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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인 재무분석

효성화학 '만년적자' 베트남 법인, 손상차손 발생

지난해 손실 3137억원, 줄어드는 회복 기대감

김위수 기자  2024-04-30 15:59:17

편집자주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올 1분기 약 3500%로 나타났다. 자본보다 부채가 3500배가량 많다는 뜻이다. 부채비율이 9940%에 달했던 지난해 1분기보다는 수치가 안정됐지만 여전히 위기 상황이다.

핵심은 베트남 법인에 있다. 자금을 대거 투입해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지만 수요 감소와 운영 미숙, 원가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다. 베트남 법인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각종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려워 보인다.

◇베트남 법인 손상차손 '934억원'

효성화학은 지난해 말 베트남 법인(Hyosung Vina Chemicals)에 대한 손상평가를 진행한 결과 934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베트남 법인에 대한 장부금액은 7527억원인데, 회수가능액은 6593억원으로 추산되며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베트남 법인의 손상차손은 사실 예정된 수순이었다. 1조5000억원여를 들여 설립한 베트남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은 2020년 생산이 개시됐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 베트남 법인은 매년 손실을 내왔다.

2020년 544억원 규모의 손실은 2021년 605억원이 됐고, 급기야 2022년부터는 '천억원대' 손실을 보이고 있다. 2022년 3137억원의 손실이 베트남 법인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손실은 2594억원으로 나타났다. 손상차손 934억원이 반영된 수치로 실질적인 손실폭은 전년 대비 줄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베트남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안이기도 하다. 베트남 법인에 대한 시장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업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베트남 사업 투자를 결정할 당시에만 해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중국 중심의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상황이 변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기업들이 PP를 포함한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생산능력을 높이며 자국 내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재무지표 개선 '총력' 기울이고 있지만

효성화학은 베트남 법인의 실적 및 재무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방법도 더러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효성화학은 지난해 베트남 법인 기계장치 일부에 대한 추정내용연수를 8년에서 15년으로 연장했다. 효성화학 측은 이에 대해 "이러한 추정의 변경은 수익과 비용의 적절한 대응 및 거래의 실질과 경제적 사실을 보다 정확하게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추정내용연수 기간이 연장되며 감가상각 기간이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매년 반영되는 감가상각비가 줄어들게 되고, 이는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에는 이 규모가 166억원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는 매년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331억원 늘어나게 된다. 이같은 감가상각비는 제조원가에 반영돼 순이익은 물론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질적인 현금흐름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실적을 보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한 자본확충 작업도 진행 중이다.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은 2022년 자본총계 마이너스(-)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모회사인 효성화학의 자금 지원과 베트남 법인 자체 차입을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의 자본총계는 118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는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단 아직까지 베트남 법인의 부채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데다가 올 1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신디케이트론 상환 일정이 시작되며 현금소요가 늘어났다. 현재 남아있는 신디케이트론 잔액은 약 7억달러(약 9700억원)으로, 올해 4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잉여현금흐름 창출에 따른 차입금 상환 및 이익의 자본 유보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재무안정성 회복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결국 특수가스(NF3) 사업을 통한 투자유치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재무지표를 개선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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