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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CFO 17년간 단 3명, 2명은 현대차증권으로

현대차증권 CEO, 현대차 기획조정3실장…요직으로 간 CFO들

임한솔 기자  2023-12-20 15:51:44
현대모비스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잘 바뀌지 않는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CFO를 지낸 3명의 재임기간을 더하면 무려 17년에 이른다. 이 가운데 2명이 현대차증권 CEO로 갔다. 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재무 관리 역량을 증명한 뒤 요직으로 영전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일 임원인사로 배형근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고문으로 물러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장수 CFO로 꼽힌다. 2006년 9월 현대모비스 재경실장에 오른 뒤 약 9년 동안 CFO 역할을 수행했다. 현대모비스가 급성장하던 시기 부채비율과 현금 보유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2016년 현대차로 이동해서도 CFO를 담당했다. 현대차증권 대표에 오른 건 2020년이다.

최 사장이 떠난 현대모비스에서 CFO를 맡은 인물은 한용빈 부사장이다. 그는 현대차 경영기획팀장, 현대글로비스 기획재경본부장 등을 거쳐 2016년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에 올랐다. 최 사장과 비교하면 현대모비스에 머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2018년 현대차로 이동해 기획조정3실장에 올랐고 현재까지 해당 직책을 맡고 있다.

한 부사장 다음으로는 배 사장이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으로 임명됐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배 사장은 현대건설, 인천제철, 기아 등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를 거쳤다. 임원으로서는 현대차 경영층 보좌역, 현대차 기업전략실장 등을 역임했다.


배 사장은 최 사장 못지않게 긴 시간을 현대모비스에 몸담았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약 6년이다. 이 기간 현대모비스는 그룹 외부로부터의 부품 수주를 대거 확보하며 외연을 키웠다. 미국과 스페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 전동화 거점을 세우는 등 투자를 확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일정한 수준의 수익성과 현금 보유량을 유지했다. 탄탄한 재무관리를 통해 운전자본과 설비투자(CAPEX) 부담을 완화했다는 의미다.

현대차증권은 최 사장에 이어 배 사장까지 연속으로 현대모비스 CFO 출신을 대표로 맞이한다. 거대 제조사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CFO의 역량이 금융업계에서도 통용될 것이라는 그룹 차원의 기대감이 엿보이는 인사 기조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 기준으로 세계 자동차부품사 6위에 꼽히는 대기업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현대자동차, 기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다.

CFO 3명 중 유일하게 CEO로 이동하지 않은 한 부사장도 요직을 맡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 부사장이 담당하는 기획조정3실은 그룹 전반의 재무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 중심의 자동차 생태계에 관한 깊은 이해와 고도의 재무 역량을 겸비해야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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