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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기업 전략 점검

롯데쇼핑, 자산매각에도 빚 부담 '아직'…저평가 탈출 조건은

PBR 0.17배, 투자·배당 병행 속 현금창출력 개선 관건

정명섭 기자  2026-11-03 22:17:10

편집자주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며 기업가치 개선을 유도하고 나섰다. 저평가 배경에는 낮은 자본효율성과 성장 정체, 소극적인 주주환원,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더벨은 산업계 전반의 저PBR 원인을 분석하고 주요 기업의 대응 전략과 시장의 재평가 가능성을 짚어본다.
롯데쇼핑의 저평가 해소 과제로 현금창출력 개선이 떠올랐다. 백화점 호조로 영업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비백화점 사업의 손실과 이자 부담으로 순이익 개선 효과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비핵심 점포 매각을 이어가고 있지만 리스부채를 포함한 연결 순차입금은 여전히 11조원대다.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을 늘려야 오카도 물류시설과 해외사업 투자를 감당하면서 차입금 축소와 배당을 병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BR 0.17배…백화점 호조에도 순이익 개선 제한적

한국거래소가 2일 공표한 저PBR 기업 명단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PBR은 0.17배로 집계됐다. 롯데쇼핑이 속한 유가증권시장 자유소비재 업종의 하위 25% 기준값(0.38배)보다 낮은 수준이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지난 7월 20만3500원까지 올랐다가 백화점 성장세 둔화 우려가 불거지자 8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한때 실적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3년 가까이 이어진 저평가 구간을 벗어나기에는 부족했다.

출처=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34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6%나 늘었다. 분기 영업이익 증가율도 작년 4분기 55%, 올해 1분기 71%, 2분기 121%로 갈수록 가팔라졌다.

문제는 이익이 백화점 한 곳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백화점 영업이익은 3109억원으로 연결 영업이익의 90%를 웃돌았다. 백화점 매출이 연결 매출의 25%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쏠림이 두드러진다.

반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할인점은 2분기 국내에서만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커머스(-74억원)와 슈퍼(-18억원)도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는 희망퇴직과 컬처웍스 콘텐츠 손실 등 일회성 비용 228억원도 반영됐다.

영업외 부담도 컸다. 2분기 순이자손실은 1114억원으로 영업이익(899억원)보다 많았다. 영업으로 번 돈보다 이자로 나간 돈이 더 많았던 셈이다. 관계기업 이익 등이 이를 일부 메우면서 연결 당기순이익은 146억원 흑자를 냈다.

하지만 비지배주주 귀속분을 빼면 지배주주 순손익은 28억원 적자였다.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늘었어도 롯데쇼핑 주주에게 돌아가는 순이익은 확보되지 않은 셈이다.

◇점포 팔아도 순차입금 11조원대…자산 매각 카드 한계

롯데쇼핑은 그동안 보유 점포와 유휴자산을 활용해 재무 부담을 관리해왔다. 2010년대부터 점포 매각과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인 세일앤리스백을 진행했고 이후 롯데리츠를 통한 자산 유동화도 활용했다.

그럼에도 차입 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의 순차입금은 2024년 말 11조86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4100억원으로 4500억원가량 줄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늘면서 2분기 말 리스 포함 순차입금은 11조9700억원으로 2024년 말 수준을 넘어섰다. 1년간 줄인 차입금이 반년 만에 원점 이상으로 돌아간 셈이다.

자산 매각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9일 부산 센텀시티점을 신세계에 매각하고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매각가는 2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서울 미아점도 2200억원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만 두 점포를 모두 팔아도 확보되는 자금은 순차입금의 4% 수준이다. 매각 대금도 핵심 점포 재단장과 신규 쇼핑몰 개발에 쓰일 예정이어서 차입금 축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산 매각 중심의 재무관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세일앤리스백은 매각 대금이 들어와도 그만큼 리스부채가 새로 생겨 리스를 포함한 순차입금을 줄이는 효과가 크지 않다.

장부상 순자산이 커진 것도 PBR을 낮추는 요인이다. 롯데쇼핑은 2024년 말 토지 재평가를 반영하면서 7조원대 재평가잉여금이 쌓였다. 이에 따라 주당순자산(BPS)은 2023년 33만원대에서 2024년 54만원대로 뛰었다.

자산의 장부가치는 시세에 맞춰 올라갔지만 그 자산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그대로였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3%대에 머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카도·해외 사업 부담 여전…차입 축소·배당 다 잡을까

투자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8월 영국 오카도와 협력해 부산에 첫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가동했다. 현재 가동률은 10%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70~80% 수준까지는 올라야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동화 물류시설은 주문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에도 감가상각비와 운영비가 발생한다.

해외사업도 지역별로 회복 속도가 달랐다. 베트남 할인점은 2분기 영업이익이 1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7억원 늘었지만 인도네시아 할인점은 7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투자업계는 할인점과 홈쇼핑 등 일부 비백화점 부문의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익 개선이 차입금 축소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0.9배에서 올해 1.3~1.6배로 높아질 전망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겨우 감당하는 수준을 막 벗어나는 단계다.

주주환원도 같은 시험대 위에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결산 기준 주당 4000원, 총 1100억원대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지배주주순이익(516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배당성향은 150%를 웃돌았다. 손상차손 등 비현금성 손실로 회계상의 이익은 줄었지만 영업현금흐름으로 배당을 감당했다. 롯데쇼핑의 배당 여력이 순이익보다 현금창출력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는 순이익이 회복되면서 숫자상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들은 2026년 결산 주당배당금을 4000~5000원으로 추정했고 배당성향은 30~40%대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할인점이 경쟁사 재개장 이후에도 연간 흑자를 유지하거나,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으로 투자비와 리스료를 감당하면서 순차입금을 줄이는 성과가 나타나야 주가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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