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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미수금 모니터

롯데건설, 공사미수금 1.4조 상회…리스크는 '미미'

주택 정비·개발사업 비중 커…준공·입주시 회수 전망

정지원 기자  2024-04-24 07:23:47

편집자주

건설업계에 미수금 이슈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분양이나 발주처 미지급 등의 여파로 공사를 진행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공사원가 상승에 따른 갈등 탓에 미수금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기초체력이 남아있는 대형건설사들에게도 이미 수조원대 미수금이 쌓였다. 돈이 돌지 않으면 건설사의 리스크도 커진다. 더벨이 건설사 미수금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다.
롯데건설의 미수금 총액은 1조7000억원으로 연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84%가량이 공사비에 속하는데 그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30% 이상 증가해 1조400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액수로 보면 크지만 전체 리스크는 미미한 편이다. 대규모 미수금이 잡혀 있는 사업장 대부분이 주택사업 현장에 속한다. 해외 플랜트나 비주택 개발사업 등 부실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사업장들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간 롯데건설의 분양 성적은 우수했던 만큼 입주 시점이 되면 공사비를 대거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사미수금 30%대 증가, 현금유입 '감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미수금 총액은 1조693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매출 6조8111억원의 24.9%에 달하는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8146억원을 기록했다. 보유 중인 현금 수준의 미수금을 들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미수금이 1년 만에 30.3% 증가했다. 전년 말 미수금은 1조299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미수금을 공사미수금, 분양미수금, 일반미수금으로 나눠 보면 특히 공사미수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증가세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1조4219억원으로 전년 말 1조670억원에 비해 금액으로 3549억원, 비율로 33.3% 늘었다.

지난해 미수금 증가폭은 전년에 비해선 줄어든 편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 경기가 꺾이면서 대규모 미수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2022년 말 미수금은 전년 말과 비교했을 때 130.7% 늘었다. 2021년 말 미수금은 4715억원에 불과했다.

2022년부터 착공 및 분양 일정 등이 다수 지연됐지만 2023년부터 점차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건설사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신규 주택 공급을 예정해 놓은 상태인 만큼 앞으로도 미수금 증가세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발주처에 대금 등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규모도 소폭 감소했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말 미청구공사는 1조43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1조4727억원에 비해 2.4%가량 줄어든 수치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으로 인해 잡히는 우발채무는 건설사에 유동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반면 미수금의 급등은 본업을 통해 들어오는 현금 유입이 더뎌지고 있다는 의미다. 발주처가 파산하면 아예 회수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미수금의 증가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차감 요소다. 롯데건설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지난해 영업활동을 통해 499억원이 유입됐다. 전년에는 1783억원이 들어온 바 있다. 불과 1년 전보다 1284억원가량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줄었다는 의미다.


◇정비사업 준공 줄줄이, 미수금 회수 '속도'

미수금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롯데건설의 현금흐름에 부정적이다. 다만 미수금이 발생한 현장들을 보면 분양 성적이 우수했던 정비사업 및 주택 개발사업 비중이 높다. 준공 및 입주에 따라 점차 채권을 회수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건설의 주요 수주계약 내역을 살펴보면 부암1구역 재개발정비사업에서만 2443억원의 미수금이 책정돼 있다. 미청구공사는 따로 없다. 올 초 준공한 만큼 추가적인 미수금 회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제4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도 863억원의 미수금이 잡혀 있다. 공사 진행률은 100%다. 미수금 외에도 미청구공사 62억원어치가 남았다. 수주총액 8739억원의 10%가 미회수 상태인 셈이다.

오산원동 개발사업을 통해서는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를 분양한 바 있다. 해당 사업에서는 1459억원의 미수금이 묶여 있었다. 공사 진행률은 94.02%다. 올해 초 공사를 마쳐 본격적인 대금 회수에 나설 전망이다.

검단신도시 101역세권 개발사업의 미수금은 523억원 정도다. 다만 준공기한이 2026년까지로 넉넉히 남아 있고 준공률도 14.5% 수준이다. 미수금 회수 기간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주요 그룹사 미수금 500억 미만…전체 대손충당금 3000억대

롯데그룹 계열사 공사에 대한 미수금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리테일 계열사로부터 받아야 할 미수금은 증가한 반면 롯데케미칼 공사 관련 미수금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호텔롯데 발주 공사의 미수금은 73억원으로 전년 말 44억원에 비해 29억원가량 늘었다. 롯데쇼핑 미수금은 같은 기간 59억원에서 173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케미칼은 402억원에서 173억원으로 외상값을 줄였다.

롯데건설은 각종 미수금 및 미청구공사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다. 공사미수금 1조4219억원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1870억원 정도로 나타났다. 규모에 비해 설정률은 13.2%로 낮은 편이다. 공사비 갈등 등으로 회수에 속도는 나지 않고 있지만 전반적인 리스크는 낮다고 본 셈이다.

반면 분양미수금 181억원과 일반미수금 2532억원에 대해 각각 114억원, 1257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잡았다. 설정률로 치면 62.8%, 49.7%로 나타난다. 매출채권 총액 자체가 크지 않아 일부 미회수로 남더라도 롯데건설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 미청구공사 1조4380억원에 대해서는 1.4% 수준인 200억원만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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