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차전지 3사의 올해 상반기 합계 매출이 67조원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다. 다만 증가분의 88%는 합병으로 사업 구성이 달라진 SK온 한 곳에서 나왔다. SK온의 외형을 키운 것도 기존 본업인 2차전지가 아닌 석유 트레이딩 사업이다. 2차전지 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3사의 매출 순위는 뒤집힌다.
영업손익에서는 SK온과 삼성SDI가 흑자로 돌아선 반면 LG에너지솔루션만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흑자의 내용은 본업과 거리가 있다. SK온은 2차전지 사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그쳤고 그마저 2분기 일회성 요인 영향이 컸다. 삼성SDI 역시 2차전지를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3사 매출 67조 증가분 88%는 SK온, 2차전지 비중 10% 불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3사의 2026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3사 합계 매출은 67조82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했던 48조1388억원보다 40.9% 늘어난 규모다.
수치만 보면 국내 배터리3사가 과거 대비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선 증가분의 대부분은 합병효과에서 비롯됐다. 3사 매출 증가액 19조6827억원 중 88% 이상인 17조3574억원이 SK온의 몫이기 때문이다. SK온은 2024년과 지난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SK엔무브를 차례로 흡수합병하며 외형을 크게 키웠다.
SK온의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 상 연결기준 매출은 46조원 규모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했던 29조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다만 실적 성장은 대부분 SK온의 기존 본업인 2차전지가 아닌 피합병 계열사 사업에서 비롯됐다. 특히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트레이딩 사업부문이 올해 2분기 23조원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 증가분을 크게 책임졌다.
트레이딩 매출 급증에는 SK그룹 내 계열사 거래 확대가 자리한다. SK온 법인의 주요 고객 정보를 보면 SK에너지 상대 매출이 6조5642억원에서 11조769억원으로 68.7%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의 23.9%를 그룹 내 계열사 한 곳에서 차지한 셈이다.
반면 SK온의 2차전지 사업 매출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4조8161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동기 기록했던 4조1573억원 대비 15% 이상 증가했지만 매출, 증가분 비중은 적다. 2차전지 사업의 SK온 매출 비중은 10% 수준, 매출 증가분 비중은 3.8% 정도다.
이에 따라 법인 기준 매출에서는 SK온이 선두지만 2차전지 관련 사업부문 매출에 한정해 비교할 경우 3사 순위는 뒤집힌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이 14조1152억원으로 가장 크고 삼성SDI 에너지솔루션 부문이 6조8734억원으로 SK온 2차전지 관련 사업부문 대비 각각 3배, 1.5배에 가까운 규모다.
◇판관비 급등 LG엔솔 적자 전환, SK온 일회성 이익으로 체면치레 영업손익에서는 3사의 방향이 엇갈렸다. SK온은 전년 동기 1016억원 영업손실에서 1조6816억원 영업이익으로, 삼성SDI는 8319억원 영업손실에서 482억원 영업이익으로 각각 흑자 전환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8668억원 영업이익에서 945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다만 SK온의 경우 매출처럼 2차전지 사업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올해 상반기 SK온 2차전지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은 4726억원에 불과해 전체 비중에서 28.1% 정도다.
2차전지 사업이 적자에서 벗어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을 이끈 2분기 8000억원대 영업이익에는 일회성 이익 영향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가와 관련 업계에서는 SK온이 올해 2분기 고객사 일회성 보상금을 약 1조원 규모 수취했을 것으로 판단 중이다. 이를 고려하면 2분기 2차전지 사업 실적도 실질적으로는 적자였던 셈이다.
2차전지 3사 중 올해 상반기 유일하게 적자전환한 LG에너지솔루션은 판관비 급증 여파가 컸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판관비는 2조881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37.5% 늘어난 규모다. 매출 증가도 동반됐지만 증가율이 10.5%에 불과했던 만큼 판관비 급증을 모두 상쇄하진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판관비 증가가 일어난 배경은 품질 관리비, 인건비의 확대다. 올해 상반기 판매보증충당부채전입액이 72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69.9% 늘었다. 판매보증충당부채전입액은 판매 제품에 대한 향후 무상 수리, 리콜 등으로 발생할 비용을 미리 인식해 적립하는 계정이다. 같은 기간 급여는 5269억원에서 6362억원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삼성SDI의 경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17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기록했던 8832억원 적자 수준에서 대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배터리 본업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