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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KCC글라스 vs LX글라스

오너십 vs 전문경영...상반된 경영체제

②[이사회]정몽익 회장, KCC글라스 대표 등판…LX글라스, LX홀딩스 인사 합류

김동현 기자  2023-11-16 15:30:2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KCC글라스와 LX글라스(옛 한국유리공업)의 이사회는 모두 올해 이사회에 한차례 변화가 생겼다. 설립 4년차를 맞은 KCC글라스는 전문경영인이던 김내환 대표(사장)가 자리에서 물러난 대신 오너가인 정몽익 회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 LX그룹에 편입된 LX글라스에는 LX 출신 인물들이 속속 합류해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

한차례 변화이지만 두 회사의 이사회 구조는 전과 크게 달라졌다.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정몽익 회장은 이제 KCC글라스 대표이사까지 겸하며 경영 전반에 깊숙이 들어가게 됐다. LX글라스의 경우 모회사 LX인터내셔널뿐 아니라 지주사인 LX홀딩스의 주요 임원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 새식구의 적응을 돕고 있다.

◇KCC글라스, 전문경영인에서 오너십으로

2020년 1월 KCC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KCC글라스의 현 최대주주(26.06%)는 정몽익 회장이다. 정 회장은 KCC 창업주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1989년 KCC의 전신인 금강에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하다 유리·인테리어·바닥재 사업부를 이끌고 독립했다.

첫 출범 때만 해도 형인 정몽진 KCC 회장의 지분율(18.4%)이 정몽익 회장(8.8%)의 지분율보다 높았다. 정몽익 회장은 독립경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최대주주(25%)이던 자동차 유리 생산기업 코리아오토글라스(KAC)를 KCC글라스에 흡수합병시켜 KCC글라스 지분율을 19.49%까지 끌어올렸다.

반대로 KAC 지분이 없던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8.56%로 희석돼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 최대주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이후 정몽익 회장은 장내매수 및 상속으로 현 지분율(26.06%)을 만들었다.


이러한 지분구조 정리 과정에서 정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며 KCC글라스 경영 전면에 나서진 않았다. KCC에서 생산·회계지원 임원을 맡다 KAC 관리담당 임원을 역임한 김내환 사장에게 초대 대표이사 자리를 맡겨 기존 유리사업의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정 회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시기도 KCC글라스의 KAC 흡수합병이 결정된 2020년 10월이다. 대신 정 회장은 사내이사에 오르는 동시에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방식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과거 KAC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김 사장은 2020년 첫해 7087억원이었던 매출을 2022년 말 1조4437억원으로 2배가량 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어 올해 3월 한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를 오는 2026년까지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매출 성장과 다르게 지속되는 대외환경 불확실성으로 수익성은 2021년 이후 뒷걸음쳤으며 결국 정 회장은 올해 8월 직접 대표이사 자리에 앉아 김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뤘고 이후 2개월 만인 지난달 김 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며 이제는 정 회장 단독 대표 체제가 됐다.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정 회장이 회사 대표로 사업 전반을 모두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31일자로 각자대표 자리를 내려놓은 김 사장은 사내이사직에서도 퇴임하며 KCC글라스 이사회는 정 회장과 3명의 사외이사로 꾸려지게 됐다. 정 회장은 오너십 체제 아래 독립경영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LX글라스,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지주사 노진서 사장 이사회 참여

한국유리공업 이사회는 외환위기(IMF)로 최대주주가 프랑스 건자재 회사 생고방그룹 투자회사 소피앙(SDFIAG)으로 바뀐 뒤 생고방 측 인사와 오너가, 전문경영인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로 꾸려졌다. 2005년 경영권이 소핑앙으로 완전히 넘어가자 오너 2세인 이세훈 전 회장은 그해를 마지막으로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사회는 생고방그룹과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됐다.


이후 2명의 전문경영인이 한국유리공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기술연구소장, 기술담당임원, 군산공장장 등을 거쳐 계열사 한국하니소 대표를 맡던 이남근 사장이 2003년 한국유리공업 대표로 선임돼 2013년까지 생고방그룹과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이후 2014년 한국 다우코닝 대표를 맡던 이용성 사장이 영입돼 약 6개월 동안 생고방그룹쪽 대표(회장)와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다만 그해 9월 생고방그룹 측 대표가 사임하며 이용성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고 대신 생고방그룹은 한국유리공업 기타비상무이사진을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려 지속해서 회사를 관리했다.

이러한 전문경영인 체제는 LX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한 LX그룹은 이 사장을 그대로 대표로 두고 대신 이사회 구성원인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감사 등에 LX그룹 인사를 추가했다. 최근 내부 인사를 통해 LX글라스 군산공장장 및 기술총괄본부장을 역임한 이강훈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긴 했으나 전문경영인 체제는 유지하고 있다.

현재 LX 측 인사로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인수 주체인 LX인터내셔널의 조강흠 이사다. 조 이사는 LX인터내셔널의 신사업 추진을 담당하다가 지난해 말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위해 내부적으로 꾸린 이글TFT장을 맡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등 인수 막바지 업무를 수행했다.

LX인터내셔널의 한국유리공업 인수가 완전히 종료된 올해 1월 곧바로 한국유리공업으로 이동했다. LX인터내셔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민병일 전무도 감사로 한국유리공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노진서 LX홀딩스 대표(사장)가 기타비상무이사로 LX글라스 의사결정에 참여 중이다. 구 회장이 LX그룹 계열분리 이후 첫 인수대상으로 점찍은 곳인 만큼 노 사장은 LX글라스가 그룹 내에 자리잡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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