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전자가 레버리지를 활용한 인수합병(M&A)으로 급속히 사세를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 주가 변동으로 난항에 부딪혔다. 주가 하락으로 키움증권으로부터 빌린 300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의 담보 가치가 낮아지면서 반대매매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성호전자는 이달 중 주식담보대출 총액 가운데 2000억원가량 상환한다는 방침이다. 재원 확보 차원에서 2500억원 신규 전환사채(CB) 발행에 착수했다. CB 발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 대출 등을 활용해 반대매매 우려는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성호전자는 최근 2000억원에서 최대 2500억원 규모 CB 발행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할 예정으로, 1차 조달 규모는 1000억원으로, 8월 14일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NH투자증권을 주선사로 선정했고 현재 기업설명회(IR)에 한창이다.
나머지 1500억원가량은 신기사인 푸른인베스트먼트먼트를 비롯해 복수 PEF 운용사들로부터 나눠서 투자를 받겠다는 방침이다. 푸른인베스트먼트는 전체 CB 물량 가운데 200억원 규모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 복수 PEF 운용사들과도 접촉 중이지만 아직 FI별 투자 유무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규모 자금 조달 배경은 차입금 상환이다. 성호전자는 지난해와 올해 크고 작은 M&A를 연이어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차입금이 급증했다. 성호전자의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은 2024년 1099억원에서 지난해 말 1686억원, 올 1분기 1971억원으로 늘어났다. 장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 사채 제외)도 2024년 356억원에서 지난해 195억원으로 줄었다가, 올 1분기 1873억원으로 급증했다. 차입금 규모가 대폭 커진 이유는 연결범위 확대에 따른 자회사 기존 대출 합산, 국내외 은행 운전자금 및 시설자금 확대, 모회사 및 관계사 차입 등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M&A 비용 확보차 메자닌도 꾸준히 발행하면서 금융부채 총액은 대폭 증가했다. 대표적 사례가 에이디에스테크로, 총 인수대금 2800억원 가운데 700억원을 올 1월 제18회 CB와 제19회 BW를 발행으로 확보한 총 800억원을 활용해 마련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장비업체 인티맥스를 640억원에 인수할 예정인데, 기발행 메자닌을 활용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매도 측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인티맥스 매각 대금 전부를 성호전자가 보유 중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M&A 시행 시 메자닌을 적극 활용하면서 금융부채로 포함되는 CB, BW, RCPS가 갈수록 늘고 있다. CB는 2024년 4억원에서 올 1분기 468억원으로 늘었다. BW도 2024년 91억원에서 올 1분기 195억원으로, RCPS도 각각 107억원에서 402억원으로 증가했다.
상환우선주부채도 올 1분기 351억원이 신규 발생했다. 올 1분기 기준 메자닌 총액(CB+BW+RCPS+상환우선주)이 1416억원으로 단기차입금(197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금융부채 합계가 2024년 2142억원에서 지난해 2714억원, 6286억원으로 대폭 늘어난 핵심 배경이다.
대대적인 외부 펀딩으로 부채가 쌓이는 가운데 이번 2500억원 CB 발행과 직결되는 요인은 주식담보대출이다. 앞서 서룡전자는 성호전자 주식 2729만2815주를 담보로 키움증권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했다. 이 중 1700억원을 성호전자에 흘려보냈고, 성호전자는 이를 통해 에이디에스테크 인수금융을 모두 상환했다. 서룡전자가 대출할 당시 담보로 제공한 성호전자 주식의 담보가치가 차입금의 200%(6000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문제는 주가다. 대출약정서를 작성한 4월 2일 종가는 4만4000원이었고, 이후에도 4만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서서히 빠져 7월에는 1만원대 후반을 기록했다. 27일 종가는 1만7510원이다. 이로 인해 반대매매 우려가 발생하자 성호전자는 CB 발행을 통해 서룡전자 대출금을 상환한 뒤 서룡전자가 이를 활용해 주담대를 끄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대출액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주식의 담보 능력이 커지기 때문에 반대매매 우려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까지 1100억원을 상환했고, 이번 주 500억원을 추가로 상환할 예정이다. 아울러 2500억원 규모 신규 CB 발행을 마무리하면 최종적으로 3000억원 중 2000억원 이상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차입금과 메자닌 규모는 쌓이는 가운데 성호전자의 현금성자산은 2022년 430억원에서 2023년 549억원으로 늘었다가, 2024년 468억원, 2025년 315억원으로 2년 연속 줄었다. 차입금과 메자닌이 급격히 늘어난 시기와 맞물려 실제 곳간은 얇아진 모습이다. 올 1분기 들어 현금성자산은 1082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에이디에스테크 등 신규 인수 자회사들의 현금성자산이 연결편입되며 합산된 효과로 회사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늘어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영업활동현금흐름(FCF)도 급등락을 반복해 2024년 110억원 손실을 냈다가 지난해 155억원으로 돌아섰고, 올 1분기 다시 17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은 2024년, 2025년, 올 1분기 각각 -517억원, -439억원, -2191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자체 현금이 아닌 레버리지로 공격적 M&A 행보를 이어가면서 시장에서는 성호전자를 향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호전자는 메자닌과 인수금융을 활용한 공격적인 M&A 전략을 앞으로도 이어간다는 기조다. 현재 2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세아FSI 인수를 추진 중이고, 성호전자 자체적으로도 200억~300억원을 들여 동광명품도어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성호전자 측은 M&A를 위해 과하게 차입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해 왔다는 입장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M&A는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금액이 얼마 들어가지 않아 부담도 덜하다는 설명이다.
성호전자 관계자는 “에이디에스테크 이전까지는 메자닌을 활용해 M&A한 사례가 없고, 인수대금 규모도 크지 않았다”며 “인수금융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현금흐름이 탄탄하고 자산이 있는 회사들을 저가에 인수한 뒤 단기간에 인수금융을 상환해 왔고 현재 남은 인수금융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