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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보릿고개 넘었지만…셈법 복잡한 제주항공

영업현금 1년새 30배 확대…신기종 도입·화물사업부 인수 등 과제 산적

이호준 기자  2024-01-12 09:51:23
'3000억원'. 제주항공이 지난해 3분기(1~9월) 동안 승객들을 나르며 창출한 현금이다. 전년 같은 기간(91억원)에 비해 약 30배 증가했다. 게다가 그 전해는 코로나 여파로 아예 영업에서 돈을 벌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확 달라졌다.

하지만 항공기 추가 도입, 인수합병(M&A) 등 지출 규모가 만만치 않다. 확 달라진 현금창출력이 '지출 계획'에 비하면 다소 약해 보이는 배경이다.

◇확 달라진 현금창출력…그래도 갈 길 먼 '이유'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누적(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016억원이다. 자본적지출(CAPEX) 규모에도 미치지 못한 지난해 같은 기간(91억원)과 비교해 확 달라졌다. 코로나가 사그라들고 리오프닝(경기 활동 재개)으로 하늘길이 다시 열린 덕을 봤다.

제주항공은 단숨에 보유현금이 풍부한 기업이 됐다. 2021년 중순 연결 현금성자산이 600억원대였으나 개선된 현금창출력을 보이면서 2022년 말 2690억원으로 늘었다. 이후로도 더 현금을 쌓아 작년 3분기 말엔 3040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제주항공은 2027년까지 5조9290억원(44억1492만달러)을 들여 보잉으로부터 차세대 항공기 B737-8 MAX(B737-8) 4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 금액은 협상 전 공식 가격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2조~3조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단위:억원)

물론 올해 제주항공은 업황 회복에 따라 연 3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지갑에 들어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기에 추가 차입 등을 고려하면 4년이라는 남은 기간 동안 최소 연 5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지출해야 하는 문제가 일단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판매처와는 별도의 가격 협상이 더 진행된다"라며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힌 금액보다 실제 지출하게 되는 금액은 더 낮게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화물사업부 사긴 살 수 있는데…'유증 리스크' 감안해야

문제는 앞으로다. 제주항공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의향서(LOI)를 냈다고 알려졌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화물사업부의 가격은 5000억~7000억원 수준이다.

인수 시 화물사업부의 부채 1조원도 떠안아야 한다. 제주항공의 작년 3분기 부채비율은 473%다. 리스 등 임대사업이 흔한 항공사의 특징을 감안해도 높다. 화물사업부를 넘겨받기 위해선 현금 유출 규모 확대에 더해 과중한 부채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에 수출 화물이 실려 있다.

물론 제주항공에게는 AK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 이미 2020년과 2021년 신기종 도입을 위해 AK홀딩스에게 손을 벌렸다. 금액은 2879억원에 달한다. AK홀딩스는 순수지주사라 자회사 지원에 유리하다. 작년 3분기 별도 현금 약 770억원이 있다.

다만 잦은 유상증자는 주주들에게 부담스러운 카드다. 이에 화물사업부의 경쟁력을 내세워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화물사업부는 작년 상반기 7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제주항공의 작년 상반기 매출(7900억원)과 맞먹는다.

업계 관계자는 "든든한 모회사를 둔 제주항공이 현재로선 유력 인수 후보자"라며 "다만 유상증자에 따른 주가 리스크가 큰 만큼 일차적으론 FI를 유치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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