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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시총분석

HK이노엔, 꺾인 실적에도 1조 터치…키워드 '신사업'

항암제·독감 코프로모션 발굴로 추가 수익 기대감… R&D 늘리며 '모멘텀 응축' 지속

최은수 기자  2023-08-23 10:13:17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HK이노엔이 역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가는 반등하며 시가총액 1조원 고지를 탈환했다. 이번 매출 부진이 특히 특정 제품의 약가 인상에 따른 일시적 회전 증가에 영향을 받았고, 추후 외연을 확장할 신사업도 속속 자리하는 점 등이 골고루 반영된 결과다.

블록버스터 K캡을 이을 '넥스트'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해외 진출과 새 파이프라인 확충 등 전략적인 사업 구상으로 메우는 모습이다. 전문의약품(ETC)에 대한 적잖은 R&D 투자가 지속되는 점은 추후 모멘텀을 긍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넉달 만에 시총 1조 복귀… 반기 실적 두자릿수 줄었지만 "신사업 기대감 더 크다"

HK이노엔은 22일 1조213억원의 시가총액으로 장을 마쳤다. 하반기 초 8000억원을 하회하던 시가총액 흐름은 실적발표 시즌을 지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간으로 살펴보면 올해 4월 21일 1조 몸값이 무너진 이래 약 4개월 만의 복귀다.

HK이노엔은 이달 초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넘게 줄어든 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하반기부터 주가 상승세가 끊기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세부적으로 HK이노엔의 올해 반기 매출액은 2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6% 역성장을 기록했다. 섹터에서 제약업으로 구분되는 만큼 매출 감소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앞서 매출 감소에 대한 '정성적 요인' 그리고 신사업이 속속 구체화하며 전반적으로 향후 실적에 대한 전망이 밝은 점 등이 주가 흐름에 반영됐다.

올해 반기 매출 감소는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의 가격 인상 전 출하 집중에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작년 상반기의 호실적은 앞서 가다실 백신의 재고 회전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킨 데 따른 비경상적 요인이었다는 뜻이다.

HK이노엔은 2014년 4월 CJ제일제당이 제약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했다. 2018년 한국콜마가 1조3000억원에 인수했고 2020년 2월 사명을 HK이노엔으로 바꿨다. 2021년 8월 1조7000억원의 밸류를 받으며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 이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케이캡 이을 R&D 지속… 수액제·항암 파이프라인 등으로 내년 매출 극대화 전망

HK이노엔은 기존엔 공모가 회복을 위한 반전 카드로 대표작 케이캡을 앞세웠다. HK이노엔의 대표작은 P-CAB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및 소화성궤양 치료제다. 국내 출시된 P-CAB 제제 중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면서 계열 중 최고 지위를 유지하는 중이다. 최근 중국, 멕시코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출시가 이어지면서 시장 상황은 긍정적이다.

내부적으론 케이캡을 이을 파이프라인 확충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특히 반기 기준 전체 매출액의 10% 가량을 전문의약품(ETC)을 비롯한 신약 연구개발비용으로 지출한 점도 눈길을 끈다. 매출은 줄었지만 오히려 R&D 비용은 늘리며 내실을 다지려는 모습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혁신신약을 비롯한 '제약'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건강·미용, 그리고 음료를 아우르는 HB&B 부문 R&D 비용은 줄곧 줄이면서 ETC 관련 R&D 규모는 지속 확대한 게 일례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ETC R&D로 340억원을 지출했다. 이 기조를 이어갈 경우 연간 ETC R&D 비용은 처음으로 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증가는 수액제 및 각종 코프로모션을 통한 신사업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액제매출 연간 두 자릿수 성장 예상된다. 하반기부터 종합영양수액 신규라인(대소공장)도 구축이 완료되면서 양산 체제에 들어섰다. 시장에선 수액제 사업 연착륙에 따라 내년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이밖에 삼양홀딩스와의 항암제 제넥솔 코프로모션, 한국로슈와의 인플루엔자백신 조플루자 코프로모션 등 제품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라며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 연구과제 지속 발굴하고 시기에 걸맞은 마케팅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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