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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재무 점검

'요금인상 보류' 가스공사, 미수금 해소까지 '먼 길'

5년새 '5000억→15조' 30배 늘어, 2027년까지 전액회수 과제 풀어야

박동우 기자  2024-05-10 08:30:20

편집자주

공기업의 수익 악화, 부채 증가는 정부의 잠재적인 재정 부담 요소다. 손실이 누적됐을 땐 이를 보전하기 위해 결국 공기업의 대주주인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공기업들은 각자 재무 위험 요인을 파악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재무 관리 방안을 수립해 두고 있다. THE CFO는 주요 공기업들의 재무 현안과 이를 풀어갈 인물 등을 살펴본다.
최근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가스요금 인상 계획을 보류했다. 가스요금 조정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하는 과제와 직결된다. 원료 도입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민간에 공급하면서 생긴 차액에서 비롯됐는데 5년새 5000억원에서 15조원대로 30배 넘게 불어났다.

자산으로 계상돼 손익 영향은 없지만 운전자본 부담과 맞물려 현금흐름을 좌우하면서 가스공사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최충식 경영지원본부장에게는 2027년까지 미수금 전액을 회수하는 과제가 부여돼 있다.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력해 요금 조정을 관철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물가상승 억제 불가피, 미수금 단기간 감축 '난망'

정부가 이달 1일자로 민수용 가스요금을 인상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가스공사는 정부 기조에 맞춰 도시가스 원료비와 공급비용을 동결했다. 이에 따라 주택용은 메가줄(MJ)당 19.44원, 일반용은 △하절기(6~9월) 17.79원 △동절기(12~3월) 17.99원 등으로 지난해 5월 이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가스요금은 원료비와 공급비를 더해 산정된다. 원료비는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는 단가로 짝수달에 정산해 홀수달 1일마다 확정한다. 공급비는 가스공사가 제조시설·배관 등의 운영비용을 보전하는데 필요한 금액으로 매년 5월 초에 한 차례씩 조정한다.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의 구성비를 살피면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5.7%(MJ당 16.67원)로 나타났다.


가스요금 인상 단행이 어려워진 건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정부 시책과 맞물렸다. 이달 8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간담회를 통해 "(요금) 정상화는 필요하고 시급하지만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민생에 직격탄일 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우려하고 있어 종합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밝힌 대목이 방증한다.

자연스레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단기간에 감축하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됐다. 미수금은 LNG를 도입한 원가보다 낮은 값에 가스를 민간에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차액에서 비롯됐다. 미래에 요금을 부과해 차액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기타비금융자산으로 계상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5조76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잔액 가운데 87.4%(13조7868억원)가 도시가스용 미수금이고 나머지 1조9791억원은 발전용으로 분류됐다. 2018년 말 4826억원과 견줘보면 총액이 5년새 32배 넘게 불어났는데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2022년에 대폭 늘었다.


◇운전자본·현금흐름 좌우…"요금조정이 근본해법"

미수금은 회계상 자산으로 인식되는 만큼 손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운전자본 부담과 맞물려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영업활동 관련 자산·부채 변동에서 기타비금융자산 증가에 따른 현금 유출분은 △2021년 1조2861억원 △2022년 8조9237억원 △2023년 3조8105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에는 연결기준 1조497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으나 운전자본 변동으로 18조6874억원이 깎여나갔다. 14조5809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출이 발생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가스공사는 단기간에 미수금을 축소하기 어려운 만큼 매출채권 조기 회수, 재고자산 감축 등으로 운전자본 부담을 완화하는데 주력했다. 다행히 지난해 7474억원 순손실에도 불구하고 5조8856억원의 영업현금 유입 성과를 거뒀다.

현금흐름 유입분을 늘리려는 시도는 자금 조달에서도 이어졌다. 회사채 발행과 금융권 대출로 필요 자금을 확보했는데 영업현금 유출이 두드러졌던 2022년부터 총차입금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말 가스공사의 전체 차입금 잔액은 40조7260억원으로 2018년 말 26조1141억원 대비 55.9%(14조611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65.8%에서 71.1%로 5.3%포인트 올랐다.

미수금이 재무구조를 관통하는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가스공사의 제일 과제로 '미수금 축소'가 대두됐다.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2027년까지 미수금을 완전히 회수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요금을 구성하는 원료비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LNG 관련 조세 감면, 에너지 특별회계 재원 투입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미수금 전액 회수 과제를 부여받은 인물이 최충식 경영지원본부장이다. 최 본부장은 1968년생으로 숭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공기업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총무처장을 거쳐 경영지원처장을 수행하다가 올해 1월부터 경영지원본부장 직책을 겸하기 시작했다.

경영지원본부에는 경영지원처, 재무처, 상생협력처, 비상계획처 등의 조직이 편제돼 있다. 이 가운데 자금수지 관리와 조달, 결산 등을 담당하는 기구가 재무처다. 재무처 산하 부서로는 △국제금융부 △세무부 △자금부 △자산관리부 △회계결산부 등이 포진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수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요금 조정'을 근본적 해법으로 판단한다"며 "요금 현실화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과 기획재정부의 협조가 수반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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