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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G 공시준비 중간점검

선제적 정보공개 분주한 기업집단, 'SK·롯데' 선두

③'삼성·현대차'도 공시건수 상위권 포진, 자율공시 기업 85% '자산 2조 이상'

박동우 기자  2023-07-27 16:51:18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공시 관리'다. 기업 정보 제공을 총괄하는 만큼 공시 제도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2021년부터 금융당국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시 의무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2025년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먼저 의무를 부과한 뒤 2030년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의무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THE CFO는 한국형 ESG(K-ESG) 공시 의무화 추진을 둘러싼 현안을 점검하고 개선·보완 방안을 탐색해본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는 이미 도도한 물결이 돼 흐르고 있다. 기업들은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경영 정보를 일반에 제공해왔다.

재계 주요 기업집단 가운데 SK그룹과 롯데그룹이 ESG 공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에만 8건씩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개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도 올해 ESG 공시 건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현재 자율공시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100여곳 가운데 85%가 연결기준 자산총계 '2조원'이 넘는다. 2025년에 먼저 공시 의무를 적용받는 대상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경험을 축적해 정보 공개의 시행착오를 예방하려는 취지다.

◇'사회적가치 중시' SK, '분배내역 집계' 롯데

올해 1월부터 7월 26일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한 상장사는 112곳이다. 작년 같은 기간의 78개 기업과 견줘보면 43.6% 늘어난 숫자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자율 공시한 기업은 대부분 코스피 상장사다. 2023년 자율 공시한 112개사 가운데 94.6%인 106곳으로 나타났다. ESG 정보를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 106곳 중에서 연결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을 웃도는 기업은 91개사(85.8%)였다.


2025년에 연결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 상장 기업부터 먼저 ESG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대목과 맞물렸다. 금융당국의 정책 추진에 보조를 맞춰 일찌감치 지속가능경영 데이터 제공 노하우를 축적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자연스레 주요 대기업이 ESG 정보 공개에 적극 대응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이 단연 돋보인다. 올들어 이달까지 8건씩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했는데 국내 기업집단 중에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ESG 정보를 공개한 SK그룹 계열사로는 △하이닉스 △이노베이션 △텔레콤 △네트웍스 △SKC △가스 △렌터카 △바이오팜 등이 있다. 롯데그룹에서는 지주를 필두로 쇼핑, 케미칼, 렌탈, 웰푸드, 칠성음료, 정밀화학, 하이마트 등이 공시했다.

일찌감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핵심 경영 기조로 설정한 SK그룹은 ESG 공시 전문성을 갖춘 기업집단으로 정평이 났다. 주력 계열사 SK하이닉스는 통합 정보안내 플랫폼 '지속가능성 보고 시스템(SRS)'을 구축했다. 노하우를 인정받은 덕분에 SK그룹은 지난해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 등이 공동 결성한 '한국 ESG 공시기준 마련 준비위원회' 일원으로도 참여했다.


롯데그룹은 2025년까지 글로벌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지난해 9월에 수립한 '탄소중립 로드맵'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적극 어필해왔다. 배출전망치(BAU)와 견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87만톤 줄이는 계획을 담았다.

경제적 가치를 이해관계자들에게 분배한 내역도 집계해 공개했다. 롯데지주는 2022년 연결 기준으로 △배당·이자 지급 △세금 납부 △지역사회 투자 △임직원 급여·복지 △원자재·서비스 구매비용 등으로 배분한 규모가 10조1117억원이라고 공시했다.

◇'CFO 강조' 삼성, '협력사 관리' 현대차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역시 각각 7건의 보고서를 공개하며 ESG 공시 횟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삼성그룹에서는 올해 1~7월 △전자 △생명 △화재 △바이오로직스 △중공업 △SDS △전기 등이 정보를 공개했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속 조직으로 ESG그룹을 둔 삼성전기 사례가 눈길을 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ESG 경영 성과를 CFO에게 정기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모비스, 제철, 건설, 위아, 로템, 오토에버 등에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했다. 현대차 역시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2045 탄소중립 로드맵'을 설계해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적시했다. 부품 밸류체인이 폭넓은 만큼 협력사들의 ESG 리스크 평가 관리 지표를 수립한 사실도 부각해놨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동향과 달리 올해 들어 이달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한 코스닥 기업은 6곳에 그쳤다. 위메이드·펄어비스 등 게임 업체, HLB·클래시스·노을 등 바이오 회사, YG엔터테인먼트 등이 ESG 정보를 공개했다. 코스닥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건 당국이 ESG 공시 의무화 타깃을 코스피 기업에 국한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에 자본시장연구원이 자산총계 5000억원 이상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9년부터 거래소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금융위 검토 단계다. 탄소 배출 정보 등을 공시하는 부담 대비 효익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서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들의 경우 대체로 "ESG 공시는 기본적 책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보 제공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며 "다만 자산총계 2조원 미만 코스피 상장사나 코스닥 기업의 경우 ESG 공시에 대한 관심이 미미한 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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