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사업과 재무구조뿐 아니라 이사회 구성원도 통째로 바꿔놓았다. 한화그룹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지 한 달 만인 2023년 5월, 한국산업은행(KDB) 관리 체제 시절 이사진을 대표이사부터 독립이사까지 전원 물갈이했다.
조선·해양 전문가와 관료 출신 인물들이 이사회에 여럿 포진해 있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정치·투자업계 네트워크를 지닌 조지 P.부시가 일찌감치 독립이사로 합류했고, 지난해에는 글로벌 해양 전문가 필립 레비가 사내이사로 합류하면서 한화오션 이사회는 산업 전문성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두루 갖춘 구성으로 바뀌었다.
◇ 2023년 5월, 이사진 전원 교체…오너 3세 직접 합류 한화오션은 2023년 5월 23일 임시주총을 기점으로 이사회를 완전히 새로 짰다. 그 전까지는 박두선·우제혁·이영호(사내이사 3명)와 김인현·최경규·김보원·송민섭(독립이사 4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사내이사·독립이사 전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고, 그 자리를 권혁웅·김종서·정인섭(사내이사)과 이신형·현낙희·조지 P. 부시·김재익·김봉환(독립이사)이 채웠다.
여기에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새로 만들어 오너 3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선임하면서, 이사회 규모는 7명에서 9명(사내이사 3명·기타비상무이사 1명·독립이사 5명)으로 커졌다.
새 사내이사 3명은 모두 한화그룹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권혁웅 대표는 한화그룹 정유·케미칼·에너지·방산 부문에서 임원·대표이사를 지내고, 한화토탈·한화에너지를 거쳐 한화 지원부문을 총괄하던 중 한화오션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김종서 이사는 한화큐셀재팬·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를, 정인섭 이사는 한화에너지 대표를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원으로 있다가 합류했다.
오너 3세 김동관 부회장은 당시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었는데, 인수 직후 그가 직접 이사로 이름을 올린 건 그룹이 조선·해양·방산을 미래 먹거리로 꼽고 PMI를 직접 챙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재무통·학계·법조부터 '미국통'까지…첫 독립이사 5인 새 독립이사진에 옛 최대주주 색채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김재익 이사는 한국산업은행·KDB인프라자산운용에서 집행부행장·대표이사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나머지 네 자리는 학계와 법조 출신이 채웠다. 이신형 이사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겸 대한조선학회장을 지낸 조선 전문가이고, 김봉환 이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출신이다. 현낙희 이사는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갖추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다.
가장 눈에 띄는 독립이사는 조지 P. 부시 이사다. 그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며 금융 전문 변호사로, 텍사스주 일반토지국장을 지내 공직 경험도 갖췄다. 미국 공화당계 인물을 사외이사로 둠으로써 미국을 대상으로 로비력을 끌어올린 모습이다. 한화오션은 선임 당시 "글로벌 투자사업 및 정책분야 전문가로 경영 조언과 사업 확장 자문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 그는 2024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인수와 해군 MRO 사업 수주 등 미국 진출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이사 추가 교체, 이사회 규모 9명→8명으로 인수 이듬해에도 개편은 이어졌다. 2024년 3월 정인섭 사내이사가 사임하고 류두형 경영기획실장이 그 자리를 채웠다. 류두형 이사는 한화에너지·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한화정밀기계 대표를 지낸 '한화맨'이다. 같은 해 10월엔 권혁웅 대표이사가 중도 사임하고 한화종합화학·한화큐셀·한화에너지 등을 두루 거친 김희철 전 한화임팩트 대표이사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독립이사 5명은 임기를 이어가 2024년 말 이사회는 9명 체제를 유지했다.
이사회 규모가 축소된 건 2025년 3월이다. 김종서·류두형 사내이사가 물러나고, 해양·에너지플랜트 사업을 총괄하는 필립 레비(Philippe Levy)가 새 사내이사로 올라섰다. 필립 레비는 25년 이상 SBM 오프쇼어에서 근무한 글로벌 해양 사업 전문가로, 2024년 4월 한화오션에 영입됐다. 글로벌 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한화오션의 메시지가 담긴 인사다.
독립이사들 중에서는 김재익·이신형 이사가 사임하고, 안완기·최훈 이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 김봉환·현낙희·조지 P. 부시 이사는 유임했다. 새로 합류한 두 사람 모두 관료 경험이 두드러진다. 안완기 이사는 한국공학대 산업기술정책연구센터 석좌교수이자 법무법인 율촌의 미국 뉴욕주 변호사·고문으로, 과거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했다. 한국생산성본부 회장과 한국가스공사 부사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최훈 이사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를 거쳐 2017년 금융서비스국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금융정책국장과 주싱가포르 대사까지 지내는 등 금융·외교·관료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결과적으로 2025년 말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김희철·필립 레비)과 기타비상무이사 1명(김동관), 독립이사 5명(안완기·최훈·조지 P. 부시·현낙희·김봉환) 등 8명으로 줄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수는 늘었다. 2023~2024년 내부거래·ESG·감사·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4개였던 위원회는 2025년 12월 보상위원회가 신설되며 5개가 됐다.
◇올 3월에도 이사진 개편…독립이사는 학계·관료 중심 올해도 구성원은 소폭 바뀌었다. 3월 주총에서 안완기·현낙희 독립이사가 물러나고 김영삼·이효진 이사가 합류했다. 김영삼 이사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투자정책관 등을 지내고 한국전자기술연구원장을 역임한 산업정책 전문가로, 현재 KEI컨설팅 대표다. 이효진 이사는 청주지검·서울서부지검 등 검사 출신으로 아주대에 이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로써 독립이사 5명은 법조계와 학계, 관료 출신들로 채워졌다.
감사위는 3명 전원을 독립이사로 구성 중이며 김봉환 이사가 위원장이다. 전원 독립이사 체제는 한화 편입 이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꾸준히 독립성을 지켜 왔다. 여성 이사 자리도 대를 이어, 2023년부터 자리를 지킨 현낙희 이사가 2026년 3월 물러난 뒤 같은 법조계 출신 이효진 이사가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