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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일가 상속세 임팩트

'무보수 경영' 이재용 회장, 추가자금 마련에 쏠리는 눈

7년째 계열사 보수 미수령, 배당으로 자금 확보…삼성SDS 지분 매각 여부 주목

김경태 기자  2023-11-08 11:14:00

편집자주

2020년 10월 25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키운 고 이 선대회장이 유족에게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 막대한 재산이 유족들에게 물려졌지만 대규모 세금을 내야 했다. 2021년 4월 유족들은 12조원대의 상속세를 내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족들이 낼 상속세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수중에 현금이 부족한 유족들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지분도 매각하며 세금 납부에 충실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주식 매각에 나선 가운데 상속세로 인한 오너 일가의 움직임과 현황, 영향 등을 살펴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다른 유족과는 달리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한 주식을 매각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가 다른 유족보다 자금이 넉넉해서가 아닌,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다만 이 회장이 7년째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안정적으로 상속세를 마련하는데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지배구조상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삼성에스디에스(SDS)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지 주목받는다.

◇'7년째' 급여 받지 않는 이재용 회장, 배당 외 자금마련 한계

재계 총수들은 매해 그룹 계열사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이상을 급여로 수령한다. 작년 재계 총수 중 연봉 1위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 총 221억36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지주사 ㈜CJ에서 106억4400만원, CJ제일제당에서 72억9400만원, CJ ENM에서 41억9800만원을 수령했다.

2위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그는 작년에 총 106억2600만원을 받았다. 현대차에서 70억100만원, 현대모비스에서 36억2500만원을 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총 94억7800만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 회장은 재계 오너 경영자 연봉 순위에서 7년째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그가 2017년부터 급여를 받지 않는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듬해부터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된 영향을 받았다. 이 회장은 작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받아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5억원 이상 급여를 수령한 경영진은 5명이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 경영전반 총괄),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DS부문 경영전반 총괄),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 박학규 사장(CFO), 이정배 사장(메모리사업부장)으로 모두 전문경영인들이다.


통상 기업을 물려받는 오너 경영자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급여와 배당이 핵심이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해마다 수백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급여를 포기하면서까지 무보수 경영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현재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유일한 수단은 배당이다. 그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화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작년에 받은 배당금은 총 3048억원이다. 가장 많은 배당금을 수령한 계열사는 삼성전자로 총 1409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배당 역시 금액 변동이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작년 배당금 3048억원은 전년보다 16.18% 줄어든 수치다. 이는 삼성물산 배당금이 1423억원에서 799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삼성SDS 지분 활용법 주목

이 회장이 조단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계열사 지분 매각이 꼽힌다. 그룹 지분구조상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곳을 제외한 다른 계열의 주식을 매도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상속세로 인한 자금 압박을 해소하면서 지배구조에 중요한 계열사의 지분을 늘릴 여력을 갖출 수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화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분 5.1%를 보유해 삼성생명(8.51%)에 이은 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8.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자 지분 총계는 33.93%다.

이 사장은 올 10월 31일 하나은행과 120만5718주(0.65%)에 관한 유가증권 처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추가적인 매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있다.


삼성전자 지분 역시 매각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그룹의 주력사다. 이 회장이 다른 유족들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활용해 주식담보대출(주담대)를 받거나 시간외매매매방식(블록딜)로 매도하지 않는 것도 삼성전자 지배력을 사수하기 위한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삼성SDS 지분의 향방에 관심이 모인다. 삼성SDS 역시 그룹의 주요 계열사이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계열사들이 지분을 보유해 확고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지분율 합계가 50.85%다.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지분 22.58%를 갖고 있다. 삼성물산은 17.08%로 2대주주다. 삼성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4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삼성SDS의 주식 711만8713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는 9.2%다. 그가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하거나 계열사·우호 세력에 넘기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다. 삼성SDS의 이달 7일 종가는 13만7200원이다. 이 회장의 보유 주식에 대입하면 총 9767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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