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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 '파티'가 끝나고 난 뒤

김소라 기자  2024-03-20 10:39:21
정보기술(IT) 업체 감원 칼바람이 매섭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잠시나마 영업에 숨통이 트였지만 근래 1년을 보면 이같은 분위기를 찾긴 어렵다. 게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업종 등이다. 서비스 수요 감소에 고금리 환경 하의 유동성 둔화까지 맞물리며 IT 업체들은 영업·비영업 부문에서 모두 고전하고 있다.

회계 지표를 개선코자 하는 노력은 처절하다. 직전 사업연도 재무제표를 보면 극적인 수치 변화가 감지된다. 매출액을 늘리고 순익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기초 체력을 강화했다기보단 외부 알짜 기업을 흡수합병하거나 자회사를 관계사로 재분류하는 식의 '회계 화장'을 통한 변화가 대부분이다. 동일하게 고정비 감축 시도도 이뤄졌다. 인건비 절감이 대표적이다.

재무제표 이면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A 게임사는 현재 인력 감축 작업이 한창이다. 당초 전 인원의 30% 정리를 계획했지만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보다 희망퇴직 지원자가 많지 않아 권고사직을 통보 중이다. 희망퇴직 지원자 접수 알림 메일부터 개별 권고사직 통보 연락까지 소요된 시간은 주말 포함 단 열흘이다.

A사 관계자는 "권고사직 연락은 금요일 퇴근 직전 이뤄졌다. 직접적인 대상자 뿐 아니라 비해당 인원의 동요도 컸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사가 불과 약 3년 전 1000억 대의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하며 성장 여력을 끌어올렸던 것과 상반된다.

AI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는 B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초 선임된 신임 최고경영자(CEO) 주요 임무는 구조조정이었다. 이 작업은 해를 넘겨 최근까지 이뤄졌다. 연말 연차 소진 명목으로 얼마간 자리를 비운 B사 실무 책임자는 이끌던 조직이 해체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CEO에게 항변했지만 "휴가 중이니 복귀하면 알려주려고 했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전문가들은 당연한 수순이라 말한다. 단기간 나올 실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용 가능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이론상 맞다는 견해다. 예상보다 일찍 도래한 엔데믹 영향도 꼽았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치밀한 경영전략이 부재했던 점은 아쉽다. 당장 막대한 현금 유동성, 시장 테마 등에 휩쓸려 중심을 잃기보단 본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선행됐다면 하는 마음이다. 대외 환경 변화에도 소비자가 꾸준히 찾는 제품을 만들었다면 결과는 달랐으리라 본다. 파티가 끝난 지금 IT기업들이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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