신념을 갖고 건전한 지배구조 원칙과 실천 사항을 담은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한다"고 설명했다.

◇헌장 제정 나서는 LG, 지배구조 개선 의지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LG엔솔에 앞서 ㈜LG가 2022년 6월, LG유플러스가 같은해 7월, LG전자가 같은해 11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수립했다. LG그룹 계열사들이 발표한 기업지배구조헌장은 LG엔솔에서 공개한 내용과 같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주사가 시작한 헌장 제정이 약 1년여간 주력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도 헌장 수립에 동참하는 LG그룹 계열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의 기업지배구조헌장 제정이 다른 기업에 비해 빠르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KT&G가 2003년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국내 기업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 수립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로 보인다. 현대차와 삼성물산이 2016년, SK㈜가 2018년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선포했다. 이후 2020년 이후부터는 네이버, 카카오, 한화, CJ, 대한항공 등 주요 기업들이 헌장 제정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은 대체적으로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원칙 및 실천 방안 등이 담겨있다. 강제적인 규율이라기보다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보여주는 선언에 가깝다.

◇ESG 등급 상향 이룰까

한국ESG기준원(KCGS)의 지난해 평가결과에 따르면 LG그룹 계열사 중 평가 대상이 되는 8개 계열사(㈜LG·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이노텍·LG전자·LG헬로비전·LG화학)의 ESG 등급은 LG화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A로 나타났다. LG화학의 경우 ESG등급이 B로 책정됐다.
(출처: 한국ESG기준원 캡처)

이들 계열사의 지배구조 점수는 LG디스플레이·LG화학이 B+, 나머지 6개 계열사는 A로 나타났다. A 등급은 위에서 세번째로 높은 등급에 해당한다. 현재 S 등급에 속한 기업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두번째로 높은 등급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현재 LG그룹의 ESG 통합등급 및 지배구조 부문 등급이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향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 주목된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LG그룹 계열사의 ESG 경영의 약점으로 '지배구조'를 꼽는 결과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글로벌 ESG 평정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LG·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 등의 기업 지배구조가 동종업계 기업들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LG유플러스·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지배구조는 보통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ESG 평가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LG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에는 아직 개선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인 셈이다. 이에 따라 등급상향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지배구조헌장 수립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지배구조헌장이 LG그룹 ESG 등급 상향을 이끄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헌장의 수립 및 공표 자체가 ESG 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헌장에 포함된 내용이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위한 원칙 및 실천방안인 만큼 이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등급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지배구조 관련 기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배구조 관련 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헌장을 선포하기만 하고 지키지 않는 기업들도 종종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헌장 제정 자체보다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진 및 이사회의 실질적인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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