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thebell interview

"GS이니마 지분매각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검토"

채헌근 GS건설 CFO "재무지표 개선과 유동성 확보 두 토끼 잡을 것"

이재빈 기자  2024-04-04 07:26:25
"재무지표 개선과 유동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GS이니마 매각도 이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중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10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신임 CFO에 채헌근 전무(사진)를 선임했다. 채 전무는 최근 더벨과 인터뷰에서 CFO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이 같이 강조했다. GS이니마 매각 외에도 추가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포트폴리오 재구성은 신사업 등 자산 추가 매각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개편 이후 꾸준히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차입금 증가 없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GS건설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검단사태 위기 돌파 '특명', 20년 재무 전문가에게 맡겼다

2024년 현재 GS건설 CFO는 쉽지 않은 자리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건설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려운 가운데 검단사태 관련 충당금으로 인해 GS건설의 재무지표도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별도기준 GS건설의 부채비율은 217.13%다. 2019년 175.74%였던 부채비율은 2020년 168.57%, 2021년 165.32%, 2022년 158.24%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검단사태 관련 충당금 5524억원을 설정하면서 자본총계가 줄었다.

기업의 통장잔액이라고 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이 급감했다. 2019년 2조9669억원에서 2022년 3조625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던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은 지난해말 2조9171억원으로 축소됐다. 4년간 착실히 쌓아온 자본이 단 한 번의 사고로 일거에 사라진 셈이다.

채 전무는 "2024년 1분기에도 부채비율이 상향될 예정"이라며 "검단사태와 관련해 입주예정자들의 중도금을 대위변제해주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2097억원을 차입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영업으로 창출된 현금을 바탕으로 재무지표를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매출원가가 치솟았기 때문에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85% 내외를 기록했던 별도기준 매출원가율은 2022년 90.59%, 2023년 102.78%로 치솟았다.

원가 부담은 GS건설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Cash Flow from Operations·CFO) 지표에서도 엿보인다. 2021년 8417억원이었던 이 지표는 최근 2년간 음의 흐름을 보였다. 2022년에는 마이너스(-) 848억원,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1385억원으로 나타났다.

채 전무는 "매출 원가율 전망은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고물가로 인한 매출원가율 부담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분간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GS건설에 있어 부채비율 개선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재무지표가 악화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한 탓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수적인 건설업의 특성상 신용등급 하락은 조달비용 증가를 야기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수익성 저하는 또다시 재무지표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

채 전무는 이같은 위기를 돌파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1991년부터 줄곧 GS건설에 몸담았던 인물이자 재무와 전략 분야에서만 20년째 근무하고 있는 전문가다. 1967년생인 그는 2004년 재무팀에 합류하며 재무·전략 전문가로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이후 투자관리팀장과 전략담당 등을 역임한 후 2019년 자이에스앤디 CFO로 발탁됐다.

채 전무는 2019년 11월 자이에스앤디가 GS건설 자회사 중 처음으로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때 핵심 업무를 수행했다. 그의 활약으로 자이에스앤디는 건설경기 침체에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공모가 밴드 최상단으로 공모가격을 확정할 수 있었다.

자회사 IPO 흥행이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채 전무는 이제 본가 살림 정상화라는 더 큰 임무를 받았다. GS건설도 지난해 신규 CFO로 선임된 채 본부장의 직위를 2024년 들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채 전무는 "검단사태 관련 차입금으로 2024년 1분기 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하겠지만 이를 정점으로 꾸준히 지표를 관리할 예정"이라며 "신임 CFO로서 재무 구조를 견실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매각, 차입 없는 자본 확보 '묘수'

GS이니마 매각은 재무지표 악화를 야기하지 않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출된 묘수다.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차입 없이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 재무지표 개선을 노릴 수 있다.

수처리는 ESG 관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GS이니마는 유럽과 중동, 남미 등 요지에 사업장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도 높다. GS건설은 향후 잠재 투자자들의 자금조달 여력과 진정성, 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GS건설은 GS이니마 외에도 추가적인 신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도 검토하고 있다. 재무지표 개선을 위해 GS이니마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다른 신사업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채 전무는 "CFO 입장에서는 당장의 숫자 위주로 투자 및 유동화 전략을 결정할 수 밖에 없지만 내부적으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재무적인 지표는 물론 산업 성장성과 자회사 미래가치 등도 검토해 재무구조 개선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GS건설 신사업본부는 모듈러주택과 수처리 운영 등 건설업 및 연관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년 GS이니마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신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모듈러주택 자회사를 인수한 시점은 2020년이다.

신사업본부의 2023년 매출액은 1조414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53%로 건축·주택본부(76.18%)에 이어 2위다. 인프라(8.22%)는 물론 플랜트(2.24%)와 그린(2.02%)의 매출도 상회하고 있다.

주요 본부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영업이익은 1213억원으로 전년(179억원) 대비 6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미래 전망도 밝다. 모듈러주택은 공기단축 및 현장 환경·안전문제 감소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점진적인 적용 확대가 전망된다. 수처리 운영사업은 현재 운영되는 수처리시설의 지속적인 운영과 신규·증설되는 시설의 운영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성 확대가 예상된다.

채 전무는 "자회사를 분할하거나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소유지분율에 비례해 배당하는 스핀오프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재구성 대상 자회사 선정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회사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 제공하거나 스핀오프로 자금을 조달하면 모회사인 GS건설의 지분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차입금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GS건설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자금조달 수단이다.

◇올해 브릿지론 우발부채 4500억 감축, 신규 사업 '선별수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해소도 채 전무에게 부여된 과제다. 특히 GS건설은 개발사업 관련 우발부채 외에도 송도 사업지 미분양 물량에 대물인수 약정을 제공한 점이 올해 들어 알려지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다만 송도 사업지 외에 추가적인 대물인수 약정은 없다는 게 GS건설의 설명이다. 또 총 분양대금이 2조7000억원에 달하지만 연내 대부분의 물량이 소화될 것으로 보는 만큼 실제로 인수하는 물량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 전무는 "오피스텔은 이미 완판됐고 연내 아파트 물량 대부분이 분양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80~90% 가량이 분양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실제 대물인수부담이 발생하는 규모는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PF 우발부채에 대해서는 브릿지론 신용보강 해소에 주력한다. 2023년말 기준 GS건설의 부동산 PF대출 보증잔액은 총 3조3015억원이다. 이 가운데 1조7582억원이 브릿지론 단계 사업장에 제공됐다.

단순 수치만으로 보면 건설사 평균 대비 큰 규모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와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 사업장이 아닌 공동주택 관련 우발부채로 대부분 구성됐다. 시장 변동성이 덜하고 지방 사업지여도 핵심지 공동주택은 투자금 회수가 용이한 만큼 GS건설은 PF 우발부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고 있다.

채 전무가 제시한 연내 신용보강 해소 전망치는 약 4500억원이다. 본PF 전환 등을 통해 우발부채를 해소한다. 연말까지 브릿지론 관련 우발부채를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줄인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경기도 이천 사업장이 본PF로 전환하며 520억원 규모 브릿지론 우발부채를 해소했다.

다만 수주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상 브릿지론 우발부채라는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고서는 공사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채 전무는 "건설사가 브릿지론 우발부채 규모를 계속 줄이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며 "우량한 담보를 보유하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용이하거나 사업성이 높은 곳 위주로 선별적인 신용보강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