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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커버리지 지도

'반전' KR증권, 한전 최고 파트너...틈새전략 통했다

총 발행량 3.6조 중 10% 확보…'교보·한양' 등 중소형사 텃밭

양정우 기자  2024-02-15 14:24:50
중소형 증권사인 KR투자증권이 2023년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 회사채(SB) 발행에서 최고 인수 파트너로 등극했다. 대형 증권사의 인수 선호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2020년부터 인수단에 적극 참여하더니 마침내 연간 실적 1위를 차지했다.

근래 들어 인수단이 아니라 주관 업무를 주도하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커버리지 비즈니스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한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발전공기업 회사채 시장은 교보증권, 한양증권, 부국증권, SK증권 등 중소형사가 활약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KR증권 커버리지 전략 '발전공기업 올인'…인수단 참여부터 1위 도약까지

15일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국내 주요 발전공기업은 2023년 총 3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총 조달액은 전년(3조8400억원)보다 2400억원 줄어들었다. 발전공기업 대부분은 기발행 회사채의 차환에 나서고자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근래 들어 연료대금 납품을 위한 추가적 발행 니즈도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새울 3, 4호기 발전소 건설비용 등을 조달하기 위한 신규 발행도 소화했다.

이들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과 굳건한 파트너십을 드러낸 증권사는 KR투자증권이다. 2023년 총 3조6000억원의 발행 물량 중에서 3700억원을 확보하면서 인수 순위 1위로 집계됐다. 전체 발행량에서 10.28%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 4.43%와 비교해 영향력이 드라마틱하게 커진 것이다.

KR투자증권은 지난 수년 간 발전공기업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선물회사였던 이 증권사는 2018년 이인혁 대표이사가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IB 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해 투자증권회사로 사업 영역을 전환하면서 비즈니스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했다.

야심차게 첫발을 내딘 IB 사업에서 첫 번째 공략 타깃으로 삼은 게 발전공기업 회사채였다. 2020년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중부발전의 회사채 발행에 각각 100억원씩 인수단으로 참여한 게 트랙레코드의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발전공기업 중심으로 커버리지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전공기업 회사채 인수 실적은 2020년 200억원에서 2021년 500억원, 2022년 1700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2023년 들어 상반기에만 2500억원을 인수하면서 가장 많은 발전공기업 회사채를 인수한 증권사로 거듭났다. KR투자증권은 다른 회사채 인수 실적을 감안할 때 발전공기업 커버리지에 '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책정 난해, 대형사 소홀…중소형사 교보·한양 '약진'

발전공기업 회사채 시장은 대형 증권사가 주관과 인수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높은 금리를 책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일괄신고 제도를 도입해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고 발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여건 때문에 중소형 하우스가 적극 공략에 나서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간 발전공기업 회사채의 인수 상위권엔 교보증권과 한양증권이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교보증권은 2018년 발전공기업 인수 공동 4위에 진입한 이후 상위 랭커로서 입지를 다진 하우스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엔 3위를 차지했고 2022년 처음으로 2위 고지를 밟았다. 2023년의 경우 3위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증권도 수년째 발전공기업 대상 커버리지를 강화하고 있다. 2019년 공동 14위에 불과했지만 2020년 8위, 2021년 6위로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2022년엔 3위에 오르더니 2023년에도 4위를 수성하면서 상위권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보증권과 한양증권 등은 여신전문금융채권(FB)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발전공기업은 일괄신고 제도를 통해 회사채를 찍고 있기에 발행 프로세스가 FB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과 발행 등 여전채 노하우를 발전공기업 회사채 시장에 접목시키는 게 수월한 셈이다.

대형사 입장에서 발전공기업 회사채의 인수 매력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무엇보다. ESG 채권시장을 공략하려는 하우스엔 연간 트랙레코드의 볼륨을 유지하는 데 주효하다. 발전공기업은 국내에서 ESG 채권을 가장 많이 발행하는 기업집단(2022년 2조100억원)이다. 최근 ESG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으나 향후 존재감이 커지면 주관 수임에 뛰어들 증권사가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증권사 커버리지 지도,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데이터 조사 대상은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신세계그룹, HD현대그룹, GS그룹, 현대자동차그룹, CJ그룹, 미래에셋그룹, 발전 공기업, 4대 금융지주사 등 회사채 발행 상위 13개 집단입니다. 해당 집단에 포함된 계열사들이 2023년 1월부터 2023년 12월 말까지 발행한 회사채에 대해 증권사별 인수금액을 조사했습니다. 캐피탈·카드채 등 여전채는 유통구조가 상이해 IB 업무를 트레이딩 부서에서 전담하는 경우도 많아 증권사의 커버리지 변별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고려해 제외했습니다. 주관사의 경우 계열 증권사가 배제되고 일부 대형 증권사에만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인수금액만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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