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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보통주'까지 유동화…SK의 배터리 승부수

단기금융시장에 기댄 SK배터리 '벼랑 끝 묘수'

고진영 기자  2025-09-09 08:18:29

자산유동화의 핵심은 미래에 들어올 돈을 미리 당겨쓴다는 겁니다. 그래서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죠. 투자자들이 이 안정성을 믿고 투자하니까요.

하지만 보통주는 가치 변동성이 큰 데다가, 배당도 일정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우선주를 유동화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보통주는 굉장히 드뭅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관행상 회피되는 편이고요. SK그룹 측이 PRS를 체결한 것도 그래서겠죠.

#유상증자 구조는

지난 달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줄줄이 유상증자를 마쳤습니다. 아시다시피 총 4조3000억원 규모고요. 이중 3조9000억원은 증권사들이 세운 SPC가 사들였죠. SK 측이 3년 PRS 계약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형태예요. 사실상 SK온을 살리기 위한 연쇄적인 유동성 보충입니다.

신주 인수에 나선 SPC들을 좀 자세히 보겠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증자 물량 중 1조6000억원을 7개의 SPC가 가져가고, 2조원 규모의 SK온 유증분은 다른 SPC가 소화하는데요. 중요한 점은 이 SPC들이 돈을 굴리는 형태입니다. 보통주를 담보로 단기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융통하거든요.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방법이죠.

유증에서 SPC들은 ABSTB, 즉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서 자금을 끌어오는 도관체 역할을 했습니다. ABSTB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주로 단기금융시장 손님들로 짐작되는데요. 특정금전신탁(MMT)을 통해 RP 등으로 운용되던 자금들일테고요.

RP는 발행자가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이에요. 만기는 다양하지만 국내에선 보통 7일, 14일 정도로 짧아요. 자금을 잠시 넣어놨다가 바로 꺼내쓸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성이 계속 유지됩니다. 이렇게 만기 짧은 상품에 투자하는 자금들이 SK온 유증에 유입됐다는 거죠.

결론적으로 SPC들은 ABSTB를 찍어 투자자들한테 팔고, 이렇게 들어온 대금 전액을 유증납입일 송금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유동화된 ABSTB의 기초자산이 보통주라는 데 있어요. 보통주는 사실 본질적으로 자산유동화에 잘 안맞거든요.

#유동화 자산이 보통주?

자산유동화의 핵심은 미래에 들어올 돈을 미리 당겨쓴다는 겁니다. 그래서 ABSTB를 포함한 ABS는 주로 카드채권이나 매출채권, 자동차할부채권 같은 금융자산이 담보인데요. 현금흐름이 예측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죠. 투자자들이 이 안정성을 믿고 투자하니까요.

하지만 보통주는 가치 변동성이 너무 크고, 배당도 일정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우선주를 유동화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보통주는 굉장히 드뭅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관행상 회피되는 편이고요.

SK그룹 측이 PRS를 체결한 것도 그래서겠죠. PRS는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들한테 차액을 정산해주는 파생 계약이거든요. 만기가 됐거나 조기 정산을 할 때 주가가 기준가보다 비싸면 SPC가 차액을 SK 측에 주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서 손실이 생기면 SK 측이 SPC에 물어줍니다. 주식 보유로 따라오는 이익이나 손실을 전부 SK 측이 가져간다는 겁니다.

따라서 유증으로 발행회사 자본은 늘었지만, 별개로 체결된 PRS는 파생상품으로 잡혀 평가손익이 반영되고요. 수수료도 붙습니다. 이율은 5%대 중반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상 이자입니다. 이 수수료가 투자자에겐 예측가능한 캐시플로우고, 차액정산 약속은 주가 리스크를 SK에 옮겨놓는 장치라고 할 수 있죠. ABS 기초자산으로 보통주가 가지는 위험성을 PRS가 일부 흡수하는 구조입니다.

대표적으로 SPC 중 하나인 더블에스에버2025를 보겠습니다. 여긴 SK이노베이션 보통주를 2000억원어치 인수하는 곳인데요. 1700억원 규모로 ABSTB를 찍어서 1~3개월 단위로 롤오버 하네요. 계약기간은 3년, 정산은 3개월마다 분기지급일에 하고요. PRS를 맺은 지주사 SK가 계약상 수수료를 안주거나 신용등급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SPC가 바로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SK 계열사들은 3년 만기의 장기성 자본을 확보했지만, 그 재원은 시장에서 끊임없이 차환되는 단기 자금들로 채워졌죠.

#복잡한 자금조달의 이유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자금을 조달했을까요? 통상적 금융기법의 틀을 벗어나 있잖아요. 좋게 말하면 유연한 재무설계고, 반대로 말하면 이런 공격적 전략을 짜야 할 만큼 사정이 급했다는 말이 됩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앞서 SK엔무브에 출자했던 FI 지분을 되사오는 데 9000억원을 썼어요. 게다가 SK온 프리 IPO 당시 유치했던 투자금을 갚기 위해서 3조6000억원이라는 거금도 마련해야 했죠. 그런데 SK이노베이션은 6월 말 기준 순차입금이 무려 36조원에 가까습니다. 이중 SK온 몫이 22조원 정도 되고요. 장부상 부채는 늘리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확실하게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죠. 유동성 풍부하고 대규모 자금을 즉시 동원할 수 있는 단기금융시장에 눈을 돌린 배경으로 보입니다.

중요한 건 앞으론데요. 지금이야 당장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을 뿐이니까요. SK온 현금창출능력이 나아지지 않으면 시간만 벌어준 미봉책에 머물 수 있다는 거죠. 결국 배터리사업이 살아나야 할텐데요. 최근 SK온의 공장 가동률이 다시 50%를 넘긴 건 좋은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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