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3사가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를 1년 새 절반으로 줄였다. 3사 합계 자본적지출(CAPEX)은 5조368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0조4214억원 대비 48.5% 감소했다. 감축 폭은 SK온이 59.9%로 가장 컸다. 전기차 캐즘 영향에 따른 투자 속도 조절이 눈에 띄게 드러났던 셈이다.
다른 회계 계정에서도 앞선 전기차 캐즘 대응이 확인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장부상 CAPEX와 별개로 설비 확보에 리스를 활용했다. 아직 가동하지 않는 건설중인자산도 LG에너지솔루션은 아주 소폭 감소했고 SK온 역시 환율 영향을 고려하면 순증이 미미했다. 가동률이 낮은 국면인 만큼 완공과 가동 본격화를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3사 설비투자 5조3682억, SK온 59.9% 감소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3사의 2026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3사 합계 CAPEX는 5조36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10조4214억원보다 48.5% 줄어든 규모다. 연결 현금흐름표상 유형자산 취득액으로 3사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한 수치다.
3사 모두 CAPEX를 줄였지만 감축 폭은 각각 달랐다. SK온은 2조4195억원에서 9706억원으로 59.9% 줄어 감축 폭이 가장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조1305억원에서 3조2717억원으로 46.6%, 삼성SDI는 1조8714억원에서 1조1259억원으로 39.8% 각각 감소했다.
가장 많이 CAPEX를 감축한 SK온은 투자 조절 기조도 명시적으로 밝혔다. 반기보고서 향후 투자계획란에 "글로벌 전기차 대외 환경 변화를 고려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사업 중심으로 투자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CAPEX 절대 규모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3사 CAPEX 5조3682억원 중 LG에너지솔루션이 3조2717억원으로 60.9%를 차지했다. 지난해 동기 58.8%보다 비중이 2.1%포인트 높아졌다. 삼성SDI가 21%, SK온이 18.1%로 뒤를 이었다.
매출 대비 투자 강도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유형자산 취득액 비율은 LG에너지솔루션이 23.2%, 삼성SDI가 15.3%였다. SK온은 법인 매출 기준으로는 2.1%에 그치지만 2차전지 사업 매출 4조8161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20.2% 수준이다.
투자 집행액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신·증설 및 품질 강화 투자에 2조689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1조928억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했으며 이 중 에너지솔루션 부문이 1조809억원, 전자재료 부문이 119억원이다. SK온은 반기 투자액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
◇재무적 유연성 확보 사활, 리스 활용 완공·가동 속도 조절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선 CAPEX 외에도 리스를 통한 설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용권자산 2조4915억원을 새로 인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기록했던 142억원 대비 175배다. 사용권자산의 대폭 증가에는 토지·건물 관련 리스가 3827억원에서 2조8892억원으로 늘어난 점이 크게 작용했다.
부동산 관련 사용권자산의 증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직접 부지를 매입하는 대신 장기 임차 방식 등으로도 설비 기반을 넓힌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 캐즘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고 각종 부담이 큰 만큼 장기 임차 방식으로 설비 기반을 넓혀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캐즘에 대응한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재무적 유연성 확보 움직임은 건설중인자산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건설중인자산 규모는 각각 12조3837억원, 12조5379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대비 0.7% 소폭 감소했으며 SK온은 7.6% 늘었지만 환율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순증은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중인자산은 유형자산의 취득과 건설에 사용되는 재료비, 노무비, 중도금 등을 처리하는 계정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산을 임시로 회계처리하는 만큼 공사 진척 상황, 환율 등에 따라 증감은 발생하지만 감가상각을 적용받지 않는다. 감가상각은 공사 등이 완료돼 건설중인자산이 건물, 기계장치 등 본계정으로 대체되고 사용 가능한 상태가 된 이후부터 적용된다.
이를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설비투자에 따른 공사 속도를 조절하거나 설비 가동을 늦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2차전지 업계는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수요 확대가 더디고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설비가 사용 가능한 상태에 이르면 감가상각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투자와 가동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올해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높지 않은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52.8%로 과반을 간신히 넘긴다. SK온은 전체 공장 가동률이 36.4%에 불과하며 지난해 동기에 기록했던 48.7%보다 12.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