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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현대삼호重, 조선 업사이클 수혜 '크고, 빠르고, 안정적'

올해 누적 영업이익 개별 조선사 1위… 잔고 절반이상 고선가 물량, 현금 보유량도 1위

강용규 기자  2023-11-29 15: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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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2021년 이후 선가 상승기의 수주물량을 토대로 본격적인 실적을 개선 중이다. 3분기 한화오션을 마지막으로 빅3(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모두 흑자 구간에 진입했다.

그러나 비상장사로 범위를 넓히면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이 순도 높은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두드러지는 이익 창출력을 보이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실질적 부채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조선사 조업의 핵심지표인 현금도 대거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높은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23년 1~3분기 개별기준으로 누적 매출 4조2622억원, 영업이익 1944억원을 기록 중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8.6% 늘고 영업손실 1306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올들어 개별 조선사들의 누적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상장사들 가운데서는 삼성중공업이 1544억원으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화오션은 3분기 7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아직 1477억원의 적자다.

이 기간 HD한국조선해양 산하 3사(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맏형’ HD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 399억원을 거뒀으며 현대미포조선은 분기 영업이익 없이 손실만을 기록 중이다. 비상장사 현대삼호중공업이 이익 창출능력에서 이들을 모두 앞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대삼호중공업이 국내 조선업계 선가 인상 사이클의 수혜를 크게 볼 수 있는 형태로 수주잔고가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3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잔량 105척 가운데 고부가 선박 LNG운반선이 44척으로 가장 많고 LNG운반선 다음 가는 수익성의 컨테이너선이 43척이다.

심지어 이 선박들의 상당수가 선가 상승이 어느 정도 이뤄진 비교적 최근의 수주물량이다. 앞서 2023년 3분기 HD한국조선해양의 실적발표회에서 강재호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1부문장 전무는 "현재 현대삼호중공업의 수주잔고는 50% 이상이 선가가 높아진 2022년 이후 수주한 선박"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들이 아직 2021년 이전 수주물량의 소화에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데 반해 현대삼호중공업은 이미 2022년 이후 수주선박을 중심으로 조업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업사이클의 수혜를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빠르게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현대삼호중공업이 지금과 같은 높은 이익 창출능력을 한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데까지 조선업계나 증권업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러한 분석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재무건전성에 기반을 둔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316.9%로 집계됐다. 안정적 기업의 기준인 200%를 한창 웃돈다. 그러나 부채 총액 5조8232억원 가운데 68.6%에 이르는 3조9931억원이 선박 수주 선수금을 부채로 기록한 '계약부채'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문제없이 수주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면 계약부채는 조업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매출로 전환된다. 이 계약부채를 제외하면 현대삼호중공업의 부채비율은 99.6%까지 낮아진다. 실질적 부채 부담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말이다.

결국 관건은 현대삼호중공업이 안정적 조업을 이어갈 수 있느냐다. 이 역시 전망이 긍정적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사가 선박 수주금액의 절반 이상을 인도할 때 받는 '헤비테일(Heavy-Tail)' 계약의 관행이 있다. 때문에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에 투입할 자체자금을 상시 비축해둬야 하는데 현대삼호중공업의 현금 보유 현황이 매우 준수하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3분기 말 기준으로 1조809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무려 375.9% 급증했다. 개별 조선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바로 다음은 1조140억원의 HD현대중공업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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