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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 협력사' 아바코, BOE 8.6세대 OLED 공급망 합류

선익시스템과 합작, 디스플레이·배터리 추가 계약 예고

김도현 기자  2024-04-29 17:32:52
아바코가 중국 BOE발 '잭팟'을 앞두고 있다.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관련 계약이다. 그동안 고객 투자 위축으로 제 역할을 못한 디스플레이 사업이 간만에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주력으로 급부상한 2차전지 사업은 전기차 성장세 둔화로 지난해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우나 디스플레이 반등,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및 반도체 수요 회복으로 해당 영향을 상쇄할 전망이다.

◇애플이 불러온 'IT용 OLED' 바람, 장비사 수혜 본격화

아바코는 29일 2024년 1분기(별도기준) 매출 461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43.2% 줄고, 전년 동기 대비 288.7%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78.5% 감소,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아바코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2차전지 관련 장비 수주 증대가 전반적인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수주 확대를 위해 지속 노력한 부분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바코의 2차전지 주요 고객은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LG-GM 합작사)다. 두 회사의 북미 배터리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작년에도 수차례 수백억원 규모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문제는 올해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 여파로 앞선 1~2년 대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아바코는 조급하지 않다. 디스플레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아바코는 BOE의 8.6세대 IT용 OLED 라인에 투입될 진공 증착 물류장비 단독 입찰했다. OLED 증착 공정 중 불순물이 없는 진송상태에서 기판을 이송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통과 소식이 전해졌고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1달 내외로 정식 발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작년 11월 BOE는 해당 제품 생산을 위해 630억위안(약 1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IT용 OLED는 태블릿, 노트북 등 IT 기기에 사용되는 패널이다. 애플의 OLED 아이패드 출시로 관련 수요가 촉발한 가운데 기존 6세대(1500mm X 1850mm) 유리기판에서 제작하던 걸 8.6세대(2290mm X 2620mm)로 원장을 늘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행되는 투자다.

국내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1000억원 규모 투자에 돌입했고 LG디스플레이는 미정으로 일단 6세대 라인으로 대응 중이다.

유리기판이 대폭 커지면서 맞춤형 증착기 구현 여부가 관건으로 꼽혔다. 일본 캐논토키가 선점했고 삼성디스플레이와 발을 맞추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선익시스템 증착기 적용을 검토하면서 애플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다만 계속된 적자 기조로 8세대급 투자 여력이 없었다. 전용라인 구축에 나서더라도 선행 개발을 이뤄낸 캐논토키 제품을 쓰는 것으로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BOE와 선익시스템 교류가 물꼬를 튼 것으로 전해진다. BOE 입장에서도 캐논토키 물량을 선점한 삼성디스플레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 대안이 필요했다. 증착기 특성상 제작 난도가 높아 연간 생산량이 많지 않다. 후순위인 BOE가 캐논토키 제품을 쓰려면 장시간 기다려야 하고 원하는 만큼 생산능력(캐파)을 늘릴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선익시스템도 단독 입찰한 상황이다. 아바코는 증착기와 호환하는 진공 설비를 담당한다. 상반기 중 본계약 체결 시 아바코는 사상 최대 계약을 따낼 것으로 관측된다. 추정 금액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선익시스템보다 아바코가 벌어들일 수익이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BOE의 추가 발주가 나온다면 궁극적으로 (아바코의 수주 물량이) 조단위 규모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BOE의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입찰 결과표. 아바코(위)와 선익시스템이 각각 단독 입찰했다. / 출처 : 차이나비딩

◇LGD·LG엔솔 투자 기대, 수주량 좌우할 대외변수 상존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투자 결단을 내리진 않았으나 6세대 OLED 증설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다. 물류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아바코도 수혜 대상이다.

중장기적으로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투자를 돌입한다면 증착 물류 부문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캐논토키 증착기를 사용하더라도 아바코의 진입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에 따라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흑자 전환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재차 적자로 돌아섰다.

2차전지 사업은 기확보한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단번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바코 수주잔고는 작년 말 2988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278억원으로 상향됐다. 2차전지 덕분이다.

또 다른 기대 요인은 자회사 아바텍과 반도체 부문이다. 아바텍은 전자부품인 MLCC 사업을 본격화했다. 아바코는 MLCC 제조에 필요한 적층기, 외관검사기 등을 제공한다. 올해 MLCC 시장이 반등하면 아바코는 아바텍 캐파 확대에 따른 추가 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아바코는 웨이퍼레벨패키징(WLP)용 박막증착장비(스퍼터) 개발을 완료하기도 했다. 공급망 신규 진입이 현실화하면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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