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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G 공시준비 중간점검

'한국형 기준 제정조직' KSSB의 치열한 고민

④상반기 6회 논의, 외국사례 검토…'기후회복력 분석' 등 보완 필요성 제기

박동우 기자  2023-07-28 15:33:16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공시 관리'다. 기업 정보 제공을 총괄하는 만큼 공시 제도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2021년부터 금융당국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시 의무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2025년 자산총계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 먼저 의무를 부과한 뒤 2030년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시 의무를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THE CFO는 한국형 ESG(K-ESG) 공시 의무화 추진을 둘러싼 현안을 점검하고 개선·보완 방안을 탐색해본다.
한국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기준을 수립하는 핵심 조직은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다. 작년 말 회계기준원 산하 기구로 발족한 뒤 여섯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안건에는 KSSB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담겼다. 위원들은 외국 가이드라인 사례를 검토하면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공시 정보 위치, 기후 회복력 분석 공시 등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만한 대목을 골라내 바람직한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회계기준원 산하기구' 발족, 위원 7인방

KSSB가 출범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다. 금융위원회의 조력에 힘입어 회계기준원 산하 기구로 발족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ESG 공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행보와 맞물린 조치였다.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는 논의에 적극 대응하고 국내 ESG 공시표준 수립을 촉진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위원은 7명으로 구성했다. 초대 위원장은 김의형 전 원장이었으나 올해 3월부터 이한상 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세환 회계기준원 상임위원도 참여했다. 비상임위원으로는 자본시장 이해도가 뚜렷한 전문가들을 채웠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양태영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이병래 공인회계사회 부회장 등이 포진했다. 금융위에서는 백복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금감원은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를 비상임위원으로 추천했다.

올해 6월 말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위원회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을 먼저 검토한 뒤 국내 실정에 적합한 ESG 공시표준을 설계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자연스레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SASB) △유럽연합 지속가능성 보고기준 △ISSB 산업별 기준 등 다양한 화두에 초점을 맞춰 논의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공개된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검토하면서 첫 발을 뗐다. 우려가 불거진 대목은 ESG 관련 재무정보를 공시 보고서의 어느 위치에 추가할 것인지 여부였다. IFRS재단 산하 ISSB는 '일반목적재무보고' 내에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금감원 전자공시 서식으로 살피면 사업보고서에 해당했다.

KSSB는 "기업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법령에 따라 사업보고서 서식이 갖춰진 만큼 한국에서는 별도 공시 양식을 추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칫 기존 사업보고서에 ESG 재무정보를 수록했다가는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짊어지게 돼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다분하다고 인식했다.

◇공시 '비용 절감'과 '모호성 해소' 인식 공감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역시 중요한 논의사항으로 부상했다. '기후 회복력 분석'을 둘러싼 ISSB 가이드라인이 쟁점이었다. 회복력 개념이 모호한 만큼 구체적 분석 지침과 예시가 도출돼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업 자체 역량으로 분석 결과를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나 외부 기관의 용역이 불가피하고 공시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사업장 바깥에서 수행하는 모든 경영활동과 관계된 온실가스(스코프3) 배출량을 산정하는 과정 역시 추가 검토와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데 중지를 모았다. 기업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하는데다 임직원, 협력사 등 여러 단위를 겨냥해 온실가스 배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 역시 풀어야 할 숙제였다.


KSSB는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둘러싼 한국형 기준 정립 방향을 고심했다. 모범 예시 수준으로 안내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세한 규칙 중심의 지침을 수립하면 획일적 내용의 공시 일색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위원회를 조력하는 회계기준원 지속가능경영지원센터는 연구를 수행해 스코프3 공시 보완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우선 관련법을 정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조직 경계를 명확히 구분짓자고 제언했다. ISSB 기준에서는 연결실체를 기준으로 보고하도록 해놨는데 국내 녹색성장기본법과 상법에서는 개별기업이나 사업장으로 적시했기 때문이다.

△자본재 △임대차자산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 15개 배출원 카테고리에 대한 분류도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회사가 15개 카테고리 전체를 공시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따른다는 이유가 작용했다. 협력사, 고객사 등의 범주에 관한 상세한 지침을 마련해 배출량 공시 정보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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