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
순차입 1조 넘은 한화시스템, 무차입 끝내고 '투자 페달'
공격적재무 전략, 성장 속도를 높인다…조선·위성·통신 육성
박완준 기자 2026-04-06 07:26:03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한화시스템이 공격적인 재무 전략을 꾀하며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방산 사업으로 쌓은 안정적인 재무를 활용해 조선과 위성, 통신 등으로 사업 외연을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보수적으로 유지해온 현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차입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4분기 외형 성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재무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해외 법인 투자가 늘어나면서 외부 차입이 늘어났다. 단기적으로 레버리지가 확대되면서 수익성 부담이 맞물리는 확장 초기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순차입 1조 돌파…차입 중심 구조로 전환
한화시스템의 재무 전략 변화는 순차입금에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현금성자산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차입 증가 폭이 이를 상회하면서 레버리지가 확대됐다. 과거 현금 중심의 안정형 재무 전략에서 벗어나 성장 투자를 전제로 한 차입 활용 구조로 체질이 전환됐다.
실제 지난해 말 한화시스템의 순차입금은 1조240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해 3분기 말 순차입금 7920억원 대비 4482억원 늘어난 액수다. 한화시스템이 순차입금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평가된다. 재무 기조가 ‘현금 중심’에서 ‘차입 중심’으로 이동한 셈이다.
현금흐름 구조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한화시스템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3분기 말 2438억원에서 연말 3254억원으로 확대됐다. 외형적으로는 유동성이 개선된 모습이지만, 이는 자체적인 영업현금 창출보다는 외부 자금 조달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 확대에도 차입 확대가 동반되면서 순차입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10월 회사채 4000억원을 발행해 투자 및 운영 자금을 확보한 영향이다. 미국 법인 투자와 필리조선소 관련 자금 집행이 이어지며 총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났다. 현금 증가분보다 차입 증가 폭이 더 컸던 구조다
부채총계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시스템의 부채총계는 5조32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3조3545억원 대비 1조9717억원 늘어난 액수다. 투자 성격의 자금 조달이 본격화되면서 재무 레버리지가 구조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이 방산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조선과 우주, 통신 등 신규 사업에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 재무 부담이 커졌지만, 중장기 성장성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미국 중심의 투자 전략…외형 확대 '승부수'
한화시스템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 종착지는 미국이 있다.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조선 사업과 글로벌 법인 투자 확대가 자금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아울러 신사업으로 낙점한 위성·통신 사업의 투자 축도 북미 지역으로 집중했다. 조선과 우주를 결합하는 전략적 거점을 미국으로 낙점한 셈이다.
실제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법인 투자에 집중했다. USA 법인과 자회사인 HS USA Holdings 법인 등에 약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확대와 사업 기반 확보에 나섰다. 이는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미국 사업 확장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됐다.
투자는 자산 확대로 연결됐다. 한화시스템의 투자자산은 2024년 말 1조3957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1752억원으로 늘어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로 1년 만에 투자자산이 3배 가까이 불어난 모습이다.
외형 성장도 뚜렷하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은 매출 3조6642억원을 기록해 전년(2조8037억원) 대비 약 30% 증가했다. 특히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미국 사업이 반영되면서 기타부문 수익이 5755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존 방산 중심 구조에 조선 사업이 더해지며 매출 저변이 한층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의 미국 중심 투자 전략이 외형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조선 사업은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고, 위성·통신 사업 역시 본격적인 수익 창출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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