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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전략 분석

한화그룹, 비지주사 체제 이점 활용해 KAI 인수 포석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 적용받지 않아 소수 지분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 가능

김형락 기자  2026-05-07 08:18:5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 전략은 사업과 기업 가치를 뒷받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 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을 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 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한화그룹이 지주사 규제를 받지 않는 이점을 활용해 한국항공우주(KAI) 소수 지분 투자에 나섰다. 향후 KAI 민영화 가능성에 대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한화는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적용받지 않아 계열사가 국내 상장사 지분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4일 KAI 지분을 5.09%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5%(4017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00% 자회사인 Hanwha Aerospace USA가 1.01%(180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이 0.58%(599억원)씩 나눠서 KAI 지분을 장내 매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도로 KAI 지분을 더 늘릴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사회는 지난 4일 올 연말까지 5000억원 한도로 KAI 지분을 장내 매수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사회 전일 KAI 종가(16만9000원 기준) 기준으로 지분 3.04%를 추가 취득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예정대로 거래를 마치면 올 연말 한화그룹이 보유한 KAI 지분은 8.03%로 증가한다. 한국수출입은행(26.41%), 국민연금공단(8.3%) 다음으로 보유 지분이 큰 KAI 3대주주가 된다. 지난해 말 KAI 지분 6.92%를 보유한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는 4대주주로 내려간다.

한화그룹은 이번에 KAI 지분을 늘리며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다. 5% 이상 지분 보고를 하면서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권 영향'으로 표기했다. 당장 KAI 이사회에 이사 후보를 추천할 계획은 없다. 주주와 이해관계자 이익을 고려해 의사결정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의 KAI 지분 취득은 추후 민영화 과정에서 인수 우선권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와 사업 협력 관계를 넘어 지분 투자까지 진행하며 결합도를 높여가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 개발·체계 통합 △수출 목적 무인기 공동 개발·글로벌 마케팅 등을 협력하는 ‘방산·우주 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운영하지 않아 KAI 소수 지분을 취득하는 전략적 투자가 가능하다. 그룹 지주사격 역할을 하는 한화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였다면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행위 제한 요건에 따라 지주사는 손자회사 최소 지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50%)을 충족해야 한다.

지주사 규제에서 자유로운 한화그룹은 여러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KAI 지분을 취득했다. 지분 취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했지만, 항공기용 엔진·부품을 제조하는 미국 법인(Hanwha Aerospace USA)과 항공전자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시스템이 같이 움직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7조7134억원이다. 이 중 55%인 4조2174억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별도 법인 몫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조달한 4조2088억원이 유동성 원천이다.

Hanwha Aerospace USA는 모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투자 재원을 지원했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사업 시너지 발굴 목적으로 Hanwha Aerospace USA에 202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말 Hanwha Aerospace USA 연결 기준 자산 3275억원 중 부채 비중이 76%(2481억원)였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오션 지분을 유동화해 유동성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말 한화시스템이 연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3255억원이다. 지난달 6일 한화오션 지분 일부(4.33%)를 양도하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해 투자 재원 1조7000억원을 확보했다. PRS 계약 기간은 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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