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합산 매출이 지난해 2조3000억원 넘게 줄었다. 감소분의 60%는 롯데케미칼 한 곳에서 나왔다. 그룹 합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였지만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체 외형을 끌어내렸다. 케미칼과 유통·면세사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계열사의 매출은 사실상 제자리였다.
그룹 외형이 케미칼에 좌우되는 구조는 올해도 이어졌다. 상반기 합산 매출은 7% 늘며 반등했지만 증가분의 4분의 3 이상이 케미칼 몫이었다. 롯데케미칼 본체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은 오히려 더 낮아졌지만 제품 가격이 오르며 매출이 증가했다. 물량보다 판가가 외형의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케미칼 판가 하락에 기초화학 내수 20% 급감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 단순 합산 매출은 63조7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2조3454억원(3.5%) 감소했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호텔롯데의 연결 실적에 이들 회사의 연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롯데건설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실적을 더한 수치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롯데렌탈과 금융사인 롯데캐피탈은 제외했다.
전체 감소액의 60.2%는 롯데케미칼에서 발생했다. 롯데케미칼 매출은 18조4830억원으로 1조4118억원(7.1%) 줄었다.
주력인 기초화학이 가장 크게 흔들렸다. 기초화학 부문 매출은 6.2% 감소했고 특히 내수 매출이 20.8% 급감했다. 수출이 소폭 늘었지만 내수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제품 가격 하락의 영향이 컸다. 폴리에틸렌(PE) 국제가격은 8.2%, 벤젠 가격은 23.8% 떨어졌다. 회사는 원료 가격 하락과 미국 관세에 따른 수요 위축을 배경으로 꼽았다.
공장도 덜 돌았다. 롯데케미칼 본체 NCC 가동률은 2023년 87.8%에서 지난해 73.0%로 2년 사이 14.8%포인트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LC타이탄의 NCC 가동률도 45.0%에 그쳤다. 제품 가격 하락에 생산설비 가동률 저하까지 겹쳤다. 여기에 롯데지에스화학이 지분 일부 매각으로 공동기업으로 전환돼 연결 대상에서 빠지면서 기초화학 외형이 축소됐다.
첨단소재 부문과 동박을 생산하는 전지소재 부문 매출도 각각 7.0%, 24.9% 줄었다. 네 개 사업부문 가운데 매출이 늘어난 곳은 제품 가격이 상승한 정밀화학뿐이었다.
◇유통·면세는 외형 대신 수익성 선택 롯데케미칼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합산 매출은 9336억원(2.0%) 감소했다. 코리아세븐이 포함된 롯데지주 유통부문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에서 줄어든 외부 매출만 합쳐도 9364억원이었다. 두 사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계열사의 매출은 모두 더해도 전년과 사실상 같은 수준이다.
유통과 면세사업의 매출 감소는 케미칼과는 성격이 달랐다. 저수익 점포와 거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출 감소를 감수했다.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 이후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면서 매출이 9.3% 감소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월 대형 따이궁과 거래를 중단해 면세사업부 매출이 13.8% 줄었다. 따이궁은 면세품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 되파는 업자로, 면세점은 이들을 유치하려고 높은 송객수수료와 할인을 제공해 왔다.
대신 면세사업부 영업손익은 1432억원 적자에서 51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을 줄이면서 손익을 약 1950억원 개선했다. 외형보다 수익성을 택한 결과다.
나머지 계열사는 증감이 엇갈렸다. 롯데지주는 유통부문 부진에도 식품부문 성장으로 감소 폭을 줄였다. 롯데웰푸드 매출은 늘었지만 롯데칠성음료는 매출이 3조9000억원대로 줄며 4조원 선을 지키지 못했다.
호텔롯데는 호텔과 월드사업의 성장으로 면세사업 감소분을 일부 메웠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부의 매출이 뒷걸음쳤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할인점은 영업손익도 650억원 흑자에서 7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글로벌로지스 매출은 줄었고 롯데건설은 소폭 늘었다.
◇공장 덜 돌렸는데 매출 반등…다시 판가가 좌우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흐름이 반대로 움직였다. 주요 계열사의 합산 매출은 33조17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1830억원(7.0%) 늘었다. 증가분의 77.4%가 롯데케미칼에서 나왔다.
롯데케미칼 상반기 매출은 18.8% 증가했다. 지난해 외형을 끌어내렸던 제품 가격이 반대로 움직였다. PE 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22.1%, 벤젠 가격은 38.2% 올랐다. 생산설비를 더 돌려 얻은 성장은 아니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 본체 NCC 가동률은 60.7%로 지난해 연간 73.0%보다 더 낮아졌다.
케미칼을 제외한 상반기 합산 매출 증가율은 2.2%에 그쳤다. 롯데쇼핑과 롯데지주는 소폭 성장했고 롯데건설 매출은 감소했다. 호텔롯데는 면세사업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지난해 따이궁 거래 중단에 따른 낮은 기저의 영향이 반영됐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가동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나타난 매출 증가는 석유화학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기보다 판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판가 상승이 실제 수요와 가동률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올해 나타난 외형 반등의 지속성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