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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양수도와 자산 양수도, 기업 인수,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재무적 이벤트의 관건은 사고 팔고자 하는 것의 가치를 매기는 작업이다. 자산 가치법과 시장기준 평가법, 수익가치 평가법 등 기업은 여러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자율적으로 택한다. 한 기업이 어떤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택했는지, 피어(Peer) 기업은 어떻게 선정했는지 등은 높은 몸값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치밀한 재무 전략의 일종이다. THE CFO는 기업이 재무적 이벤트 과정에서 실시한 밸류에이션 사례를 되짚어봤다.
SK온의 기업가치는 SK엔무브와의 결합 이후에도 변화한다. SK그룹은 SK온을 향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통합 작업 후 추가 자금 확충도 예고했다.
그룹의 지원과 알짜 자회사와의 몇 차례 합병이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SK온의 몸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과 조 단위 추가 증자 등 모든 작업을 거쳐도 SK온의 기업가치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중이다. 이런 밸류에이션 조정은 캐즘이 SK온에 남긴 가장 깊은 상흔인 셈이다.
◇통합 후 30조 SK온, 추가 증자 고려 시 포스트밸류 '32조'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비율은 1대 1.66으로 SK엔무브 지분가치에 웃돈이 붙는 구조였다. 다만 SK엔무브의 수익성이 더 높다 해도 순자산 규모나 매출액 등 전체적인 볼륨과 향후 성장 기대감에서 SK온이 크게 우위에 있었다. 이런 점을 두루 고려해 그룹은 구조상 흡수합병 형태를 만들어냈다.
합병 결의일 기준 SK온의 발행주식 수는 약 5억4823만여 주, 합병가액은 주당 4만8273원이다. SK온이 연간 6000억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내는 SK엔무브를 품는 합병에서 발행하는 신주는 6646만6958주다.
앞서 발행주식과 합병가액을 통해 환산한 SK온의 보통주 가치는 26조4701억원이다. SK엔무브의 경우 4000만 주의 발행주식에 주당 합병가액을 8만215원으로 제시하면서 보통주 가치를 3조2086억원으로 매겼다. 이것이 앞서 약 26조4000억원의 SK온과 약 3조2000억원의 SK엔무브를 묶어 약 30조원 밸류의 통합 법인을 출범하기 위한 밑그림이다.
여기에 SK그룹이 약속한 추가 펀딩 2조원이 있다. 신주를 동일한 값에 발행한다고 가정할 때 앞서 30조원에 펀드레이징 규모를 더해 보면 추가 투자를 유치한 통합 SK온의 몸값을 가늠할 수 있다. 단순 계산 시 통합 SK온의 포스트 밸류(투자 후 기업가치)는 약 32조원이 된다.
◇2023년 고점 찍고…캐즘 여파로 합병과 유증에도 몸값은 내림세 그런데 통합 법인의 기업가치를 두고선 몇 가지 따져볼 거리가 있다. 먼저 통합을 마친 SK온이 출범한다 하더라도 포스트 밸류가 작년 5000억원 규모의 PRS를 발행할 때와 비교하면 대동소이하다. 특히 추가 유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출범 직후 밸류가 2024년 대비 오히려 쪼그라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통합 단행 과정에서 공개된 SK온의 몸값은 2023년 10월 1조원의 유상증자를 발행했을 때(포스트 밸류 약 28조원)보다는 늘었다. 그러나 2024년 11월 부로 책정이 가능해진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오히려 줄어든 규모다.
2024년 11월 SK온은 미래에셋증권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을 통해 신주를 발행하며 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고 이는 기업가치에 반영됐다. 당시 신주 발행가격인 5만5459원을 기존 보통주와 우선주에 모두 적용하면 약 32조원의 기업 가치가 책정된다.
작년 11월 PRS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 SK온의 몸값과 이번 통합 전 제시한 기업가치에는 적어도 15%의 격차가 존재한다. SK온이 비상장기업인 점을 고려하면 불과 7개월 사이에 기업가치가 이렇게 변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혹독한 밸류 리레이팅을 경험하는 SK온을 합병과 증자로 일으켜 세우려는 그룹의 의지가 이번 통합 법인 출범 기저에 자리한 셈이다.
SK온이 2022년과 2023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할 당시 책정한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5만5000원이다. 앞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이미 흡수를 마쳤고 SK엔무브까지 품으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보다 저렴한 주당 발행가액(4만8273원)을 제시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통합을 마친 SK온은 배터리에 힘입은 몸값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배터리 사업 부문의 매출액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25년 상반기 SK온의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3조7131억원, 영업손실은 3658억원이다. 전년 동기(매출액 3조2371억원, 영업손실 7917억원)보다 상황은 나아졌지만 캐즘이 나타나기 전인 2023년과의 괴리는 여전히 상당하다. 2023년 온기 매출액은 12조8972억원, 영업손실은 5818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