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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Change

6년 만에 CFO 바꾼 현대모비스, 박기태 전무 낙점

기존 회계관리실장 선임…요직으로 가는 '등용문'

조은아 기자  2023-12-21 07:54:25
현대모비스의 곳간지기가 6년여 만에 바뀌었다. 기존 배형근 사장이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후임으로 박기태 전무가 낙점됐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기아 못지않게 그룹 모빌리티 전환의 중심에 있는 곳이다. 올해 초 앞으로 3년 동안 10조원을 투자한다는 대규모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21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로 영전한 배 사장의 후임으로 현재 회계관리실장을 맡고 있는 박 전무가 낙점됐다. 그는 이번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현대모비스의 새 재경부문장에 올랐다. 현대모비스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재경부문장 아래 재무관리실, 회계관리실, 경영관리실 그리고 IR 담당조직을 두고 있다.

배 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모비스에서 CFO를 지냈다. 근무기간은 꽉 채운 5년이었다. 현대모비스는 물론 현대차그룹을 통틀어 CFO 자리를 오래 지킨 인물은 드물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꼽힌다. 전임자의 그림자가 짙은 만큼 신임 CFO 박 전무의 어깨도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은 1965년생, 박기태 전무는 1968년생으로 나이차이는 그리 크지 않지만 걸어온 길은 상당히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배 사장이 현대차 출신인 반면 박 전무는 현대모비스 출신이다. 배 사장의 경력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현대차에서 총무팀 비서로 근무했다는 점이다. 5년 넘게 근무하며 그룹 내 주요 임원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다. 이 시기 업무능력을 가장 먼저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8월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으로 선임되며 현대차에서 현대모비스로 이동했고 같은해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전체 경력을 보면 기획과 재무를 아우른다.

반면 박 전무는 대학원에서 세무를 전공하고 세무팀장, 회계관리실장을 지내며 재무 한우물을 팠다. 2018년 이사대우(현 상무)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을 달았고 이번에 전무가 됐다. 전임자가 CFO 선임 전 전무였다가 선임 뒤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직급이 한 단계 낮아졌다.

현대모비스는 격변의 시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에서도 최전선에 서 있다.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및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2월 10조원 규모의 새로운 중기계획(2023~2025년)을 발표했다. 지난해 내놓은 3개년 중기계획(2022~2024년)보다 투자규모가 2조원 늘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내부 투자에 기존보다 2조원가량 늘린 5조~6조원을, 외부 투자에 3조~4조원을 투자한다.

현금 5조원도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제시했던 4조4000억원보다 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지속적 연구개발(R&D)과 해외 생산거점 투자로 전년 대비 가용 현금은 줄어들고 시장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CFO로선 쉽지 않은 과제다. 버는 돈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투자 재원은 전보다 더 확보해야 하고 현금 보유도 늘려야 한다.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CFO는 요직 중에 요직으로 꼽힌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전임 CFO 3명의 재임기간을 더하면 무려 17년에 이를 정도로 그간 변화가 거의 없던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믿을맨'에게 맡기는 자리로도 해석된다.

전임자의 행적만 봐도 알 수 있다. 배 사장 직전 현대모비스 CFO를 맡았던 한용빈 부사장은 현대차로 이동해 현대차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기획조정실에서 근무 중이다. 그 전 현대모비스 CFO를 지낸 인물은 최근까지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최병철 전 사장이다. 그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에서 CFO를 지낸 뒤 2020년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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