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보험 패러다임 시프트

삼성생명, 현실화한 위기…불가피했던 변화

대대적인 인적쇄신 및 핀포인트 조직개편…중심에 선 'IFRS17'

이재용 기자  2024-04-29 07:01:51

편집자주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산업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기 시작하고 이를 기반한 보험계약마진(CSM)이 핵심 수익성 지표로 떠올랐다. 보험사들은 하나같이 CSM 확보에 유리한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품 구성부터 조직 개편까지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IFRS17이 도입된 지 1년,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춘 각 보험사의 경영전략 변화 전반을 조명해 본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지난해, 넘볼 수 없었던 삼성생명의 아성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삼성생명의 준비와 별개로 다른 보험사들의 이익체력과 영업력도 높아지면서다. 삼성화재에 실적이 따라잡히는가 하면 한화생명에 신규 매출 부문을 처음으로 추월당하기까지 했다.

삼성생명이 꺼내든 대처 카드는 광폭의 리더십 교체였다. 삼성화재에서 복귀한 홍원학 대표를 시작으로 부문장 및 부서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이와 동시에 조직개편에서 손익과 직결되는 IFRS손익관리팀과 시장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IFRS17 발 패러다임에 유연한 대응을 예고했다.

◇직면한 도전과 위기…광폭적인 인적쇄신 촉발

삼성생명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더십 교체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성장 정체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평가가 따랐다. 실제로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이 단행 되기 전까지 2023년의 삼성생명은 여러모로 자존심이 구겨진 해였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4497억원으로 삼성화재 대비 2000억원가량 적었다. 자산규모가 300조원에 달하지만 자산규모 90조원 삼성화재보다 수익성이 뒤처진 것이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는 처음으로 한화생명에 추월당했다.

변화는 불가피했고 그 신호탄은 홍 대표의 부임이었다. 삼성생명 출신인 홍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리더십과 사업 추진력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이뤄냈다. 이런 성공 경험을 삼성생명에 이식하고 사업의 판을 확장해 성장 동력 확보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신임 대표이사 부임에 발맞춰 핵심 지도부도 큰 폭으로 교체됐다. 부사장급 인물 면면은 상당수 바뀌었다. 삼성화재로 적을 옮긴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의 전략영업본부장 자리는 이완삼 보험운영실장이 대신했다. 보험운영실장 자리는 이팔훈 정보전략팀장 상무가 맡았다.

CFO인 경영지원실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주경 FC영업본부 권역담당 상무가, 반기봉 부사장 퇴임으로 공백이 생긴 FC영업본부장은 CPC전략실장을 지낸 오화종 부사장이 선임됐다. CPC전략실장과 자산운용부문장에는 송상진 부사장과 김우석 부사장이 각각 올랐다.

전략과 재무 및 영업 전반에서의 강력한 인적 쇄신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1위 보험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자산 사이즈 등에서 여전히 확고한 리딩 보험사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외부적 요인에 의한 영업 환경 변화로 위기가 현실화된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CSM 수익성 확보에 포인트 두고 2024 맞이 핀포인트 조직개편

리더십 교체와 함께 핀포인트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기존 보험영업의 경쟁구도를 IFRS17에 맞춰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으로 확장하고 손익을 증대시키는 게 골자다. 주목할 점은 CPC(고객상품채널) 전략실 내 비전속 시장 대응 강화를 위해 74년생 허정식 팀장을 필두로 '시장대응팀'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CPC는 니즈와 특성 분석에 기반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최적의 영업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개념이다. 삼성생명 내부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서다. 이런 CPC전략실 산하에 신설된 시장대응팀은 보험영업대리점(GA)채널을 공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특히 삼성생명의 GA 인수전 등에서 시장대응팀이 중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IR에서 자회사형 GA를 통한 제판분리, GA시장 확대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우량 GA 인수나 지분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계사 확보는 영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전속채널과 자회사형 GA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운영을 병행하고 있으나 규모면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금융의 설계사 수는 1913명이다. 2만2609명에 달하는 경쟁사 한화생명의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물론, 미래에셋금융서비스(3210명)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시니어리빙 사업을 추진하는 태스크포스(TF)과 IFRS손익관리팀을 신설한 것도 핵심 변화 포인트다. TF가 추진할 요양사업은 삼성생명의 '건강자산 프로젝트'와 연관된 사업이다. 삼성생명은 2022년부터 자산과 건강을 연계해 고객의 삶 전반에 걸쳐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새 사업모델인 건강자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시니어 요양 사업은 연계를 통해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IFRS17에서 격전지가 된 제3보험 영역의 간병보험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상해보험, 간병보험 등 제3보험은 손보와 생보의 특징을 동시에 가진 보험이다. IFRS17 수익성 지표 보험계약마진(CSM) 기여도가 높아 보험업계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2024년 맞이 조직개편에서 같이 신설된 경영지원실 산하 IFRS손익관리팀은 손익 관리와 직결되는 팀이다. 무엇보다 사업 역량 제고를 목표로 삼고 상품 혁신 및 효율화를 통해 안정적인 CSM 흐름을 형성·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