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상법 개정 등으로 배당 등 주주환원을 향한 주주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특히 기업집단의 지주사는 오너가 직접 주식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배당의 의미가 일반 계열사 대비 무겁다. 승계나 경영분리, 상속 등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중대한 이슈가 있을 때 지주사의 배당은 오너의 자금줄이 되기 때문이다. THE CFO는 국내 기업집단 지주사들의 배당을 재무적·지배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HD현대그룹 지주사 HD현대는 별도기준 배당성향 70%의 고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를 항상 준수한 것은 아니다. 별도기준 순이익이 크게 변동했을 때 배당총액은 변동을 최소화하는 등 주주가 수취하는 배당금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HD현대그룹은 오너 3세 정기선 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로서 이미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승계의 관점에서는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HD현대 지분을 넘겨받는 과제가 남아 있다. HD현대의 배당이 핵심 자금원 역할을 하는 만큼 높은 배당성향과 안정성을 겸비한 배당 실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성향 70% 정책 고수, 실제로는 달랐다
HD현대는 2024년 12월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계획) 공시를 통해 2025~2027년의 연간 목표 배당성향을 별도기준 70%로 설정하는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70%는 2022년 2월 처음 수립한 3개년(2022~2024년)의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에서 설정한 목표와 동일하다.
HD현대는 2023년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다시 수립했는데 이 때도 목표 배당성향은 70%로 이전과 같았다. 밸류업 공시를 포함한 2차례의 주주환원정책 변경으로 배당에서 달라진 것은 중간배당과 분기배당의 추진 정도다.
10대 그룹의 다른 지주사들이 대체로 20~40% 사이의 배당성향을 설정한 것과 비교하면 HD현대의 목표 배당성향 70%는 상당한 고배당정책이다. 때문에 HD현대 주식은 배당성향의 상향 없이도 지주사 섹터에서 고배당주로서 꾸준하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HD현대의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2025년 별도기준 순이익 4020억원을 내고 2827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70.3%를 기록했다. 최근 5년(2021~2025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별도기준 순이익 2조1880억원, 배당총액 1조5159억원으로 배당성향은 69.3%다. 비경상손익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차를 고려하면 평균적으로도 목표 배당성향을 준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연간 배당성향은 일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22년에는 순이익 2193억원, 배당총액 3251억원으로 배당성향이 148.2%를 기록한 반면 이듬해인 2023년에는 순이익 7731억원, 배당총액 2615억원으로 배당성향이 33.8%까지 떨어졌다.
2022년 배당액 결정 당시 HD현대 측에서는 148.2%의 높은 배당성향과 관련해 지주사로서 주주가치를 방어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그 해 연결기준 지배지분 순이익이 1조4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한 만큼 별도기준 순이익 이상의 배당이 당장 치명적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계산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에는 별도기준 순이익이 7731억원으로 다시 급증했으나 전년도의 초 고배당으로 인한 지주사 별도기준 현금 유출을 회복하기 위해 배당을 축소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연결기준 순이익 2645억원을 하회하는 2615억원으로 배당총액을 설정했다.
종합하면 HD현대는 평시에는 별도기준 배당성향 70%의 배당정책을 준수하면서도 별도기준 순이익이 급격히 변동할 때는 연결기준 순이익을 근거로 배당총액의 변동을 최소화하면서 주주들에 배당의 안정성을 제공해 온 셈이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분 승계만 남은 정기선 회장, HD현대 배당이 여전히 자금줄
재계에서는 HD현대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배당이 오너 3세 정기선 회장의 지분 승계와 맞닿아 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2018년 범현대가 기업 KCC가 보유한 HD현대(당시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8% 가운데 5.10%를 인수하며 처음으로 특별관계자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인수자금 3540억원 중 3040억원은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이후 정 회장은 HD현대의 배당을 기반으로 1440억원에 이르는 증여세를 2023년 완납했다. HD현대가 높은 배당성향뿐만 아니라 안정성까지 염두에 둔 배당을 실시해야 했던 이유다.
증여세 완납 이후 정 회장은 점차 HD현대 보유지분율을 늘려 왔다. 그러나 가장 최근 보고일인 올 6월12일 기준으로 지분율은 6.12%에 그친다. 정 이사장이 여전히 지분율 26.60%의 최대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21년 10월 사장 승진과 함께 HD현대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그룹 경영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2023년 부회장, 2024년 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10월에는 회장에 올라 직급상으로는 그룹의 최정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 경영권을 완전히 승계하려면 정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까지 넘겨받아야 한다.
정 회장은 HD현대 그룹 내에 다른 계열사 보유지분이 HD한국조선해양 544주, HD현대일렉트릭 156주, HD건설기계 152주로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부친의 지주사 보유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HD현대의 배당이 핵심 자금원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높은 배당성향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하는 배당의 경향성도 유지될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