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LS일렉트릭, '구본웅 펀드' 투자 실패에 불어난 손실

나스닥 콘테스트로직 투자, 주가 폭락에 매년 평가손 반영

이상원 기자  2024-03-27 16:16:35
LS일렉트릭이 3년 전 지분을 사들인 미국기업 '콘텍스트로직(Contextlogic)'로 인해 지속적인 손실을 보고 있다. 주식 취득 당시 200달러선이던 주가가 현재 5달러대로 폭락한 탓이다. 이로 인해 해마다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평가 손실을 반영하고 있다.

당시 투자를 주도했던 건 벤처캐피탈 포메이션8(Formation8)의 구본웅 대표다. LS가(家) 장손이자 구자홍 회장의 장남이다. LS일렉트릭 외에도 다수의 LS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주가 반등의 여지가 없어 보여 성공적인 엑시트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주도한 구본웅, LS그룹 적극 지원에도 '쓴맛'

LS일렉트릭은 2021년 9월 나스닥에 상장한 콘텍스트로직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의 운영사로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됐다. 투자 방식은 포메이션8이 설립한 펀드를 통해 이뤄졌다. 해당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콘텍스트로직이 포함됐다. 2020년 콘테스트로직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자 LS일렉트릭도 그 주식을 교부받았다.

포메이션8은 현 구본웅 마음캐피탈그룹 대표가 2011년 주도해 설립한 벤처캐피탈이다. 2013년 5억달러(약 6744억원) 규모의 첫 번째 메인펀드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구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며 실리콘밸리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사실 성공적 펀드 조성 이면에는 LS그룹이 있었다. LS그룹 계열사들이 포메이션8 펀드에 출자하며 지원사격을 해줬다. LS일렉트릭은 회사 설립 초기인 2012년 펀드에 43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대부분 계열사가 펀드에 참여했다. 지주사인 ㈜LS를 비롯해 예스코 등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텍스트로직이 나스닥 상장하고 '밈주식'으로 통하면서 한때 주당 1000달러선까지 주가가 치고 올라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 후로 다시는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급락을 이어갔다. LS일렉트릭이 콘테스트로직의 주식을 취득한 시점은 2021년 9월 10일이다. 당시 주가는 200달러선이었지만 하락을 거듭하며 현재 5달러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포메이션8은 여전히 이 회사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다.

구 대표는 투자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2019년 12월 ㈜LS를 비롯한 계열사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LS그룹이 사촌 순환경영을 하고 있는 데다 장손인 만큼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와 정반대되는 행보였다. 포메이션8의 투자 실패가 구 대표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메이션8은 LS그룹 차원에서 나서서 지원할 정도로 내부적으로 관심과 기대가 컸다"면서 "투자가 실패하면서 구 대표의 입지도 좁아졌고 경영에서 배제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큐텐에 'WISH' 매각, 요원해진 엑시트

LS일렉트릭은 콘텍스트로직 투자 후 매년 관련 평가손익을 회계장부에 반영하고 있다. 콘텍스트로직의 자산은 2021년 말 1조5210억원에서 2023년 말 5454억원으로 감소했다. 2년 사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여기에 5달러선에 머물러 있는 주가가 손실폭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LS일렉트릭의 콘텍스트로직 지분 최초 취득금액은 약 77억원인데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은 5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여기에 포메이션8의 펀드에 투자한 것과 관련해서도 평가손실을 지속해 보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113억원, 37억원의 관련 손실이 반영됐다.


이런 가운데 콘텍스트로직은 주력 사업도 잃어버린 상황이어서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의 티몬·위메프·인터파크 커머스 부문을 인수한 큐텐(Qoo10)이 올해 2월 콘텍스트로직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를 2300억원에 사들였다. 콘테스트로직은 덕분에 대규모 현금은 확보하게 됐으나 사업 규모는 크게 줄어들게 됐다. LS일렉트릭의 엑시트도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