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한화오션 잔여 지분까지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유동화한다.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후속 유상증자에 6563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주식 전량을 두 차례에 걸쳐 활용해 3조834억원의 현금을 마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 30.44%를 보유해 그룹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화시스템은 직접 지분을 정리해 자체 투자재원으로 돌리는 쪽을 택했다. 첫 번째 PRS 이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과 연구시설 등에 7877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방산전자·위성·국방 인공지능(AI) 분야의 후속 투자에 대비해 남은 지분까지 자금화하는 흐름이다.
◇인수 때 투입한 6563억, 두 차례 PRS로 3조 조달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보유한 한화오션 보통주 2216만9660주를 PRS 방식으로 양도하기로 했다. 한화오션 지분 7.24%로 거래금액은 주당 6만2400원을 적용한 1조3834억원이다.
한화그룹은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계열사 등을 동원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다. 한화시스템은 이듬해 5월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출자해 2610만9661주를 확보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화오션의 추가 유상증자에 1563억원을 투입해 934만1249주를 더 취득했다. 총투자액은 6563억원이다.
한화시스템은 앞서 지난 4월 이 가운데 1328만1250주를 주당 12만8000원에 PRS 방식으로 넘겨 1조7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번에는 남은 2216만9660주를 모두 유동화한다. 두 거래를 통해 들어오는 자금은 총 3조834억원으로 최초 투자금의 4.7배에 이른다.
두 번째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시스템이 직접 보유한 한화오션 주식은 한 주도 남지 않는다. 한화그룹 계열사가 직접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0.44%만 남는다.
한화시스템이 보유지분 전량을 유동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화오션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한화시스템 몫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0.4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남기 때문에 한화시스템의 직접 지분이 없어져도 최대주주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반면 한화시스템은 자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이사회는 이번 거래의 목적을 '유동성 및 전략적 투자재원 확보'로 밝혔다. 한화오션 지분을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상승한 지분 가치를 방산전자와 항공우주, 위성, 국방 AI 등에 투입하는 편이 자금 활용 측면에서 낫다고 본 셈이다.
◇첫 조달금 투자로 이동…KAI·연구시설에 7877억
첫 번째 PRS 이후 한화시스템의 현금과 차입금은 함께 늘었다. 연결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1조4744억원에서 올 6월 말 3조2608억원으로 1조7864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255억원에서 1조5913억원으로 1조2658억원 늘었다.
현금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1조1489억원에서 1조6695억원으로 5206억원 증가했다. 총차입금 증가액보다 순차입금 증가폭이 작은 것은 PRS로 마련한 자금이 현금으로 함께 유입됐기 때문이다. PRS의 기초자산인 한화오션 주식도 금융자산으로 장부에 남아 있어 차입금 증가분을 모두 현금 소진에 따른 부담으로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재무부담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현금 증가분보다 차입금 증가분이 컸고 이자를 비롯한 조달비용도 발생한다. PRS로 들어온 현금을 투자에 사용할수록 순차입금이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조달한 현금이 그대로 쌓여 있지는 않았다. 한화시스템은 상반기 영업활동에서 912억원의 현금을 창출한 반면 투자활동에서는 5078억원을 지출했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투자에 사용한 금액이 4000억원 이상 많았다.
하반기에도 자금 집행이 이어졌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는 데 4999억원을 투입했다. 한화미래기술연구소 부동산도 2878억원에 취득했다. 두 건에 들어간 금액만 7877억원이다.
반대로 조선 관련 자산에서는 현금을 회수하고 있다. 미국 자회사 HS USA홀딩스가 보유한 한화필리조선소 지분 60%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열 미국 법인에 넘겨 3251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필리조선소에 이어 한화오션 직접 지분까지 정리하면서 조선 관련 자산에 묶인 자금을 방산전자와 항공우주 중심의 자체 사업으로 옮기는 모습이다.
6월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조5913억원에 달하는 만큼 당장의 유동성이 부족해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KAI 지분과 연구시설 취득 등 대규모 집행이 이어졌고 위성·국방 AI 분야에도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첫 번째 PRS로 마련한 자금을 실제 투자에 사용한 데 이어 남은 한화오션 지분으로 향후 투자 여력을 보충하는 순서다.
이번 거래는 한화오션 주식을 완전히 처분해 손익 관계까지 끝내는 일반적인 지분 매각과는 다르다. 배당수익과 의결권은 매수인에게 넘어가지만 향후 대상 주식의 처분으로 발생하는 차익과 손실은 한화시스템에 귀속된다. 직접 지분은 0%가 되더라도 계약기간인 1년 동안 한화오션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산하는 구조다.
한화시스템은 이에 대한 비용도 부담한다. 이번 PRS의 만기는 1년이며 선취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30%다. 한화시스템 1년물 개별민평 수익률에 1.40%포인트를 더한 프리미엄도 지급한다. 거래금액 1조3834억원을 기준으로 개별민평 수익률을 제외한 선취수수료와 가산금리만 단순 계산해도 약 235억원이다. 대상 주식의 처분으로 발생하는 가격 변동 손익은 매월 별도로 정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