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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현대모비스 CFO, 확실한 '영전 코스'

2013년 이후 역대 재경본부장 3인, '계열사 대표' 또는 '그룹 컨트롤타워'로 이동

양도웅 기자  2024-01-02 13:45:24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서 두 가지 상징성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친정'이라는 점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1977년 설립·2000년 사명 변경)의 초대 대표이사였다.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동시에 경영 능력을 입증한 곳이 현대모비스다.

다른 하나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현대모비스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4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구성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모든 고리에 포함된 2개의 계열사 중 한 곳이다(나머지 하나는 현대차). 2018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배경으로 현대모비스 역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모두 오너와 가까운 거리에서 일했다. 현재 CFO 조직인 재경본부가 2013년 만들어진 이후 CFO를 역임한 3명(현직 제외)의 CFO는 사내이사로서 대표이사를 지낸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과 이사회에서 중요 의사결정을 함께 했다.

실질적으로는 이사회에서 오너의 조언자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지만 오너에게 직접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과를 보일 시 크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현대모비스 CFO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모두 현대모비스 역대 CFO들이 거둔 성과에 만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3년 첫 번째 재경본부장에 선임된 최병철 사장부터 한용빈 부사장, 배형근 사장까지 사실상 모두 영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 명의 CFO는 재직 시절 정 명예회장, 정 회장과 일해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최 사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직급은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현대차 재경본부장으로 옮겨 2020년까지 약 4년간 현대차 CFO를 지냈다. 2020년 사장 승진과 더불어 현대차증권 대표에 선임돼 지난해 말까지 3년 넘게 이끌었다. 현대모비스 CFO 중 최초로 사장과 계열사 대표에 올랐다.

한용빈 부사장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으로 일했다. 이후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으로 불리는 현대차 기획조정실로 옮긴 뒤 기획조정3실장으로 계열사 재무·관리와 대(對) 협력사 업무 등을 5년 넘게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 때 직급인 부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맡은 업무의 중요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배형근 사장은 201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사장 승진과 더불어 현대모비스 대표에 선임됐다. 최 사장에 이어 현대모비스 역대 CFO 중 두 번째로 사장 승진과 계열사 대표 선임을 달성한 인물이다.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 대표에 공식 선임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배 사장에 이어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에 선임된 박기태 전무가 선배들처럼 앞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부사장 승진 등 영전할지도 관심사다. 전임자들인 한 부사장과 배 사장 모두 재경본부장에 선임된 지 각각 1년 만에, 4개월 만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전무는 배 사장의 현대차증권 대표 선임으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그 또한 선배 CFO들과 마찬가지로 정의선 회장 옆에서 이사회 활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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