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극재 3사의 총차입금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 비중이 68%를 차지했다. 다만 조달 구조는 회사별로 크게 갈렸다. AA- 신용등급을 보유한 포스코퓨처엠은 회사채가 총차입금의 42%를 차지한 반면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은행 차입과 주식연계채권 비중이 높았다.
조달 창구의 차이는 만기와 비용으로 이어진다. 포스코퓨처엠은 올 상반기 회사채 4500억원을 발행해 만기를 뒤로 미뤘다. 엘앤에프는 P-CBO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에코프로비엠은 전환사채(CB)와 공급자금융을 활용했다. 같은 투자자금이라도 두 회사는 차환뿐 아니라 조기상환과 지분 희석 가능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포스코퓨처엠, 회사채 4500억으로 만기 뒤로 22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의 올 6월 말 합산 총차입금은 8조7648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장기 금융기관 차입금과 사채, 전환사채·교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의 장부금액을 더한 수치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은 5조9964억원으로 68.4%, 시장성 조달은 2조7684억원으로 31.6%를 차지했다.
금융기관 차입 비중이 높을수록 차환 때 은행의 대출 한도와 금리·담보 조건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업황 부진이 길어질 경우 회사채 투자자로 조달원을 넓힌 회사와 은행 협의에 의존하는 회사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회사별로 시장성 조달 여력이 가장 큰 곳은 포스코퓨처엠이다. 총차입금 4조757억원 가운데 회사채가 1조7078억원으로 41.9%를 차지했다. 금융기관 차입금은 2조3679억원으로 58.1%였다.
국내 신용평가사 세 곳에서 회사채 등급 AA-를 받은 덕분에 세 회사 중 유일하게 공모 회사채를 조달의 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AA- 등급은 금리뿐 아니라 조달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여력과도 연결된다. 은행 대출 만기가 몰릴 때 여러 해 만기의 회사채로 갈아탈 수 있어 특정 금융기관의 차환 조건에 덜 매이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1월 제23-1회 회사채 3900억원과 제23-2회 녹색채권 60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는 각각 2029년 1월과 2031년 1월, 금리는 3.57%와 3.88%다. 조달액은 전액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데 사용했다.
그 결과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성 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85억원에서 올 6월 말 6799억원으로 3286억원 줄었다. 반대로 비유동 차입금과 사채는 2조8584억원에서 3조3958억원으로 늘었다. 총차입금은 증가했지만 만기를 2029년과 2031년으로 넘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영업현금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확보해 일시에 차환해야 할 위험을 낮췄다.
◇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 은행·메자닌으로 투자자금 엘앤에프는 총차입금 1조7990억원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이 1조2971억원으로 72.1%를 차지했다. 상반기 말 10개 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만 7356억원이다. 적용 금리는 연 2.60~7.23%로 편차가 컸다. 장기 시설자금의 금리 범위는 2.67~5.33%였다. 거래 은행 수는 많지만 조달 수단이 분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차입 조건에 따라 금리가 7%를 넘는 만큼 신용도와 담보, 만기에 따른 비용 차이가 그대로 금융비용에 반영되는 구조다.
낮은 신용등급을 보완하기 위한 조달 수단도 동원했다. 엘앤에프의 회사채 등급은 한국신용평가 BB, NICE신용평가 BB+다. 상반기에는 신용보증기금의 보강을 받는 P-CBO 구조로 400억원을 조달했다. 2025년 발행한 3000억원 규모 BW에서는 상반기 중 신주인수권 행사가 이어지면서 자본이 707억원 늘었다. 다만 실제 현금 유입은 약 17억원이었다.
회계상 자본 증가액과 새로 확보한 유동성 사이에 차이가 큰 만큼 707억원 전부를 신규 투자재원으로 볼 수는 없다. 6월 말 남은 사채 액면은 880억원, 장부금액은 135억원이다. 별도로 2023년 발행한 해외 교환사채의 장부금액 4484억원도 유동부채로 잡혀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은행 의존도가 더 높다. 총차입금 2조8901억원 중 금융기관 차입금이 2조3314억원으로 80.7%다. 일반사채는 998억원에 그쳤고, 6월 말 기준 2023년 발행한 CB의 부채요소가 4588억원으로 시장성 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CB는 2026년 7월 24일을 첫 조기상환지급일로 정하고 이후 3개월마다 지급일이 돌아오는 구조다. 투자자는 정해진 청구기간에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형식상 시장성 조달이지만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만기가 앞당겨질 수 있어 장기 회사채와 같은 만기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운전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급자금융 활용도 늘었다. 금융기관이 납품업체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에코프로비엠이 나중에 갚는 공급자금융 잔액은 지난해 말 183억원에서 6월 말 663억원으로 늘었다. 해당 약정의 결제 기간은 일반 매입채무의 30~60일보다 긴 120~240일이다. 지급 시점을 늦춘 기간만큼 당장의 현금 부담은 줄지만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한 것은 아니다. 영업채무가 금융부채로 바뀌면서 결제기간 연장의 대가로 조달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차입 확대와 별도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마치고 오는 23일 납입을 앞두고 있다. 조달 예정액은 8861억원이며,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대상 청약률은 103.25%를 기록했다.
조달액은 인도네시아 BNSI 니켈 제련소 투자에 7650억원, 헝가리 공장 투자에 1211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자본 확충은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공시상 채무상환자금으로 배정되지는 않았다. 주주가 신규 투자자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