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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드라이브' 현대모비스, 현금 확보는 조심스럽게

현금성자산 보유량 8026억↑, 투자·재무 현금흐름 순감소에도 금융자산 활용

강용규 기자  2023-11-24 14:56:41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발맞춰 세계 각국에 전동화 부품 생산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비계열사 전동화 부품 수주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투자에 더욱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차입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금융자산을 현금화하는 등 조심스러운 현금 확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3년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4조890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19.6%, 8026억원 증가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모비스 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가 단시일 내에 현금이 부족하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올해 들어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능력이 확연히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3분기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조4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239.1% 급증했다.

그럼에도 이 기간 현대모비스는 기타금융자산 보유량을 5조6432억원에서 4조7493억원으로 8939억원 줄이는 등 예금의 현금화를 병행하면서까지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및 증설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인 만큼 유사시를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모비스는 현재 국내와 북미, 중국, 인도네시아, 스페인, 체코 등 6개 지역에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올해 들어 투입한 설비투자 금액만 1조1920억원이다.

이러한 동시다발적 투자는 완성차업계의 전동화 드라이브와 맞물려 있다. 인도네시아 배터리시스템 공장처럼 기본적으로 현대차그룹의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가 중심이지만 폴크스바겐으로의 전동화 부품 공급을 위한 스페인 생산기지 확보 계획처럼 비계열 수주물량의 소화를 위한 투자도 있다.

그룹 내·외부를 가리지 않는 전동화 부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투자활동에서의 현금 유출은 점점 속도를 더해가는 중이다. 올해 1~3분기 현대모비스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조14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유출 규모가 65.2% 증가했다.

이 기간 특히 유형자산 취득을 통한 현금흐름 감소가 6701억원에서 1조1887억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설비투자의 완수를 위해 앞으로도 1조4489억원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모비스는 당분간 투자활동에서 마이너스 현금흐름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반면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고금리 탓에 외부로부터의 현금 조달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1~3분기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1조66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808억원 대비 현금 유출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자사주 취득과 배당금 지급 등 주주환원에 6526억원의 현금이 쓰이기도 했지만 단기차입금의 차입 3조6968억원, 상환(유동성 장기차입금 포함) 4조5660억원에서 나타나는 상환 우위의 현금 조달전략에 기인하는 바가 더욱 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차입 5조1101억원, 상환 4조5773억원의 차입 우위 전략에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10년(2013~2022) 동안 현대모비스는 2013년 2062억원, 2015년 1698억원을 제외하고 연간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상환 우위 기조가 세워져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1조원 이상의 현금 순유출이 나타난 해는 없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들어서의 상환 집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모비스는 영업에서의 현금흐름 창출과 예금의 현금화 등 자체적인 현금 확보에 집중하면서 차입과 관련한 부담은 줄여가는 보수적 재무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해외 금융기관 7곳으로부터 북미 전동화 거점 구축을 위한 투자자금 9억4000만달러(1조2246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여기에서도 그린론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금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나타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와 시장금리 상승 등 여의치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글로벌 전동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저금리 차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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