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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재무분석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고생 끝에 웃을까

공장 가동 이후 첫 흑자…PP 스프레드 나빠지는 겨울철이 관건

이호준 기자  2023-12-07 07:51:37

편집자주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은 회사가 6년째 공들여 키워 온 글로벌 거점이다. 2017년부터 현지에 투자해 포장재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을 지었다. 60만톤(t)의 일괄 생산설비 건설을 위해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베트남 법인은 계획대로 2년 전 7월 설비를 완공했다. 공장 지하에 24만톤(t)의 LPG 저장 시설도 갖췄다. LPG는 PP의 원료라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이 기대됐다.

다만 운영 미숙으로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베트남 법인은 지난 2년간 제조 과정에서만 약 다섯 번의 오류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60만t에 달하는 PP가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제조되다 보니 피해가 더 컸다"고 전했다.

여기에 주력 시장인 중국이 달라졌다. 코로나 기간 봉쇄가 이어져 물품을 제대로 팔지 못한 데다 경기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아 실적 개선이 어려웠다. 또 폴리프로필렌(PP)의 스프레드(제품가격와 원료가격 차이) 역시 급락해 수익성에 타격이 갔다.

결과적으로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은 올해 7월 그간의 설비 보수를 다 마치고 공장을 돌릴 때까지 단 한 해도 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작년까지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33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나타냈고 올해 3분기까지도 225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봤다.

자본잠식도 경험해 봤다. 지난해 연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6억원까지 하락했다. 다만 올해 중순 이후 효성화학이 베트남 법인에 대한 1600억원 규모의 출자를 진행하면서 현재는 자본총계가 1245억원으로 다시 확대된 상황이다.

(단위: 백만원)

물론 정기 보수 대장정을 끝낸 베트남 법인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의지는 숫자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가령 올해 효성화학 국내 및 베트남 PP 공장 가동률은 80%까지 올랐다. 전체적인 생산실적 향상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베트남 법인은 올해 3분기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약 12억원 수준이지만 이는 베트남 법인이 설립된 지난 201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2분기 이후 재고평가이익이 개선된 게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베트남 법인이 이번 흑자전환을 계기로 계속 순항한다면 효성화학의 어깨도 가볍게 할 수 있다. 올해 효성화학은 ㈜효성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지주사에게 손을 벌려서 자회사에 대한 출자를 진행한 셈이다.

다시 손실 폭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효성화학은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고민해야 한다. 아쉽게도 현시점 베트남 법인의 전망은 좋지 않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PP 스프레드다.

통상 겨울철엔 프로판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PP 수익성이 좋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 자체는 정상화됐지만 3분기 흑자전환은 사실 일회성인 재고자산평가 손익의 영향이 컸다"며 "계절적 영향 등의 이유로 4분기엔 다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력 시장인 중국의 경기 부활도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또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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