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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회계 톺아보기

R&D 독립 선언 SKIET, 분리막 '초격차' 겨냥

5월 SK이노 R&D 자산·인력 양수...기술→사업 적용 속도

정명섭 기자  2024-03-28 15:46:44

편집자주

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SK그룹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분리막 생산을 담당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19년 분사 이후에도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 연구개발(R&D)을 의존해왔다. SK이노베이션 산하 환경과학기술원 I/E소재연구센터와 R&D 계약을 맺는 식이다. R&D 기능을 한곳에 모아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높이는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 기조 때문이다.

SKIET는 2021년 기업공개(IPO) 이후 사세가 커지고 기술 경쟁이 심화하자 올해 R&D 내재화를 선언했다. 주도적인 R&D로 기술이 사업에 빠르게 적용되는 체제를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SKIET, 5월부터 R&D 독립...SK이노 자산·인력 양수

SKIET 이사회는 최근 SK이노베이션 산하 환경과학기술원의 I/E 소재 R&D 자산과 연구인력을 양수하기로 결의했다. 환경과학기술원 I/E소재연구센터 자산과 인력들이 SK이노베이션에서 SKIET 소속으로 바뀌는 게 골자다. I/E소재연구센터는 양극활물질과 전해질, 분리막, 차세대 배터리 소재 등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SKIET가 양수하는 인력과 자산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0억원이다. 오는 5월부터 관련 내역들이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으로 산입된다.

SKIET는 그동안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R&D 수행과제를 주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급해왔다. 물론 '생산혁신실' 내에 공정 기술, 상업 생산 기술 등을 연구하는 자체 조직이 있었으나 원천 기술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개발했다. 이와 관련한 무형자산도 SK이노베이션과 공동 소유 중이다.


SKIET가 분사 후 첫해(2019년) SK이노베이션에 지급한 연구개발비는 114억원이었다. 2020년 245억원, 2022년 359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25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전체 매출 대비 4~6% 수준이다.

SKIET는 회사가 R&D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정도로 규모와 역량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SKIET는 분사한 이듬해 매출 4693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 6038억원, 2023년 6495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국내 증평공장과 청주공장 외에 중국과 폴란드로 분리막 생산거점을 확대해 생산능력이 2020년 말 연산 8억6000만㎡에서 작년 말 15억3000만㎡로 커졌다. 이는 전 세계에서 넷째로 높다.

SKIET가 R&D 내재화를 추진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기술력 확보 경쟁이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화두는 단연 주행거리다. 이는 배터리 용량 극대화를 의미한다. 분리막 사이드에선 아주 얇으면서도 물성을 유지하는 '박막화'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중요하다. 분리막이 얇을수록 양극재 투입량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등 새 폼팩터에 맞는 분리막 개발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SKIET 관계자는 "전기차 산업 성장의 핵심은 배터리의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 증대"라며 "이 두 가지 성능에 분리막이 깊이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CTO 직책 신설 유력...김진웅 센터장 거론

SKIET는 R&D 자산을 양수한 이후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신설할 가능성이 높다. SKIET보다 먼저 R&D 독립에 나선 SK온은 CTO 조직이 R&D 전략과 배터리 셀 개발, 시스템 개발 등을 맡고 있다. 생산과 공정 관련 기술은 최고생산책임자(CPO)가 담당한다.

SKIET 초대 CTO는 환경과학기술원 I/E소재연구센터장인 김진웅 부사장이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막 등의 소재 연구를 주도해왔던 인물로 이전부터 사실상 SKIET CTO 역할을 수행해왔다.

김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교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SK이노베이션 연구원으로 근무해왔다. 태양전지, 배터리용 분리막 제조 기술 등 12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이같은 R&D 공로에 힘입어 2021년 말 정기인사에서 임원 승진과 함께 I/E소재연구센터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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