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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부자' 크래프톤, 자회사에 유동성 온기 나눈다

대여금 만기 1년 연장, 출자보다 선택지 다양…향후 회수 전망

황선중 기자  2023-09-12 08:01:19
크래프톤이 자금 사정이 팍팍한 자회사에 빌려준 대여금 상환 만기를 연장해줬다. 모회사 현금곳간이 넉넉한 만큼 자회사가 사업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유동성 온기를 나눠주는 모습이다. 출자 형태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대여 형태로 잠시 빌려주는 것인 만큼 크래프톤 재무구조에도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징윙스·띵스플로우에 빌려준 대여금 만기 연장

크래프톤은 최근 자회사 '라이징윙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여한 61억원에 대한 상환 만기를 1년 연장했다. 새로운 만기일은 내년 9월 30일이다. 이자율은 연 4.6%다. 라이징윙스는 2020년 크래프톤 자회사였던 '피닉스'와 '딜루젼스토디오'가 합병하면서 출범한 게임 개발사다.

또 자회사 '띵스플로우'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여한 55억원에 대한 상환 만기도 1년 연장했다. 새로운 만기일은 마찬가지로 내년 9월 30일. 이자율은 연 4.6%다. 2017년 설립된 띵스플로우는 인공지능(AI) 메신저 '헬로우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연인용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비트윈'도 개발했다. 크래프톤은 2021년 6월 띵스플로우를 인수했다.


이번 연장은 유동성 사정이 어려운 라이징윙스와 띵스플로우를 배려하는 차원이다. 두 자회사는 아직 모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을 재무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모두 완전자본잠식을 겪고 있다. 오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모회사로부터 차입한 자금으로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자회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크래프톤이 자회사에 대여금 명목으로 빌려준 자금 규모는 1012억원에 달한다. 크래프톤으로부터 가장 많은 자금을 빌린 자회사는 '엔매스엔터테인먼트'(274억원)였다. 엔매스엔터테인먼트는 크래프톤 대표작 '테라' 미국 현지 서비스를 지원하는 곳이다.

◇출자 아닌 대여…풍족한 '현금곳간' 자신감

게임업계의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사례가 비교적 흔한 편이다. 특히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이 많다. 게임 개발사는 신작을 출시하고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없으면 수익성은 당연히 적자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렵다.

모회사가 대여가 아닌 출자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크래프톤도 지난 6월 자회사 블루홀스튜디오가 진행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20억원을 건넸다. 출자의 장점은 상환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받은 돈을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더욱 적극적인 지원책이다.

반면 대여는 모회사에 유리한 지원책이다. 우선 자회사에 자금을 빌려준 대가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만기일이 도래하면 대여금도 다시 돌려받는다. 대여금을 출자전환하는 선택지도 있다. 대여금을 자회사 신주로 돌려받는 것이다. 사실상 출자와 같은 효과다. 모회사에서 빠져나간 현금이 자회사로 들어오는 만큼 연결재무제표상 변화도 없다.

크래프톤은 '현금곳간'이 풍족한 상황인 만큼 자회사에 건넨 대여금 회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별도)은 6223억원에 달한다. 대여금을 기반으로 이자수익을 거두다가, 자회사가 충분히 성장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 서서히 대여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크래프톤이 자회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이하 SDS)'에 대한 대여금은 56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거 상환이 이뤄지면서 현재 잔여 대여금은 130억원까지 줄었다. SDS는 북미에 소재한 게임 개발사다. 지난해 12월 PC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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