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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화물 M&A 후보군 분석

살림살이 챙기기 바쁜 제주항공, 인수전 '관망' 기조

③신기종 도입 등 현금 유출 많아…애경그룹 지원 없이 자체 추진 어려워

남준우 기자  2024-02-29 10:35:23

편집자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위한 필수 관문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이 서막을 올렸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항공 사업자들이 인수전에 참여한다.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수위의 항공 화물사업자로 발돋움 할 수 있다. 더벨에서 인수 후보자 각각이 지니고 있는 특징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본다.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LCC)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화물사업도 영위 중인 만큼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자들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다만 제주항공은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이번 인수전에 당장은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종 도입 등 내부 살림살이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어 애경그룹의 지원사격 없이 자체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힘들다. 일단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6월 20일부로 화물전용기 도입해 운항 중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주관사인 UBS는 28일 오후 두시까지 예비입찰 접수를 진행했다.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과 함께 제주항공도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 제주항공의 참전은 다른 후보군들과 달리 산업은행의 끈질긴 구애 끝에 이뤄졌다.

매각 주체인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미국 법무부(DOJ)와 EU 집행위원회(EC) 등에게 '조건부 기업결합'을 위해 화물사업부 인수 후보자들 면면을 제출해야 한다. 최대한 다양한 후보자들을 제시하면 기업결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 LCC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제주항공도 인수전에 참전했다. 실적만 놓고보면 후보군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다. 작년에 매출 1조7240억원, 영업이익 169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암흑기를 뚫고 전년 대비 매출은 145.4% 증가했으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국내 LCC 중 최초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한 항공사기도 하다. 2022년 6월 20일부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보잉 737-800BCF 기종을 도입해 운항 중이다. 약 18톤의 화물을 탑재할 수 있다.

인천~하노이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화물수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일본 도쿄(나리타), 중국 옌타이로 노선을 확장하며 운항 횟수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하노이 주 6회, 도쿄(나리타) 주 4회, 옌타이 주 6회 등 중단거리 노선 위주로 운항 중이다. 전체 매출에서 화물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아직은 미미하다.

제주항공 화물전용기
출처 : 제주항공

◇'아시아나 출신' 김이배 대표, 인수 의지 불투명 '변수'

다만 제주항공은 당장은 큰 관심이 없이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시아나항공 시절부터 재무, 기획 분야를 맡아온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인수에 큰 의지가 없다고 전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신기종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어 자금 여력이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2022년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위해 3200억원 상당의 자본확충을 실행했다. 최대주주인 AK홀딩스도 교환사채(EB) 1300억원을 발행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보잉의 차세대 기종인 B737-8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기 위함이다.

모회사인 애경그룹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자력으로 뛰어들기는 힘들다. 작년 3분기말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성 자산은 3500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473%에 달한다. 인수를 위해 약 1조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기에 애경그룹의 지원은 필수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지지부진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제주항공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물사업부 매각이 기업결합에 필수인 만큼 매각 측이 가격을 낮출 확률도 존재한다. 원하는 가격대가 나온다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야하는 5~6월쯤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현재 신기종 도입 등 돈 쓸 곳이 많아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 여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는 큰 관심이 없지만 인수전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 매각가가 제주항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참전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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