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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드래곤, 횡령사고에 콘텐츠 리더십 공백 '어쩌나'

당분간 경영리더인 김제현 단독 대표 체제로, 장중 한때 주가 10% 넘게 빠져

이지혜 기자  2023-06-27 11:15:18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콘텐츠부문 수장을 맡던 김영규 공동 대표가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책임프로듀서가 사내 횡령을 일으키자 여기에 도의적 책임감을 느껴 대표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드래곤은 기존 공동 대표체제에서 김제현 단독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나의 아저씨’, ‘미스터선샤인’을 제작한 데 이어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콘텐츠부문의 리더십 공백 여파가 어느 정도 파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김영규 대표 사임, 김제현 단독 대표체제로

27일 스튜디오드래곤에 따르면 당분간 김제현 단독 대표 체제를 이어갈 방침이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다시 공동 대표 체제로 돌아갈지 아직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김제현 대표가 회사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현 대표의 임기는 2025년 3월 29일까지다. 1973년 7월생으로 CJ ENM의 방송-글로벌사업부장, 방송-콘텐츠운영국장, IP운영본부장을 거쳐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김영규, 김제현 공동 대표체제를 유지해왔으나 6월 26일자로 김제현 대표가 물러났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일신상의 사유로 김영규 대표가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김영규 대표의 공식 임기는 올해 9월 20일까지다.

스튜디오드래곤이 2인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한 건 2020년부터다. 당초 김영규 대표와 함께 강철구 전 대표가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다가 지난해 들어 김영규 대표와 김제현 대표가 합을 맞췄다. 김영규 대표가 2020년부터 대표로 재임한 만큼 그가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도 맡았지만 이번에 변수가 생겼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계열사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감사를 진행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표적이 정해져서 몇 명만 조사받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책임프로듀서(CP)가 제작비를 몇십억원가량 횡령했다는 게 드러나면서 제작 등 콘텐츠부문 대표를 맡은 김영규 대표가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횡령사고에 도의적 책임 느껴, 주가에 '찬물'

김영규 대표와 김제현 대표는 각각 콘텐츠부문과 경영부문을 이끌고 있었다. 김영규 대표는 1975년생으로 CJENM의 드라마본부 1CP, 4CP장을 거쳐 스튜디오드래곤 제작국장을 역임한 뒤 대표를 맡았다.

이에 따라 김영규 대표가 콘텐츠 등 제작부문 인력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 조직의 CP가 제작비를 횡령해 김영규 대표가 여기에 책임을 지고자 물러났다는 의미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제작진의 부정행위가 감지돼서 회사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당사자는 해직처리됐다”며 “김영규 대표는 이를 막지 못한 데 대해 스스로 사임의사를 밝혔고 회사에서 수용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부문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는 점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더 글로리’와 티빙의 ‘방과 후 전쟁활동’, TvN 드라마 시리즈 ‘구미호뎐1939’ 등으로 한창 경쟁력을 입증하던 차였다.

그러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TV광고업계 위축으로 주가가 내림세를 그리던 차에 찬물을 또 맞은 셈이 됐다.

실제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27일 오전 11시 기준 전일 대비 6.24% 내린 5만4100원을 기록했다. 이는 52주 최저가보다 더 낮다. 장중 한 때에는 5만1500원까지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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