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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콜 Q&A 리뷰

삼성생명, 밸류업 프로그램 앞두고 주주환원 '집중포화'

배당성향 기준 내에서 배당금 지속 상향 계획, 정부 발표 의식해 신중한 태도

강용규 기자  2024-02-20 15:16:50

편집자주

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금융위원회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최근 주식시장의 주요 화두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의 주주환원 노력을 독려하는 것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이 계획은 전통적 저PBR 업종인 보험주의 연초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금융위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험업계 '맏형' 삼성생명의 컨퍼런스콜에서도 다수의 질문이 밸류업 프로그램과 주주환원에 집중됐다. 삼성생명은 과거 주주환원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과 그 이유를 분석하고 향후 방침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만큼 자세한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손익개선 토대로 ROE·주주환원율 제고…자사주 활용도 검토

20일 삼성생명은 2023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지난해 말 새롭게 CFO에 선임된 이주경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필두로 김종민 CPC기획팀장 상무, 박민재 전략투자사업부장 상무, 변인철 계리팀장 상무, 이지선 RM팀장 상무 등 주요 임원들이 이날 IR에 참여했다.

삼성생명은 2023년 연결기준 지배지분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한 1조8950억원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결산배당의 주당 현금배당금을 2022년 3000원에서 2023년 3700원으로 상향했다. 향후 배당성향 35~45% 범위 내에서 매년 주당 배당금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주주환원과 관련한 증권사 연구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컨퍼런스콜의 Q&A 세션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중장기 ROE(자기자본이익률) 및 킥스비율(신 지급여력비율, K-ICS)의 목표치를 묻는 질문으로 시작됐다.

이 부사장은 "현재 삼성생명의 PBR은 0.3~0.4배로 시장에서 낮게 평가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ROE가 지난 수 년 동안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었으며 이 때문에 주주환원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다만 "지난해 IFRS17 제도 하에서 손익개선에 성공했으며 CSM(보험계약마진) 순증과 자산운용수익 개선을 통해 ROE를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이 확정되면 주주환원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한 뒤 시장과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장기 킥스비율 목표치를 묻는 질문에는 잉여자본의 규모와 주주환원 활용 가능성을 가늠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삼성생명은 2023년 말 기준 킥스비율이 215~220%로 추산돼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웃돌았다.

여기에는 이 상무가 대답했다. 삼성생명은 중장기 킥스비율 목표를 200~220%로 잡고 있으며 최악의 가정(워스트 시나리오)에서도 180%를 추구한다. 잉여자본의 주주환원 활용과 관련해서는 역시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계해 검토한 뒤 시장과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총주주환원율의 관점에서 추가 자사주 매입이나 보유 자사주의 소각 역시 고려 중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자세한 주주환원정책을 시장과 공유하는 시점과 관련해서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발표되면 내부 검토를 거쳐 최대한 신속하게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PF·해외 부동산 리스크 '미미'…연간 신계약 CSM 3조 '자신감'

최근 태영건설 사태로 이슈가 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삼성생명의 리스크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여기에는 박 상무가 응답했다.

삼성생명의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국내 PF 대출은 총 4조7000억원 규모로 전체 운용자산의 2.3%다. 대부분의 대출이 주택도시공사 보증을 끼고 있거나 우량건설사 책임준공 위주이며 일부 무보증 PF의 경우도 분양률 90% 이상을 달성해 원리금이 이미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5조2000억원 규모로 전체 운용자산의 2.5% 규모다. 2023년 손실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300억원 정도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밀착 모니터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생명은 Q&A 세션에 앞서 실적발표 세션을 통해 향후 연간 신계약 CSM 3조원 확보 추세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이러한 추세 유지를 위한 전략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김 상무는 "연간 3조원의 신계약 CSM 확보를 위해서는 사망보장이 아닌 건강보장 위주로 영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했다"며 "월별로 건강보장에서 2000억원, 나머지(사망보장·연금저축)에서 500억원씩 CSM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며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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