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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DB운용 엿보기

현대차 DB 적립금, 펀드 투자 확대…운용방식 다변화

현대차증권 통해 미래에셋·KB운용 등에 도합 1300억 투자

이돈섭 기자  2023-08-25 16:31:19

편집자주

기업의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운용 성과는 회사 부채 관리의 문제를 넘어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노후 자금 확보와 맞닿아있다. 따라서 DB 사외적립금 투자 내용과 성과는 자금을 관리하는 CFO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관심이 높을수 밖에 없다. 더벨은 상장기업들의 DB운용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현대자동차가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적립금 운용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연초 이후 퇴직연금 사업자 현대차증권을 통해 코코본드에 투자한 데 이어 현대차증권 신탁 비히클로 채권 운용 뿐 아니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 외부 운용사 장기 채권 펀드 비히클로 운용 방식을 바꾼 점이 눈에 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6월 말 현대차증권을 통해 미래에셋운용 중장기 채권 펀드에 DB 적립금을 태웠다. 투자 적립금은 800억원 규모로 비슷한 시기 KB운용 측에 DB 적립금 500억원을 투입키도 했다. 현대차는 과거부터 DB 적립금의 일부를 꾸준히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입해 오곤 했다.

현대차의 경우 계열사인 현대차증권과 운용관리 계약을 체결하고 복수의 은행 및 보험사와 자산관리 계약을 맺는 언번들형 계약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 사외적립자산은 5조9879억원으로 적립비율 114% 정도를 유지하면서 한 해 동안 적립금의 99.9%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외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리금보장형 상품 인기가 높았지만, 연초 이후 시장 일각에서 금리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면서 채권 자산으로 적립금 이동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에 이어 올 상반기 현대차도 코코본드에 적립금 일부를 투자해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운용과 KB운용 등 중장기 채권 펀드에 적립금 일부를 태운 것 역시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부분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현대차의 경우 1년 단위로 성과를 책정하는데, 현시점에서 만기매칭 상품에 적립금을 태워 운용할 경우 1년 뒤 수익률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현대차 적립금을 태운 미래에셋운용 펀드는 10년물 국공채에 투자하는 만기매칭 채권형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운용만료 시점과 채권 만기 시점을 맞춰 운용하는만큼 채권 만기 보유를 목적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에서 추산한 해당 펀드의 연 목표 수익률은 4% 안팎 수준이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 적립금의 운용관리 기관이기도 하지만 일부 적립금에 한해 자산관리 업무를 함께 맡고 있기도 하다. 금투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증권이 직접 중개를 통해 신탁 운용해 오던 현대차 DB 적립금을 외부 운용사 펀드를 선정해 위탁운용을 시도한 것 자체가 다소 이례적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고용노동부는 올 상반기 현대차증권과 삼성생명 등과 같이 계열사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을 전담하고 있는 사업자 측에 계열사 적립금 비중을 줄이라고 요구한 상황. 현대차증권은 비계열사 영업 강화를 통해 운용관리 비중을 줄인다는 방침인데, 이와 동시에 자체 운용 적립금 규모 역시 줄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상반기 현재 기준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위탁 규모는 약 16조원. 증권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적립금을 위탁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 등 DB 적립금 위탁 규모가 14조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DC 적립금은 2945억원(1.8%)에 불과하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과거 현대차증권, 미래에셋운용 등과 함께 국내 최초로 DB 적립금을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등 운용에 상당히 적극적인 사업장 중 하나"라며 "시장 상황과 정책 당국 스탠스에 따라 연말께 적립금 운용의 다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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