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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에서 리밸런싱까지 SK온 5년의 역사

감병근 기자  2026-06-23 08:00:15

편집자주

THECFO가 제공하는 '아카이브(Archive)'는 시장에서 벌어진 이슈의 발단과 결말을 기록한다. 기업의 현재를 만든 이정표적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어떻게 전개됐을까. 사건의 방향성을 흔들어 놓은 주요 이벤트는 뭘까. 기사 한 건이 하나의 조각이라면 아카이브는 조각이 맞춰진 퍼즐이다. 거대 사건을 구성하는 수많은 사실관계를 아카이브가 담았다.

목차

1. 개요

2. 그룹의 미래, SK온의 출범

2.1. 16년 배터리 뿌리, 준비된 출발

2.2. 대규모 투자 진행, 빨라진 자금 소진

2.3. 프리IPO 실행, FI의 등장

3. 확장의 시대, 글로벌 합작 드라이브

3.1. 포드와 블루오벌SK, 북미 최대 배터리 동맹

3.2. 현대차 합작 HSBMA와 튀르키예의 좌절

3.3. 중국·헝가리 생산망

4. 수렴의 시대, 리밸런싱과 FI 상환

4.1.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흡수합병

4.2. FI 상환 결단

4.3. SK엔무브 합병과 8조 자본확충

4.4. 포드와 결별, 중국에서 지분 맞교환

5. 첫 분기 흑자 달성, 지속 가능성 입증 과제

최초 문서 작성일: 2026년 2월 23일

1. 개요접기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가을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해 SK온을 세웠다. 당시 시장이 SK온에 붙인 이름표는 'SK그룹의 미래'였다. 포드와 11조원대 합작, 기업가치 22조원을 인정받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미국·헝가리·중국으로 뻗어가던 증설 계획까지. 전기차 배터리는 SK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확실히 성장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설립 이후 5년이 채 지나기 전에 SK온은 전기차 캐즘이라는 위기를 맞이했다. 수요가 꺾이자 SK그룹의 미래를 상징하던 대규모 합작사업과 투자유치는 이제 가장 먼저 풀고 줄여야 할 리밸런싱 대상으로 바뀌었다.

SK온은 분할 당시 확보한 약 3조원의 현금을 설비투자로 2년 만에 소진했고 출범 3년도 안 돼 차입금 20조원을 짊어졌다. 영업흑자를 내지 못한 채 매년 수조원을 쏟아붓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자 SK온은 외부에서 돈을 끌어 모으던 작업을 중단하고 생존을 위해 전략을 바꿨다.

SK그룹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SK엔무브를 차례로 SK온에 붙여 재무 체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프리IPO로 받았던 재무적투자자(FI) 투자금 약 3조6000억원을 갚으면서 상장 의무까지 덜어냈다. 포드와 합작 사업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돌아보면 SK온의 지난 5년은 2024년을 기점으로 확장과 수렴의 시기로 양분할 수 있다. 합작, 증설, 자금 조달로 몸집을 불린 전반부, 그리고 합병과 상환 및 자산 정리로 생존을 목표로 한 후반부다.

이 문서는 SK온이 SK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던 2021년부터 구조조정과 리밸런싱의 대상으로 변화한 5년의 역사를 정리한다. 이를 통해 자본 시장 변화에 따른 SK그룹의 재무 전략 변화를 추적한다.

2. 그룹의 미래, SK온의 출범접기



2.1. 16년 배터리 뿌리, 준비된 출발접기



SK온은 2021년에 법인으로 설립됐지만 사업적 뿌리는 이보다 깊다. SK이노베이션은 2005년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 2006년 생산을 시작했다. 2010년에는 국내 최초의 순수 전기차로 꼽히는 현대차 '블루온'과 기아 '레이 EV'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되며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2011년에는 메르세데스-AMG의 첫 순수 전기 슈퍼카 'SLS AMG E-Cell'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완성차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배터리 글로벌 생산 거점도 SK온 설립 이전부터 준비됐다. 2014년 중국 베이징전공·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합작법인 BESK를 세웠다. 헝가리 코마롬, 중국 창저우 공장, 미국 조지아, 중국 후이저우·옌청 공장을 잇따라 착공했다.
SK온 미국 조지아공장 착공식(출처: SK온)

SK온은 신생 스타트업이 아니라, 이미 3개국에 생산 네트워크를 깔아둔 사업부가 통째로 분리돼 나온 기업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부분은 SK온이 설립 이후 가파른 외형 성장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 됐지만 동시에 만성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배경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8월3일 이사회에서 배터리 사업 분할을 의결하고 9월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를 승인했다. 그리고 10월1일에 배터리 사업부가 SK온으로, 석유개발(E&P) 사업부가 SK어스온으로 각각 물적분할해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다.

SK이노베이션은 분할 직전인 2021년 9월27일에 포드와 함께 총 114억달러 규모의 미국 배터리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SK온은 설립과 동시에 대규모 해외 투자 약정을 등에 업은 채 출발선에 선 셈이다.

2.2. 대규모 투자 진행, 빨라진 자금 소진접기



SK온은 분할 시 약 3조원의 현금을 들고 독립했지만 배터리 제조설비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해당 자금이 약 2년 만에 바닥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SK온의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도 가파르게 늘었다.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의 총차입금은 2020년 말만 해도 14조원 후반대였지만 2023년 30조원을 넘어섰고 2024년 말에는 47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한 해 동안 집행한 설비투자 약 11조5000억원 중 SK온과 그 자회사 몫이 9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막대한 투자 덕에 SK온의 외형 성장세는 가팔랐다. 매출은 분사 첫해인 2021년 약 3조원에서 2022년 7조6177억원, 2023년 12조8972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불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에도 배터리 사업은 영업적자를 이어갔고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구조가 지속됐다.
그래픽 생성: 클로드

캐즘이 본격화한 2024년에는 연간 영업적자가 1조866억원으로 확대됐다. 후발주자의 숙명인 공격적 증설로 적자가 불가피했다. 이러한 부분은 이후 SK온이 끊임없이 자금 조달에 매달려야 했던 근본 배경이기도 했다. SK온은 2022년 한 해에만 약 6조원을 순차입하고 2조9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23년에도 5조7000억원의 순차입과 6조4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가 이뤄졌다.

2.3. 프리IPO 실행, FI의 등장접기



SK온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언제나 자금조달이었다. 2022년부터는 프리IPO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22년 8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등으로 구성된 국내 사모펀드(PEF) 컨소시엄(한투PE 컨소시엄)을 투자자로 결정했다.

당시 책정된 기업가치는 22조원이었다. 2022년 초만 해도 해외 PEF와 30조~40조원대 기업가치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는 상당히 낮아진 수준이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로 해외 PEF와의 협상이 길어지자 한투PE 컨소시엄이 '성장 이익을 국내에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로 SK온을 설득하며 투자 주도권을 가져왔다.

투자 구조는 투자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통주 대신 최소 수익을 보장받는 전환우선주(CPS) 방식이 채택됐다. 여기에 한투PE 컨소시엄은 후속 투자자가 자신들보다 좋은 조건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하는 최혜국대우(MFN)에 준하는 조항까지 확보했다.

상장 기한도 당초 2027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앞당겨졌고, 보장수익률(IRR)은 5.5%에서 7.5%로 높아졌다. 적격상장(Q-IPO)을 이행하지 못하면 FI들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이나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콜옵션으로 지분을 되사야 하는 안전장치도 달렸다.

당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한투PE 컨소시엄의 펀딩은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노력 끝에 2022년 11월 한투PE 컨소시엄이 약 1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어서 2023년 후속 FI인 MBK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SNB캐피탈이 합류했다. SK온은 이들로부터 1조2400억원을 유치했다. 이밖에도 스텔라인베스트먼트 등이 소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래픽 생성: 클로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는 블랙록, 카타르투자청(QIA), 힐하우스캐피탈 등 글로벌 기관들이 참여했다. 여기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2023년 초 약 2조원을 출자하면서 프리IPO 성격의 조달은 4조원을 훌쩍 넘겼다. 당초 거론된 최대 5조원 규모의 FI 투자유치에는 미치지 못해 부족분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메꾸는 그림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출자를 위해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2024년에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에 기반한 1조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끌어들인 FI 자금과 그에 달린 2026년 상장이라는 약속은 2년 뒤 SK온 리밸런싱의 방아쇠가 된다.

3. 확장의 시대, 글로벌 합작 드라이브접기



3.1. 포드와 블루오벌SK, 북미 최대 배터리 동맹접기



SK온의 합작 이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포드와 설립한 합작법인(JV) 블루오벌SK(BlueOval SK)다. 지분은 SK온과 포드가 절반씩 보유하고 이사진은 양사 3명씩 총 6명으로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 의결하는 공동경영 구조였다. 초대 CEO는 SK온 측 함창우 대표가 맡았고 본사는 조지아주에 두었다가 테네시주 블루오벌시티로 옮길 계획이었다.

출범 당시엔 양사가 약 5조1000억원씩 총 10조2000억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었다. 켄터키 2개, 테네시 1개 등 공장 3개를 지어 연산 약 129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확보하기로 했다. 2022년 12월 켄터키 글렌데일에서 기공식을 열었고 상업 생산은 2025년 8월 켄터키 1공장(37GWh)에서 시작됐다. 이 공장 배터리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과 전기 화물밴 E-트랜짓에 탑재됐다.

SK온은 블루오벌SK를 실질지배력이 있는 종속회사로 보고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해 왔다. 이 때문에 합작이 본격 가동되기도 전에 켄터키 공장의 막대한 감가상각비와 적자가 SK온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SK온 확장기를 대표하던 포드와 동맹이 수렴기에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짐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SK온 해외사업장 (출처: SK온)

3.2. 현대차 합작 HSBMA와 튀르키예의 좌절접기



SK온의 두 번째 합작 파트너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양측은 2022년 11월 북미 배터리 공급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2023년 4월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했다.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연간 생산 35GWh 규모의 공장을 짓고 총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를 각 50%씩 공동 투자하는 구조를 짰다. 생산된 배터리는 현대차그룹 전기차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 법인은 2026년 3월 'HSBMA(Hyundai SK Battery Manufacturing America)'로 사명을 확정하고 상업 가동을 앞뒀다. 다만 캐즘의 그림자는 여기에도 드리웠다. 2024년 하반기 양사는 당초 8개로 계획한 합작공장 생산 라인을 4개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보다 앞서 SK온은 2022년 3월 포드 및 튀르키예 코치홀딩스(Koç Holding)와 함께 연간 생산 30~45GWh 규모의 유럽 합작 공장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 4조원 규모로 거론되던 이 3자 양해각서는 2023년 2월 무효화되며 1년 만에 백지화됐다.

3.3. 중국·헝가리 생산망접기



SK온의 글로벌 생산망 확보 행보는 중국과 유럽에서도 이어졌다. 중국에서는 2014년 베이징차와 협력해 창저우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어서 2019년 EVE에너지와 합작해 장쑤성 옌청과 광둥성 후이저우 공장을 세웠고 2021년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다만 중국 사업은 전기차 캐즘과 현지 LFP 배터리 경쟁 심화 속에서 점차 비중이 조정되는 영역이 됐고 이후 지분 재편의 대상이 된다.

유럽에서는 헝가리가 심장부였다. SK온은 코마롬 1공장을 2020년 가동했다. 2공장은 2022년 가동을 시작했고 이어서 2024년에 세 번째인 이반차 공장을 지으며 헝가리에만 약 4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코마롬은 폭스바겐, 이반차는 포드를 주요 고객으로 삼아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공급하는 구조였다. 헝가리 정부의 직접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이 대규모 투자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4. 수렴의 시대, 리밸런싱과 FI 상환접기



4.1.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흡수합병접기



캐즘 여파로 2024년부터 SK온은 확장에서 수렴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외부에서 돈을 끌어오던 데서 그룹 내 알짜 계열사를 끌어안아 체력을 보강하는 쪽으로 전환한 것이다. 2023년 말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르며 본격화된 그룹 리밸런싱의 핵심 축이 SK온이었다. 이 리밸런싱은 단순한 사업 결합이 아니라 프리IPO 시절 짊어진 FI 투자금과 상장 의무를 풀어내기 위한 작업과 함께 진행됐다.

첫 단추는 2024년 7월 끼워졌다. SK온 이사회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을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SK온이 존속회사가 되고 두 회사가 소멸하는 구조로 합병 승인 주주총회는 8월 열렸다. 이들을 합병한 통합 SK온은 2025년 초 완성됐다.

이 합병의 본질은 적자인 SK온에 수익성이 검증된 알짜 계열사를 붙이는 재무 보강이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회사로 합병 직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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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이노베이션의 주요한 배당 수입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현금흐름은 자회사 배당에서 대부분 나오는데 2023년 기준 연간 약 1조2000억원의 배당수입 중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지급한 몫이 약 8000억원에 달했다. 이 알짜를 SK온에 넘긴다는 건 그만큼 SK그룹이 SK온 살리기에 진심이라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합병은 사업 시너지 명분도 있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석유 트레이딩 역량을 리튬·니켈 등 광물 트레이딩으로 확장해 SK온의 배터리 원소재 구매 경쟁력을 보강할 수 있었다. 산업용 탱크터미널을 운영하는 SK엔텀과 결합으로 트레이딩에 필요한 저장 역량까지 확보하는 그림이 가능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3사 합병으로 SK온이 원소재 확보 경쟁력과 사업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합병 비율 산정은 까다로웠다. SK온이 아직 적자여서 시가 대신 현금흐름할인(DCF) 모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고 그 결과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교환비율은 1대 16.87로 산출됐다. 실적이 압도적으로 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1주가 SK온 약 17주에 해당한 셈이다.

또 하나의 관문은 FI의 동의였다. SK온 이사회에는 프리IPO에 참여한 한투PE와 MBK파트너스 측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합병에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룹은 합병이 SK온의 안정적 이익 기반을 키워 결국 FI에게도 이로운 그림임을 설득했고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FI도 이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계열사 합병이라는 첫 번째 관문 통과는 이후 SK그룹이 SK온과 관련해 더 큰 결단을 내리는 디딤돌이 됐다.

4.2. FI 상환 결단접기



SK온 리밸런싱의 진짜 분수령은 2025년 7월 찾아왔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SK온 FI가 보유한 전환우선주(CPS) 전량을 사들이기로 의결했다. 매입 대상이 되는 CPS 총액 규모는 약 3조5880억원에 달했다. 매입은 2025년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1개월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 매입으로 SK이노베이션의 SK온 지분율은 90.32%로 높아졌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 설비 투자를 위해 FI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2026년까지 적격상장을 이뤄 원금에 IRR 7.5%를 얹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적격상장의 조건은 구체적이었다. 시장에서는 2026년에 주당 약 7만4350원 이상으로 코스피 상장을 완수해야 조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FI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었다.

SK온은 FI 투자 이후 연간 기준으로 한 번도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내지 못했고 2024년에는 캐즘으로 적자 폭이 1조866억원까지 커졌다. 2026년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중복상장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앞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모회사 LG화학 주가가 급락했던 전례까지 다시 소환됐다. SK온의 IPO는 흥행은 말할 것도 없고 실행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당시 SK그룹의 선택지는 FI와 협의해 상장 기한을 2028년까지 1년씩 두 차례 연장하거나, 아예 지금 투자금을 갚고 약정을 끝내는 것이었다. SK그룹은 후자를 택했다. 무리한 상장 대신 배터리 사업의 성장 기반 구축과 재무건전성 강화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미래의 더 큰 부담을 감안하면 지금이 상환의 적기라는 설명이었다.

이로써 SK온은 SK이노베이션 등이 FI 지분을 되사주는 방식으로 상장 압박에서 벗어났고 중복상장 논란도 함께 해소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2030년 전후가 돼서야 SK온이 다시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FI 상환은 SK온의 IPO 의무를 SK그룹 계열사들이 거금을 들여 해소한 구조가 됐다. SK온 리밸런싱이 단순한 사업 재편을 넘어 SK그룹 차원의 재무 과제였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장면으로 평가된다.

4.3. SK엔무브 합병과 8조 자본확충접기



SK이노베이션은 FI 투자금 상환과 함께 SK온이 윤활유·액침냉각 기업 SK엔무브를 흡수합병하는 안과 그룹 차원의 대규모 자본확충안도 함께 의결했다. 이 세 방안은 결국 SK온 독자 생존 기반 구축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묶인 패키지라고 볼 수 있었다.

SK엔무브 합병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과 목표와 방식이 같았다. SK온이 존속하고 SK엔무브가 소멸하며 존속법인 사명은 SK온으로 유지됐다. 합병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PEF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ICS)으로부터 SK엔무브 지분 30%를 다시 사와 SK엔무브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SK엔무브는 2023년과 2024년 약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다. 2024년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605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적자에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SK온에 SK엔무브를 붙이자 즉각적 재무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이 합병으로 SK온이 자본 1조70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8000억원의 개선 효과를 보고 2024년 250% 안팎이던 부채비율을 100% 수준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업적으로는 SK온의 전기차·ESS 배터리와 SK엔무브의 윤활유·액침냉각·전기차 공조용 냉매가 같은 고객군을 공유한다는 점을 시너지로 내세웠다. 제품 교차 판매와 '액침냉각+배터리' 패키지 사업이라는 명분도 제시했다.

여기에 대규모 자본확충도 더해졌다. SK이노베이션이 2조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로 2조7000억원을 책임졌다. SK온은 2조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SK IET는 3000억원 유상증자를 각각 추진해 우선 약 5조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2025년 9월 말 LNG 발전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여주에너지서비스 지분을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유동화해 3조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를 통해 SK온 전체 자본확충 규모는 8조원을 채웠다.

SK온의 유상증자는 신주인수기관 '뉴젠에너지1호'를 대상으로 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발행 신주를 기초자산으로 3년 만기 PRS 계약을 맺었다. 지주사 SK도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에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금융기관이 참여한 1조6000억원 물량에 대해서는 PRS 계약으로 힘을 보탰다.

이 자본확충으로 마련된 재원이 FI에 지급할 3조5880억원과 SK온의 운영자금으로 흘러갔다. 합병, 상환, 증자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SK온의 재무제표에서 적자와 차입금과 상장 의무를 동시에 덜어내는 작업이었다.

4.4. 포드와 결별, 중국에서 지분 맞교환접기



내부 결합이 마무리되자 외부 합작을 푸는 작업도 이어졌다. 전기차 캐즘이 길어지고 미국 정책 환경이 바뀌자 SK온은 한때 미래로 그렸던 대형 합작들을 잇따라 해체하기 시작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블루오벌SK 해체다. 2025년 12월11일 SK온과 포드는 합작 생산시설을 각자 독립 소유·운영하기로 합의했다. SK온은 테네시 공장을,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 공장을 맡는 구조다.
SK온 테네시공장 전경(출처: SK온)

켄터키 공장 유형자산을 포드에 넘기는 대가로 포드의 블루오벌SK 지분 50%를 유상감자로 상계했다. 감자가 완료되면서 SK배터리아메리카가 블루오벌SK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2021년 MOU 이후 4년 만의 결별이었다.

이 결별이 재무적으로 의미를 갖는 지점은 회계 구조에 있다. SK온은 지분 50%만 보유했음에도 블루오벌SK를 실질지배력이 있는 종속회사로 인식해 자산 100%를 재무구조에 반영했다. 이에 켄터키 공장에 딸린 차입금도 모두 SK온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었다.

하지마 이 분할로 켄터키 공장의 자산과 부채가 포드로 넘어가면 그만큼의 차입금이 SK온 연결 재무제표에서 빠지게 됐다. SK온은 합작 종결로 약 5조4000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덜었다.

고금리 환경에서 연간 약 2700억원의 이자비용과 켄터키 공장 관련 약 3300억원의 감가상각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블루오벌SK는 2023년 683억원, 2024년 147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SK온 연결 실적에 부담을 줬다. 이 때문에 이번 분리는 SK온 손익 측면에서도 부담을 더는 일이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정리가 진행됐다. 2025년 11월 SK온은 EVE에너지와 합작공장 두 곳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옌청 공장은 SK온이, 후이저우 공장은 EVE에너지가 각각 100% 단독 운영하는 구조로 바꿨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옌청에 중국 사업을 집중하고 노후·비핵심 자산은 덜어내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평가됐다.

5. 첫 분기 흑자 달성, 지속 가능성 입증 과제접기



적자 행진 속에서도 의미 있는 변곡점은 있었다. SK온은 2024년 3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직전 분기 4601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이 첫 흑자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합병을 전후한 시점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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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SK온의 5년은 2024년을 기점으로 양분된다. 초반부는 공격적 증설, 모회사와 FI를 동원한 수조원대 조달로 외형을 키우는 확장의 시기였다. 캐즘이 본격화한 2024년 이후엔 알짜 계열사를 흡수해 재무 체력을 보강했다. 이를 위해 FI 투자금을 상환하고 합작 사업을 풀며 차입금과 고정비를 덜어내는 수렴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SK그룹은 이 리밸런싱을 통해 SK온이 2030년 EBITDA 10조원 이상, 부채비율 100% 미만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첫 분기 흑자라는 분기점을 만들고 상장 의무라는 부담도 제거했지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의 회복 시점, 중국 업체와 경쟁, 미국 정책 변화라는 변수는 여전히 SK온 앞에 놓여 있다.

앞으로 SK온의 과제는 확장도 수렴도 아닌 지속가능한 수익성 증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SK그룹 전체가 나서 생존을 위한 시간은 벌어줬다. 이제 그룹의 미래로 낙점됐던 SK온의 배터리 사업이 자생력을 입증하느냐가 다음 장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 [1] 캐즘(Chasm)은 신기술·신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둔화하는 구간을 뜻한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2023년 이후의 성장세 둔화를 가리키는 말로 통용됐으며 SK온의 가동률·실적 부진과 합작 재편의 직접적 배경이 됐다.
  • [2] 전환우선주(CPS)는 일정 조건에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다. 투자자는 우선주로 배당·청산 우선권 등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전환을 통해 보통주로 바꿔 추가 차익을 노릴 수 있다. 보통주 대비 투자자 보호 장치가 강해 발행사로선 그만큼 불리한 조건이다.
  • [3] 드래그얼롱은 투자자가 대주주 지분까지 함께 묶어 팔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SK온 거래에서는 Q-IPO에 실패할 경우 FI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고 이때 SK이노베이션이 콜옵션으로 FI 지분을 IRR 7.5% 이상 가격에 되사는 구조였다. 동반매도청구권은 1년씩 두 차례, 2028년까지 연장이 가능했다.
  • [4] 블루오벌시티(BlueOval City)는 포드가 테네시주 스탠튼에 조성한 전동화 차량·부품 단지다. 테네시 공장이 단지 안에 있어 배터리 적시 공급에 유리하다는 점이 SK온이 합작 해체 후에도 이 공장을 유지하는 이유로 꼽힌다.
  • [5] 블루오벌SK 투자액은 발표 시점·범위에 따라 달리 제시됐다. 합작 출범 단계에서는 배터리 공장 3개 기준으로 양사 각 5조1000억원씩 총 10조2000억원으로 발표됐다.
  • [6] 정확한 교환비율은 1대 16.8748264다. SK온이 적자여서 시가가 아닌 현금흐름할인(DCF) 모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한 결과로, 세후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비·운전자본 증감·자본적지출 등을 차감해 기업잉여현금흐름을 구한 뒤 가중평균자본비용으로 할인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 [7] 2024년 3분기 흑자 전환에는 고단가 재고 소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가동 비용 감소, 전사적 원가 절감이 맞물렸다. 미국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도 분기 608억원 반영됐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2%였다. 분사 첫해 약 3조원이던 매출은 2022년 7조6177억원, 2023년 12조8972억원으로 늘었으나 연간 기준으로는 3년 연속 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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