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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삼전 이후 첫 글로벌 등급 'A' 올라서나

평가 3사중 S&P만 BBB+ 부여하고 '긍정적' 전망...외화조달 비용 절감효과 상당할듯

권순철 기자  2024-02-19 16:25:41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신용도 'A' 급으로 진입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가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양사를 'BBB+,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S&P도 움직인다면 삼성전자 이후 글로벌 신평사3곳으로부터 A등급을 받은 첫 국내 민간 기업이 탄생한다.

글로벌 신용등급이 A등급으로 변경될 경우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현대차 그룹의 외화채 조달 선봉에 있는 만큼 조달 부담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외화 조달을 준비하는 현대자동차 해외 법인들에게 의미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조달 여건 대폭 개선, 현대캐피탈아메리카 직접 수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평사 3사 중 한 곳인 피치는 지난 14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신용등급을 'BBB+, 긍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7일에는 무디스가 양사의 신용등급을 'Baa1, 긍정적'에서 'A3,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신용등급 아웃룩을 '긍정적'으로 조정하면서 A등급 조정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만일 S&P도 무디스와 피치의 행보를 따를 경우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갖는 위상 변화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가 S&P로부터 A등급을 받게 된다면 삼성전자 이후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첫 사례가 되기도 한다. 외화채 이슈어인 현대차로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조달 이력이 없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첫 'A급' 발행사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실질적으로 조달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계열이면서 외화채 조달을 필요로 하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 현대캐피탈서비스, 현대자동차 해외 법인 등이 주요 수혜 대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리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신용도가 높아지는 만큼 가산금리가 4~50bp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가 현대차 외화채 조달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신용도 상승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HCA는 현대자동차 미국 법인의 자회사로 연간 약 100억달러의 외화채를 찍어내는 대형 발행사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제 신용등급은 무디스가 A3, S&P가 BBB+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S&P가 실제로 등급을 상향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도 BBB+로 평가받던 당시 '긍정적' 아웃룩을 받은 이후 A등급으로 상향되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IB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투자자들이 무디스와 S&P의 신용등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S&P의 결정에 따라 금리 부담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출처: S&P, Moody's, Fitch
◇글로벌 신평3사가 주목한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무디스와 피치는 공통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주목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양사가 완성차 업체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가장 높은 점수가 책정되는 항목으로 알려져 있다. S&P도 판매량 확대와 더불어 제품 믹스가 개선됨에 따라 자동차 수요 부진, 경쟁 격화 등에 따른 부정적인 효과가 일부 상쇄될 것으로 바라보았다.

무디스는 현대차와 기아가 견조한 수익성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 부분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조정 EBITA 마진은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각각 12.6%, 12.9% 증가했는데 무디스에 따르면 양사의 순유동성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3조원으로 추정된다. 무디스는 이와 같은 대규모 유동성이 앞으로 탄소 저감 등 자동차 산업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의 완충 장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피치는 올해 현대차와 기아의 수익성과 캐시플로우가 전반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한동안 견조한 마진과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치는 원자재 및 운송 비용 절감에 힘입어 양사의 EBIT 마진이 중장기적으로 9% 이상을 웃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S&P도 현대차와 기아의 아웃룩을 긍정적으로 조정하던 당시 1월 24일 무디스와 피치가 제시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평가를 내렸다. S&P는 현대차와 기아의 EBITDA 마진이 2023년 13%로 개선됨에 따라 향후 2년간 11~12%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동시에 유동성 평가를 기존의 '강(strong)'에서 '예외적(exceptional)'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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