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단행한 SK엔무브와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SK온에 대한 재무 모니터링 지표를 변경하면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생겼다. SK엔무브 기업공개(IPO)를 접고 SK온과의 합병을 택한 SK그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 SK엔무브 합병으로 재무 개선한 SK온, 모니터링 지표 바뀌자 하향 트리거 충족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SK온의 신용등급 하향 검토요인을 기존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 60% 초과’에서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7배 초과’로 변경했다. 기존 차입금의존도 지표가 총자산 대비 차입금 부담에 중점을 두고 있어, SK엔무브 흡수합병 이후 중요성이 커진 연결기준 이익창출력과 실질적인 차입부담 수준을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SK엔무브의 IPO를 검토하던 SK그룹은 지난해 SK엔무브를 비상장 상태에서 SK온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정부가 중복상장 문턱을 높이면서 SK엔무브 IPO의 난항이 예상되는 데다가 SK엔무브의 이익창출력을 통해 SK온의 현금흐름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였다. 양사 합병은 지난해 11월 1일 이뤄졌다. 10조원대 수준이었던 SK온의 연간 매출액은 합병 효과로 지난해 50조원대로 급증했다.
이번 신용평가사의 검토요인 변경은 SK온의 등급 향방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하향 검토요인이었던 ‘차입금의존도’ 지표에서 SK온은 하향 트리거(60%) 대비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했다. 2024년 말 50.1%였던 SK온의 차입금의존도는 SK엔무브 흡수합병을 거쳐 지난해 말 기준 42.2%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 말에는 40.7%로 재차 하락했다.
새롭게 바뀐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SK엔무브 합병에도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가 EBITDA 대비 17.4배에 달해 하향 트리거(7.5배)를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에는 EBITDA 규모가 2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환산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는 22.6배로 오히려 확대됐다. 이번 검토요인 변경이 SK온의 등급 하락 가능성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출처:한국신용평가
◇ 본원적 수익성 회복 관건…ESS·액침냉각 등 AI 산업에서 활로 모색
SK온은 올해 1분기에도 1452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SK엔무브 합병 이후로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앞서 IPO를 전제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지난해 총 3조6000억원으로 상환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SK엔무브 합병만으로는 SK온의 부진한 배터리 사업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미국 관세 환급 등으로 연간 흑자 전환을 기대하는 등 실적 개선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올해까지는 수익성 회복보다는 일회성 수익 등에 따른 실적 개선이라는 점에서 본원적인 이익창출력 개선이 과제로 꼽히고 있다.
SK온은 부진한 전기차 시장을 대체해 인공지능(AI) 산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북미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첫 대규모 ESS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로, 올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ESS 시장에서 20GW 이상의 수주를 따낸다는 목표다.
SK엔무브 합병으로 품게 된 윤활유 사업에서도 AI데이터센터 ‘액침냉각’으로 신시장 개척을 준비 중이다. 액침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유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직접 단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AI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SK엔무브는 지난 2022년부터 글로벌 액침냉각 기업 GRC와 손잡고 액침냉각 시스템 공동 개발에 착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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