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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T모티브 CFO의 '특별한' 소통

박동우 기자  2024-04-19 08:43:16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말을 직접 듣기란 만만찮은 일이다. 특히 접점이 전혀 없던 기업의 재무임원 발언을 들으려고 사업보고서 작성책임자 연락처로 전화하면서 체감한다. 연락을 받지 않거나 투자자 소통(IR) 부서 실무진으로 연결된다. 심지어 기자라 밝히자 3초만에 연결이 끊어지는 사례도 겪었다.

하지만 SNT모티브는 달랐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박종길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의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다. 연결음이 두세 번 이어진 뒤 수화기 너머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무님 맞으신가요? 상무님께서 CFO 역할을 하고 계신 거죠?" 물으니 "예, 그렇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고 코멘트를 얻은 뒤 휴대전화 연락처까지 교환하니 내심 보람찼다.

많은 CFO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좀처럼 어필하지 않는 가운데 직접 전화를 받아 대화를 이어가는 박 본부장의 모습은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게 '소통'의 본질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랬다. 정제된 문장을 주고받을 때보다 상대방과 목소리를 나누는 대화가 조금 더 진솔하고, 선명하고, 진중하다.

SNT모티브는 군대에서 한번쯤 잡아봤을 'K2 소총'을 만드는 회사다.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돈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더한 유동성은 지난해 말 4000억원을 돌파했다. 외부 조달 없이 일궈낸 결과다. 전체 차입금이 2억원에 불과하고 차입금 의존도는 수년째 제로(zero) 수준이다.

쌓아둔 실탄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박 CFO의 답은 신성장 산업으로 가닿았다. "저희가 신규 투자를 대비해 재원을 가지고 있고요. 친환경 자동차, 특히 전기차 시장 전망을 살피면 관련 부품 연구나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죠."

일찌감치 SNT모티브는 방산을 넘어 미래차 섹터로 진출했다. 구동모터와 시동모터를 생산해 현대차그룹과 한국GM 등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탑재를 겨냥했다. 어느새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로 벌어들인 금액이 80%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팽창하는 산업 밸류체인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는 관문이 '투자'다. 동종업계 기술력 격차를 벌려 우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협력사를 압도하는 캐파(CAPA)로 고객사와 거래선을 한층 끈끈하게 다질 수도 있다.

박 CFO의 말 속에는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메시지가 깃들었다. 꾸준한 성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성장을 갈망한다. 회피하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내는 자신감은 SNT모티브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토대였다. STN모티브가 그려갈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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